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우리 새끼' 엄마들이 '모벤저스'가 된 비결은

2017. 9. 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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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송 뭐냐"며 김희선은 울었고, 김종국은 진땀을 뺐다.

출연자들이 녹화 도중 자유롭게 돌아다니는가 하면, 돌직구 질문도 서슴없이 들어온다.

이런 어머니들의 활약에 힘입어 방송 1돌을 맞은 <미운 우리 새끼> 는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모처럼 지상파 예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김건모 어머니는 방송사를 통해 "재미뿐 아니라 유익함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토니안 어머니는 "<미운 우리 새끼> 가 <예쁜 우리 새끼> 가 될 때까지 파이팅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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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새' 인기 8할은 연예인 뺨치는 어머니들
저마다 캐릭터 형성에 유행어도 생겨

편안한 녹화 위한 제작진 배려 숨어 있어
촬영 부담 줄이려고 검은 천에 카메라 숨기고
사전 주문 없이 녹화 도중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대화
대기실엔 당 보충 위한 초콜릿, 자양강장제 상비

제작진 "우리 어머니 같은 편안한 모습이 인기 비결"

[한겨레]

연예인 뺨치는 ‘끼’와 말재주로 화제를 모으는 어머니들. 초대손님으로 나온 가수 김종국이 어머니들의 장난에 웃고 있다. 에스비에스 제공

“이 방송 뭐냐”며 김희선은 울었고, 김종국은 진땀을 뺐다. 출연자들이 녹화 도중 자유롭게 돌아다니는가 하면, 돌직구 질문도 서슴없이 들어온다.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연예인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신동엽? 서장훈? 아니! 바로 <미운 우리 새끼> ‘모벤저스’ (엄마를 뜻하는 한자 ‘모’+영웅들이 나오는 영화 <어벤져스>)어머니들이다.

김건모 어머니, 박수홍 어머니, 토니안 어머니, 이상민 어머니까지 <미운 우리 새끼> 인기의 8할은 바로 어머니들이다. <미운 우리 새끼>는 어머니들이 연예인 아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인데, 예능의 생리를 알지 못하는 어머니들의 계산되지 않은 말과 행동 등이 신선함을 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쟤가 왜 저럴까잉~”(박수홍 어머니) “쓸데없는 소리”(김건모 어머니) 등 나이는 들었지만 철없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게 웃음을 유발한다. 평소 말투나 성격을 그대로 녹아내어 캐릭터를 형성했고, 연예인도 만들기 힘든 유행어를 양산하면서 방영 초기 ‘구시대적 가족관’이라는 비판까지 잠재웠다. 이런 어머니들의 활약에 힘입어 방송 1돌을 맞은 <미운 우리 새끼>는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모처럼 지상파 예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미운 우리 새끼>는 어머니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세트를 검은 천으로 둘러쌌다. 카메라를 숨겨 두고 세트장에는 진행자와 어머니만 있게 해 녹화의 긴장감을 떨치게 했다. 사진은 검은 천으로 둘러싼 세트 밖에서 조용히 촬영하는 스태프들. 에스비에스 제공

방송 출연 경험이 없는 그들이 예능인 뺨치는 끼를 발산할 수 있었던 데는 제작진의 ‘특급 배려’가 있었다. 제작진은 어머니들이 카메라를 부담스러워할 것을 우려해 세트를 아예 검은 천으로 둘러쌌다. 곽승영 피디는 “녹화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려고 세트에는 진행자들과 어머니들만 있게 했다. 카메라와 스태프는 검은 천 밖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세트에는 메인 카메라 한 대만 뒀고, 출연자들을 찍는 카메라 5대는 세트장을 둘러싼 검은 천에 구멍을 내 그 밖에서 촬영한다.

진행자 신동엽은 프로그램 시작 전 제작진한테 “어머니들한테 어떤 주문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하나를 못하게 하면, 두세 개를 다 못하는 게 비연예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촬영 도중 돌발 상황은 기본이다. 어머니들은 초대손님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화장실에 가는가 하면, 녹화 중에 졸기도 한다. 진행자가 질문을 하고 있는데도 갑자기 “배추값이 너무 올랐는데 김장은 어떻게 하셨냐”며 잡담도 나눈다. 여느 예능프로그램 같으면 촬영이 중단되거나 조는 사람을 깨우거나 잡담하지 말라고 경고를 하겠지만,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모든 게 다 허용된다. 곽 피디는 “어머니들은 녹화 중간 쉬는 시간에 대기실에서는 수다를 떠시고 주로 세트장에서 주무신다”며 웃었다. 어머니들을 섭외하는 건 뜻밖에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한테 좋다”는 말에 모두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연료도 나오냐”며 깜짝 놀라던 어머니들이 출연을 결심하면서 요구한 건 하나 있다. 바로 초콜릿. 곽 피디는 “모두 70살이 넘은 어르신들이다 보니 당 떨어진다고 초콜릿은 반드시 달라고 하셨다”며 웃었다. 대기실에는 다른 녹화장에서 보기 힘든 자양강장제도 늘 놓여 있다.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어머니들도 유명인이 됐다. 어머니들은 이런 현실을 지금도 신기해한단다. “적응이 안 되시는 것 같아요. 마트 갈 때도, 사우나 갈 때도 그냥 편하게 다니시는데 자꾸 알아보시니까 힘든 점도 있으신 것 같아요. 그 부분이 걱정도 되고요.”(곽 피디) 그러면서도 어머니들은 도리어 얼굴 알려진 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곱씹는다고 한다. 김건모 어머니는 방송사를 통해 “재미뿐 아니라 유익함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토니안 어머니는 “<미운 우리 새끼>가 <예쁜 우리 새끼>가 될 때까지 파이팅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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