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달걀, 면 생리대 좋지만..돈·정보 없는 소비자는 '막막'

2017. 9. 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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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물질 검출 생리대 논란과 살충제 성분 달걀 파동 뒤 풍경이다.

최근 면 생리대 만들기 수업을 한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김예미(가명·35)씨는 "생리대나 달걀 논란 뒤 믿을 수 있는 관련 정보와 대안들을 모아 놓은 임시 디지털 아카이브(정보 저장소)를 정부나 공공기관이 나서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최소 요구만 소화하기에 급급한 정부 태도를 보면 누구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힘쓰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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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소비자 리포트
유해논란 뒤 더 벌어진 '안전 격차'
2~4배 비용 더 들여야 살 수 있는 '안전'
경제력·정보력 부족한 소비자는 접근 어려워
"알 권리 보장돼야 선택 권리도 생겨"

[한겨레]

여성환경연대, 참여연대, 녹색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 경기도 군포시의 회사원 조원영(가명·33)씨는 생리 기간을 앞두고 허탈해졌다. 해외 유기농 생리대를 사려고 여러 약국과 매장을 전전했지만 모두 품절이었다. 해외 직구를 알아보니 중형 1개 값이 1200원이 넘었다. 국내 일반 생리대는 온라인 할인까지 더하면 300원 안팎이지만 사고 싶지 않았다. 조씨는 할 수 없이 국내산 유기농 커버 생리대를 샀다. 값은 일반 제품보다 2배가 넘었다.

#2. 김미선(34·전북 진안군)씨는 5살짜리 자녀를 위해 동물복지 농장에서 파는 달걀을 사기 시작했다. 정부가 산란계 농가 전수 조사를 했다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대신 1주일에 10개 넘게 먹던 달걀을 2주에 10개로 줄였다. 자녀 밥상에만 놓는다. 지역 유통업체에서는 구할 수 없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반 달걀보다 2배 넘게 비싼 값에 사먹고 있다.

독성물질 검출 생리대 논란과 살충제 성분 달걀 파동 뒤 풍경이다. 경제력과 정보력 없이는 위험 물질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누구나 평등하게 안전할 권리’는 안전 격차 사회에서 보장되지 못하는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평등하게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이 안전한지 제대로 된 정보부터 알 수 있게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리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생리컵 사진 한겨레DB

17일 쇼핑몰 업체들에 따르면, 더 안전한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커지자 관련 제품 판매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일반 생리대를 대신할 대안 생리용품인 면 생리대와 생리컵의 판매량은 수직 상승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8월29∼9월4일 면 생리대 판매는 전주보다 685%나 늘었다. 생리컵 판매량도 같은 기간 278% 증가했다. 친환경·고급 식재료를 모아 파는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는 대형마트에서 달걀 판매가 크게 줄던 시기에 오히려 판매량이 늘었다. 살충제 달걀 논란 뒤 대형마트의 달걀 판매량은 30%가량 떨어졌지만, 마켓컬리는 8월16일~9월10일 달걀 판매량이 그 전 기간에 견줘 57% 상승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안전을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층이 일부에 그친다는 점이다. 청소년과 저소득층 소비자, 지역 소비자들에겐 선택지조차 거의 없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앞서야 할 것은 그나마 접근 가능한 대책과 안전과 관련한 정보를 소비자 모두에게 알리는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생활안전팀 팀장은 “알 권리가 있어야, 선택 권리가 있다. 시민들에게 너무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만 신뢰할 만한 정보는 정작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녹색당도 “여성들이 안전한 생리용품을 찾는 ‘생리 난민’이 되고 있다”며 “해외에는 생리컵이나 다양한 종류의 면 생리대, 일체형 생리 팬티 등 일회용 생리대 외의 선택지들도 존재하지만, 한국 여성들이 이런 정보들로부터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동물권 단체 `케어'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안전한 먹거리 문화와 소비자 권리 획득을 위한 시민단체 연대 기자회견을 열어 살충제 달걀을 이용한 가공식품들로 위협받는 먹거리 문화를 비판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시민들도 안전 격차 해소를 위한 제안을 내놓는다. 최근 면 생리대 만들기 수업을 한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김예미(가명·35)씨는 “생리대나 달걀 논란 뒤 믿을 수 있는 관련 정보와 대안들을 모아 놓은 임시 디지털 아카이브(정보 저장소)를 정부나 공공기관이 나서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최소 요구만 소화하기에 급급한 정부 태도를 보면 누구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힘쓰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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