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전술 천재' 나겔스만, 바이에른 천적 군림하다

김현민 2017. 9. 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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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펜하임, 바이에른전 활동량 121.90km(바이에른 112.99km). 나겔스만, 바이에른 상대로 2승 1무 무패. 호펜하임 19세 이하 감독 시절에도 바이에른 19세 이하 팀 상대로 4승 1무 무패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호펜하임이 바이에른 뮌헨과의 2017/18 시즌 분데스리가 3라운드 홈경기에서 2-0 깜짝 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만 29세의 '천재' 율리안 나겔스만 호펜하임 감독은 바이에른 천적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 '천재' 나겔스만, 바이에른전 맞춤형 전술 들고 나오다

호펜하임이 바이에른과의 홈경기에서 마크 우트의 멀티 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기록했다. 이 경기에서 나겔스만 감독은 평소와 다른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먼저 194cm의 장신을 자랑하는 주전 공격수 산드로 바그너를 아예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던졌다. 대신 안드레이 크라마리치가 최전방 원톱에 나섰고, 그 아래에 발 빠른 공격수 마크 우트와 미드필더 전지역을 커버하는 나디엠 아미리가 위치하고 있었다. 스피드가 빠른 선수 3명을 전방에 배치해 전방 압박을 펼치면서 스피드로 수비 라인을 높게 가져가는 바이에른의 배후를 공략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이에 더해 호펜하임 핵심 미드필더 케렘 데미르바이의 수비형 미드필더 파트너로 만 19세의 유스 출신 미드필더 데니스 가이거를 선발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하바드 노르트바이트를 중심으로 벤야민 휘브너와 에르민 비차크치치가 스리백을 형성한 가운데 좌우 측면엔 평소대로 스티븐 주베르와 파벨 카데라벡이 나섰다. 다만 평소보다 주베르와 카데라벡이 최대한 오버래핑을 자제한 채 수비에 집중하면서 실질적으로 파이브백을 형성한 호펜하임이었다. 다분히 바이에른을 의식한 선발 라인업이었다.



초반 주도권을 잡은 건 바이에른이었다. 바이에른은 경기 시작 10분 만에 슈팅 4회를 시도하며 호펜하임의 골문을 위협했다. 특히 6분경 바이에른 간판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게 골문 앞에서 슈팅을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직면했으나 다행히 이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가는 행운이 있었다.

호펜하임이 초반 고전한 이유는 바로 후방 빌드업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이는 지난 시즌까지 호펜하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볼 터치를 기록했던 센터백 니클라스 쥘레와 후방 플레이메이커 제바스티안 루디가 동시에 바이에른으로 이적하면서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문제였다. 그나마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 센터백 노르트바이트를 스리백의 중앙에 배치하면서 약점을 최소화하려고 한 나겔스만이지만 이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호펜하임은 정상적인 공격조차 해보지 못한 채 바이에른의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나겔스만은 경기 시작 후 10분이 지난 시점에서 아미리를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 허리 숫자를 강화한 5-3-2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여전히 공격은 별다른 타개책을 찾을 수 없었으나 이 전술 변화와 함께 호펜하임은 적어도 후방 빌드업과 수비적인 면에서 안정성을 더하면서 10분을 기점으로 바이에른의 공격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10분 이후부터 26분까지 바이에른의 슈팅은 1회로 대폭 줄어들었다.



게다가 27분경 호펜하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리드를 잡아나갔다. 여기엔 볼보이의 센스 있는 플레이가 가미됐다.

호펜하임 역습 과정에서 바이에른 중앙 수비수 마츠 훔멜스가 사이드 라인까지 커버를 나와 길게 밖으로 걷어냈다. 이에 호펜하임 볼보이 우무트가 번개같은 속도로 새 공을 내주었고, 크라마리치가 빠르게 훔멜스가 원래 지키고 있어야 했던 빈 자리로 스로인을 연결했다. 이를 받은 우트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지체없이 파고 들어가 반박자 빠른 왼발 아웃프런트 킥으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TV 중계 카메라조차도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실제 훔멜스가 공을 걷어낸 시점부터 골이 나온 순간까지 걸린 시간은 단 6초에 불과했다. 이름도 비슷한 우무트와 우트가 합작한 골이었다.

정상적인 플레이로 이루어진 골은 아니었다. 하지만 홈 어드밴티지를 백분 활용한 공격이었다. 게다가 크라마리치와 우트 모두 빠르게 공격 전환으로 나선 걸 보면 이는 준비된 패턴 플레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나겔스만 감독 역시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볼보이들은 우리와 함께 훈련하는 학생들이다. 그들은 항상 양 사이드에서 경기 진행을 빠르게 가져가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의 선제골은 볼보이와 안드레이(크라마리치), 그리고 마크(우트)가 빠르게 스위칭해서 만들어낸 골이었다"라고 밝혔다. 

