[리포트 인터뷰] 박세라 "단열재 산업 부활..KCC·벽산 유망"

이선목 기자 2017. 9.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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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월 10월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신고후 6분만에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100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화재가 크게 번졌던 원인으로 이 아파트 건물 외벽에 사용됐던 불에 잘 타는 ‘가연성 단열재’를 꼽았다. 이에 정부는 2015년 7월 건축물 외벽을 불연, 또는 준불연 마감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대상 건축물 규모 기준을 기존 ‘30층 이상’에서 ‘6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 적용했다.

2015년 1월 10월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사고./조선DB

최근 비슷한 참사가 또 한번 일어났다.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24층 높이의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가 그것이다. 아파트 4층에서 발화된 불은 외장재를 타고 24층 꼭대기까지 번졌다. 불길이 건물 전체를 삼키는 데는 불과 15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건물 외벽에도 가연성 단열재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2025년 제로에너지하우스를 목표로 건축물의 에너지 의무절감률을 강화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2017년 60%, 2025년 100% 수준을 계획하고 있다. 2017년 12월 31일 이후부터 30세대 이상 신축되는 공동주택의 경우 에너지 의무절감률 60%가 의무화된다.

제로에너지하우스는 인간이 살고 있는 집 중 소비성 에너지나 오염 물질이 나오지 않는 집을 말하는데, 채광, 환기, 단열 능력이 뛰어나고 태양열 에너지나 풍력 에너지 등을 사용한 집이 그 예다. 제로에너지하우스는 외부 전력을 사용하지 않아 전력난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전기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건담시리즈 세번째-단열재: 다시 찾아 온 기회’를 통해 이같은 상황을 조명하며 단열재 기업들의 성장성과 투자 가치를 강조했다. 주거 공간의 안전성 제고와 에너지 절감, 그리고 환경보호를 위한 정부의 건축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단열재 기업에 투자할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재정비·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공급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단열재 시장에 호재라는 설명이다. 친환경, 불연성을 갖춘 고기능 단열재에 대한 수요가 반드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중단기적으로 이같은 상황의 수혜를 얻을 수 있는 종목으로 벽산(007210), KCC(002380), 그리고 LG하우시스(108670)를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이윤화 인턴기자

-리포트에서 국내 단열재 시장은 통계적으로 구분이 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시장 규모가 작아서인가.

“시장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니고 단열재를 하나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열재 제품이 수십가지가 있는데 폴리우레탄, 스티로폼 등 석유화학 계통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단열재를 어떤 하나의 정식 명칭으로 제한하기 어렵다. 스티로폼이라고 해도 포장지, 단열재 등 여러 용도로 쓰인다. 용도가 다양한 제품들의 정의나 범위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식 통계가 있거나 산업적으로 연구되는 자료가 있진 않다. 단열재 시장 조사는 현재 소수 민간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화학 원료를 사용하는 저렴한 유기질 단열재의 시장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저렴한데 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인가.

“유기질 단열재는 기본적으로 공정 과정이 어렵지 않아 원가가 적게 든다. 다수의 경쟁자가 참여하는 시장이다. 자연스럽게 공급자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 그러나 유기질 단열재는 석유화학 물질이 원재료이기 때문에 유해성 가스가 발생하며, 불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불연소재, 친환경 규제가 강화될 수록 불리한 것이다. 그래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가격 경쟁 심화로 인해 유기질 단열재의 이익률은 5%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무기질 단열재는 유리나 광물을 녹여 실을 뽑아낸 것을 원재료로 사용하는데 만드는 공정과정도 어려워 가격이 높다. 그러나 이 단열재는 가스가 방출될 일이 없고 불에 잘 타지 않는다. 이같은 시장 진입 장벽이 있어 기술을 보유한 대형 공급사들에게 유리한 시장이다. 무기질 단열재의 평균적인 이익률 수준은 10~15% 수준이다. 단열재 시장 전체가 성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무기질 단열재 등 고기능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만에 다시 단열재 산업 주가에 호재가 생겼다고 했다. 2년 전 호재는 무엇이었나?

“2년 전 호재는 준불연 소재(불연 재료에 준한 방화성능을 갖는 소재) 마감재에 대한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된 것이었다. 2015년부터 6층 이상, 거의 모든 건축물에 외부 마감재 불연소재를 쓰도록했다. 이때 무기질 단열재 수요가 확 증가했다. KCC, LG하우시스 등 대형 상장사들이 무기질 단열재를 주로 다뤘기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주가가 확 뛰었다.

이후에는 건축 경기 부진을 비롯한 개별 이슈 때문에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 의무절감률, 에너지 소비 총량제 등 단열재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여러 건축 법령이 개정됐고, 기업의 개별 문제도 해결되면서 턴어라운드(이익 증가) 시점을 맞았다. 이에 다시 한번 단열재 시장을 주목해볼만 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정부에서 다양한 도시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단열재 시장의 호재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단열재 기업이 중국 기업과의 경쟁력에서 뒤쳐지지는 않나. 아무래도 원재료가 더 풍부하고 시장 규모도 큰 중국 기업이 가격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중국 시장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자재 시장은 수입재들이 물량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 내수 시장에 워낙 가성비 좋은 제품들이 많다. 운반비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산 제품이 메리트가 있진 않다.

