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노동법] "반성의 의미로 시말서 써"?..안 써도 된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7. 9.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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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큰 잘못을 할 경우 '시말서'를 쓰게 되죠.

그런데 시말서가 사죄문이나 반성문의 의미가 있다고 규정한 회사의 규칙이 있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에도 상사가 근로자에게 시말서의 제출을 명령한 것이 과연 업무상 정당한 명령일까요?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있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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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대법원 "마음 속 윤리적 판단에 대한 강제는 양심의 자유 침해"


회사에서 큰 잘못을 할 경우 '시말서'를 쓰게 되죠. 시말서의 시말(始末)은 어떤 일의 시작과 끝을 가리키는 일본식 한자어입니다. 우리 말로 '경위서' 정도로 순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말서가 사죄문이나 반성문의 의미가 있다고 규정한 회사의 규칙이 있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에도 상사가 근로자에게 시말서의 제출을 명령한 것이 과연 업무상 정당한 명령일까요?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있어 소개합니다.

A사의 인사규정 중 한 조항을 들여다 봅시다. 여기엔 “직원이 행한 행위가 징계사유에 미치지 않고 조직의 질서유지에 위배될 수 있는 경미한 행위를 한 경우 부서장은 해당 직원에게 지적사항을 시정하고 반성의 계기가 되도록 시말서와 함께 주의를 줄 수 있다”고 돼 있었습니다.

이것을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이 규정의 시말서는 반성문 또는 사죄문을 의미하게 됩니다. 한 직원은 이런 의미로 시말서를 제출하라는 상사의 명령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소송을 냈습니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는데요.

대법원은 “시말서가 단순히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사고 등에 관하여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죄문 또는 반성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내심(마음 속)의 윤리적 판단에 대한 강제로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2009두6605 판결)

이런 이유로 대법원은 “그렇게 규정한 취업규칙은 헌법에 위배돼 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에 따라 효력이 없고, 그에 근거한 사용자의 시말서 제출명령은 업무상 정당한 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근로자가 사고나 비위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시말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성이나 사죄의 의미를 담아 제출할 것을 강제하는 경우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런 경우 시말서를 제출하라는 상사의 명령은 업무상 정당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는 이에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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