선제골이 들어가자 이후 경기는 철저히 호펜하임의 컨트롤 하에서 흘러갔다. 이제 호펜하임은 수비를 굳히면서 바이에른의 배후를 공략하는 전형적인 역습 축구를 구사할 수 있었다. 반면 바이에른은 무리하면서까지 파상공세에 나서다 역으로 호펜하임에게 뒷공간을 내주는 우를 범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에른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조급해지면서 실수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 호펜하임은 50분경 공격 진영에서 아미리의 가로채기에 이은 패스를 주베르가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으로 내주었고, 우트가 전매특허와도 같은 왼발 슈팅으로 추가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호펜하임은 대놓고 잠그기에 나섰다. 다급해진 바이에른은 57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제바스티안 루디를 빼고 아르옌 로벤을 투입한 데 이어 78분경 토마스 뮐러와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하피냐 대신 프랑크 리베리와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교체 출전시키며 공격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수비 숫자를 대폭 늘린 호펜하임의 탄탄한 수비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호펜하임은 바이에른의 파상공세를 저지하며 2-0 승리를 거두었다.

# 나겔스만, 바이에른 천적으로 자리잡다

전술의 승리였다. 이제 만 29세에 불과한 나겔스만이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전세계적인 명장 안첼로티를 상대로 전술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나겔스만이 바이에른전에 전술적으로 주안점을 둔 건 크게 3가지에 있다. 

먼저 압박이었다. 이 경기에서 호펜하임은 무려 121.90km의 경이적인 활동량을 기록했다(통상적으로 활동량은 118km면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한다). 반면 바이에른의 활동량은 112.99km였다. 사실상 선수 한 명이 더 뛴 것이나 다름 없었다. 결국 호펜하임은 압박 전술이 빛을 발하며 2번째 골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둘째로 속공이었다. 주전 공격수로 독일 대표팀에도 승선했던 바그너를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면서까지 스피드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한 나겔스만이었다. (볼보이의 도움이 살짝 가미되긴 했으나) 호펜하임의 선제골이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셋째로 이 경기에서 호펜하임 선수들(특히 우트)은 다비드 알라바의 부상으로 인해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하피냐를 프리로 놓아두는 다소 전술적으로 모험적인 움직임을 가져갔다. 대신 과거의 동료이자 현재의 적 루디를 이중 삼중으로 압박한 호펜하임이다(하단 사진 참조). 루디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호펜하임의 전술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사진출처: Spielverlagerung

결국 하피냐는 이 경기에서 풀타임이 아닌 77분을 소화했음에도 양팀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107회의 볼 터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 왼쪽 측면 수비수가 아니다 보니 공격 지원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오른발잡이다 보니 한 번 접고 크로스를 올리다 보면 이미 호펜하임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은 이후였다.

게다가 만 19세 수비형 미드필더 가이거의 깜짝 선발 출전도 빛을 발했다. 가이거는 62분을 소화하는 동안 호펜하임 선수들 중에선 가장 높은 83.3%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며 후방 빌드업에 크게 기여하는 한편 영리한 위치 선점을 통해 바이에른 오른쪽 측면 공격수 토마스 뮐러의 중앙 침투를 저지해냈다. 이에 대해 독일 전술 전문 사이트 '슈필페어라거룽'은 "가이거가 바이에른 선수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라고 표현했다.

초반 계획대로 경기가 흘러가지 않자 10분 만에 기본 포메이션 바꾸면서 빠른 전술 수정을 통해 대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미 나겔스만은 지난 시즌에도 바이에른 상대로 1승 1무 무패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도 승리하며 안첼로티와의 맞대결에서 2승 1무 무패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슈필페어라거룽'은 "나겔스만은 안첼로티의 크립토나이트(만화 및 영화로 유명한 슈퍼맨에 나오는 광물로 슈퍼맨의 힘을 약화시키고 사망에 이르게 만들 수 있다)"라는 제하의 분석글을 올렸다.

비단 나겔스만은 안첼로티에게만 강한 게 아니다. 나겔스만은 호펜하임 1군 감독에 부임하기 이전이었던 호펜하임 19세 이하 감독 시절에도 바이에른 19세 이하 팀을 상대로 4승 1무 무패를 기록했다. 즉 바이에른과의 경기에서 6승 2무 무패를 이어오며 절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나겔스만이다(공교롭게도 나겔스만은 바이에른 더비 라이벌 1860 뮌헨 유스 출신이다).

호펜하임은 시즌 초반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루디와 쥘레가 떠나면서 지난 시즌 호펜하임의 주 포메이션이었던 3-1-4-2에 균열이 발생하자 나겔스만은 3-4-2-1 포메이션을 통해 변화를 모색했으나 리버풀과의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모두 패하며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루디의 역할을 대신할 선수는 없었고, 쥘레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영입한 노르트바이트는 리버풀전을 통해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냈으며, 백업 수비수 에르민 비차크치치는 패스 능력이 떨어지기에 후방 빌드업을 중시 여기는 나겔스만의 전술과는 상충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에 나겔스만은 베르더 브레멘과의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선 3-1-4-2을 재차 가동했고,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2라운드 경기에선 4-3-3으로의 변신을 모색했다. 당연히 매 경기 선발 출전 선수 변화의 폭도 상당히 크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던 호펜하임이었다.

하지만 이런 힘든 여건 속에서도 호펜하임은 개막전에서 1-0으로 승리했고, 레버쿠젠 원정 경기에서도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게다가 이번엔 바이에른이라는 대어를 잡는 데 성공한 호펜하임이다. 아직 경기력은 지난 시즌 대비 안정성이 떨어지는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중심엔 바로 나겔스만의 상대팀 대비 유연한 전술 변화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겔스만이 있기에 호펜하임은 이번 시즌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펜하임 전력의 절반 이상은 바로 나겔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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