원재료도 충분히 국내 조달이 가능하다. 현무암, 인산암 등은 우리나라에서 고갈 논란이 일어날만큼 원자재가 부족하지는 않다. 유기질 단열재는 어차피 국제 유가의 영향을 받고, 무기질 단열재에서도 유리를 원자재로 사용하는 제품은 국제 가격에 영향을 받기는 한다. 그러나 원자재 원가에 대한 취약성은 어느 국가나 갖고 있는 문제다.”

-리포트에서 단열재 기업들이 직접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이는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인가.

“통상 우리나라 건자재 유통에는 중간 상인이 있었다. 기업들이 지역 유통을 완전히 관리할 수 없어서 간접 판매 라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우 제조업체가 마진(이익)을 온전히 챙길 수 없었다. 이에 제조업체가 다이렉트로 판매하는 영업망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입장에서 마케팅, 영업 등 비용은 증가할 수 있지만, 제품 마진(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단열재 산업은 아무래도 건축업 시황에 영향을 받을텐데. 전망은 어떻게 보나.

“착공 물량 기준으로 건설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건설사들이 수주를 하기만 하면 단열재 업체와 같은 제조업체들은 제품을 만들어서 팔면 된다. 이 때문에 만약 건설 경기가 나빠진다고 해도 이미 수주한 물량이 남아 있는 이상 건자재 산업은 서서히 연착륙을 한다고 보면 된다.

건축 시장은 아직 어느 정도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형사 위주로 살아남게 될 것으로 본다. 생각보다 국내 건설 기업들이 연초에 해외 수주를 많이 하기도 했고, 단기간으로는 사상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8.2 부동산 대책, 초과이익환수제 등이 단열재 시황에 중요한 재건축 시장의 불황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건설, 건자재 산업 전반에 이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규제들이 지금의 재건축 사이클을 꺾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서울시에 공급되는 주택 물량의 90% 이상이 재건축 물량이다. 더 이상 신규로 아파트를 세울만한 민간 택지나 공공 택지가 없다. 재건축 말고는 공급 물량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초과이익환수제 등에 의한 재건축 조합원들의 니즈 여부와 상관없이 재건축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신규 아파트를 갖고 싶지만, 공급 주체는 재건축 밖에 없어 투자 요인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재건축 시장의 선순환 사이클을 꺾기에는 법령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도 있고, 벗어날 구멍도 많다.”

-건설 말고 다른 산업에서도 단열재가 사용되나. 장기적 성장성은?

“그렇다. 단열재가 건설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단열재는 보온이나 보냉이 필요한 곳에 모두 쓰이기 때문에 사실 건축용보다 산업용에 더 많이 쓰인다. 특히 조선은 방수, 방호 등 기능이 좋아야 하고, 보수나 교체 수요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므로 단열재가 많이 쓰인다. 열에 상당히 민감한 LNG선 쪽에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미 벽산이나 KCC도 이 시장에 진출해 있다. 그런데 조선업이 2019년도부터 활황 사이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열재 산업도 그때 한번 더 날개를 달 수 있는 것이다. 즉, 지금 당장은 건축, 2년 후에는 또 조선 산업으로 인해 주목을 받을 것이다.

친환경 무기질 단열재는 선진국형 성장재로 볼 수 있다. 숫자로 보면 국내 단열재 시장은 현재 1.3조원 정도 규모인데 앞으로 연간 4%씩 10년간 성장할 것으로 본다. 이때 유기질 단열재가 76% 정도, 무기질 단열재는 26%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다. 특히 국내 무기질 단열재 시장은 7~8%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리포트에서 단열재 산업 관련 투자 유망 종목으로 벽산, KCC, LG하우시스를 꼽았다. 장단기 투자가치를 고려할 때 각각 추천하는 종목과 그 이유는.

“당장 올해 하반기에는 KCC와 벽산을 주목할만 하다.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성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안이 증설이다. KCC는 증설이 끝난 상태로, 3분기부터 매출이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규모가 40% 이상 증가하면서 전체 매출의 1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석고보드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의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벽산은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기여하던 석고보드 판매대행 부문의 매출이 상반기 기준 전년대비 80% 이상 급감하면서 매출공백이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 KCC와 석고보드 매출의 일정부분을 만회하는 수준의 물량을 계약해 4분기부터는 실적 개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벽산은 2017년 글라스울 단열재를 취급하는 익산 공장 증설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미네랄울 공장의 추가 증설을 검토 중이다. 2018년 글라스울 증설이 완료되면, 현재 연간 550억원의 매출에서 15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LG하우시스는 내년 매출이 더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이다. LG하우시스는 지난 2013년 국내 최초로 PF(페놀폼) 단열재 양산을 시작했는데, PF단열재는 유기질 단열재 단점인 유해성, 가연성 등을 보완한 고기능 제품이다. 이 단열재는 수요가 높고, 다른 제품에 비해 단가도 2배 높은데 국내 업체 중에서는 LG하우시스만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다. 내년 2월에는 관련 공장 증설도 완료될 계획이다. 이후 시장 수요에 따라 매출이 증대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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