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 중심 대안학교.. 학년 없이 나만의 공부"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2017. 9. 1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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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혁명대 프렙스쿨' 문 연 송재열 공부혁명대장
학업 부담 줄인 '숙제 없는 학교'
소수 정예반.. 1대1 맞춤 학습
다양한 체육 활동 수업도 병행

자기주도학습 중심 대안학교가 서울 송파에서 문을 열었다.

송파·대치·목동에서 학습 컨설팅 센터를 운영 중인 '공부혁명대'가 지난달 21일 개교한 '공부혁명대 프렙스쿨'이다. 학생들이 효율적으로 고입·대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교과 중심 대안학교다. 공부혁명대의 송재열 대장이 지난 15년간 지도 경험을 토대로 중·고교 커리큘럼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학습력과 사고력을 키워 입시에 대비할 수 있게 한다. 송 대장은 "하루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 수업으로 채우는 요즘 아이들을 보며 새로운 개념의 대안학교 설립을 결심했다. 학습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휴식을 길게 확보함으로써 아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했다.

교과 자기주도학습 중심 대안학교 ‘공부혁명대 프렙스쿨’을 운영하는 송재열 공부혁명대장./공부혁명대 제공

◇우리는 책가방 없이 학교에 다닌다

송 대장은 "이곳은 책가방 없는 학교"라고 했다. 학교에서만 공부하고, 학교를 나서면 취미 활동을 하거나 휴식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하교 시 모든 책을 사물함에 두고 간다는 것이다. 그는 "주어진 시간에 강의 수강과 예·복습을 다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일과는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한다. 학생들은 셔틀버스나 대중교통으로 등교해 스스로 하루 계획표를 세운다. 간단한 영단어 테스트를 한 뒤 오전 9시부터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간다. 수업(각 75분)은 크게 특강과 자기주도학습으로 구성된다. 하루에 특강 3~4개와 자기주도학습 4~5개를 진행한다. 특강에서 배운 것을 자기주도학습 시간에 예·복습하는 식이다. 송 대장은 "강의 듣는 것보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 게 훨씬 중요하다. 충분히 자습하지 못하면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모든 일정은 오후 10시 전 마무리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한다. 토요일은 오후 5시에 끝난다. "이렇게 하면 자기만의 공부시간이 하루 10시간 나옵니다. 대한민국에서 자습시간을 매일 이만큼 확보할 수 있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정규 학교에 다니고 학원까지 가다 보면 불가능하죠. 우리 학교에선 아이들이 하교 후 더 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어요.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면 더 해서도 안 되고요."

그렇다고 정규 학교보다 수업이 적은 건 아니다. 시간표는 국어·수학·영어·과학·사회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국어는 인문 사회 과학 독서·세계문학 독서, 수학은 중학대수학·중학도형·수학1·수학2·미분과적분1·확률과통계·미분과적분2·기하와벡터를 가르친다. 영어는 텝스(TEPS)를 중심으로 하는데, 문법·구문·독해로 이어지는 U&U(understanding&using) 방식으로 배운 문법을 문장에서 활용하며 익히도록 지도한다. 한 반 인원은 6~9명이며, 학생 수준에 맞춰 무학년제로 운영한다. 필요한 경우 과목별 개인 지도를 한다.

송 대장에 따르면 이 학교에선 담임교사와 학생 사이에 끊임없는 소통이 이뤄진다. 담임교사가 아이들 바로 옆에서 상주하며 매주 1대1 학습 및 생활 컨설팅을 해 준다. 공부 계획·문제점·진로 진학·심리 등 다각도로 상담한다. 송 대장은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담임 선생님을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거나 조언을 구하는 등 사제 간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시험은 백지 위에 쓰는 논술식으로 진행한다. 교사가 목차와 시험지를 제공하면, 목차를 중심으로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최대한 세밀하고 논리 정연하게 작성해야 한다. 시험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담임교사와 과목별 교사가 학생과 심층 면담을 해 성적 부진 요인을 분석하고 학습 전략을 다시 세우도록 한다. 절대평가 방식이므로, 남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다.

운동장이 없지만 체육 활동은 어느 학교보다 활발하다. "주변 스포츠센터와 협업해 매주 2시간씩 전문 지도자 수업을 합니다. 수영·테니스·볼링·실내 클라이밍 등을 다양하게 가르쳐요. 지금 재학생들은 볼링을 배우고 있는데, 벌써 3주가 지나면서 실력이 늘어 남녀 학생 모두 체육시간을 '게임 시간'으로 여기더군요."

◇공부 잘하고 싶은 학생을 적극 돕는 학교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3세부터 17세까지 지원 가능하며, 학교 커리큘럼과 학생의 성향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심층적인 입학 상담을 거친다. 학생은 학부모와 함께 방문 면담을 한 뒤 1차 입학 테스트를 치른다. 이를 통과한 학생은 공부혁명대 프렙스쿨에서 일주일간 공부하면서 공부 집중도와 학교 적응도를 체크한 뒤 최종 합격 여부를 통보받는다. 송 대장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주로 본다"며 "실제로 공부하는 자세를 지켜보고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최종 합격점을 주고,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다른 곳으로 가도록 권한다"고 했다.

이곳에 입학하게 되면 원래 다니던 중·고교를 다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재학생들은 검정고시도 함께 준비한다. 그럼에도 고교에 가기 전 공부 습관을 제대로 들이고 학습력을 다지려는 중학생 학부모의 상담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 송 대장은 "중학교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대입 결과가 달라진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에 학업 능력을 높이고 주요 과목 대비를 어떻게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말이 아닙니다. '올바른 예습'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중학교부터 쌓아올린 실력이 고등학교까지 이어져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결과를 냅니다."

고교생의 경우 검정고시를 거치면 대입 문이 좁지 않을까. 송 대장은 "내신 성적이 좋지 않다면 수시모집으로 명문대에 입학하기 어려워 어차피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며 "정시모집을 공략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입 검정고시와 수능 준비 과정을 운영한다"고 했다. "공부를 잘하고 싶지 않은 학생은 없습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제대로 노력한다면 누구나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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