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중심은 허리, 필기의 중심은 '핵심어'

2017. 8. 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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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노트 필기법
'필기=줄글' 아냐, '핵심단어' 정리 중요
취약과목 뭔지 알아보고 2~3개로 추려
국어 시 단원이면 '시인 노트' 등 만들어봐
동그라미·네모..마인드맵 이미지화
필기만 잘해도 학습 이해도 쑥쑥 올라
1. 일신여고 3학년 최가영양은 문단 앞에 번호를 달고 도형·화살표 등을 이용해 ‘국어 지문을 구조화하는 필기법’을 찾았다. 최가영양 제공 2.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학년 김진경씨는 고교 시절에 ‘마인드맵’ 방식으로 ‘영문법 노트’를 만들었다. 핵심어를 적은 뒤 해당 개념을 확장해 나가는 방법이다. 김진경씨 제공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인터넷 강의’ 앱에 접속하고, 학습 누리집에 들어가 마우스 클릭 몇 번 하면 교과별 핵심 정리가 눈앞에 뜬다. 부모 세대에게는 손에 연필 쥐고 굳은살 생길 때까지 필기하는 모습이 모범생의 전형이지만, ‘터치와 클릭’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노트 필기 자체가 고역이다. 하지만 학습법 전문가들은 핵심어와 도식화를 통한 노트 필기가 습관이 되면 학습 이해도가 자연스레 높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2학기를 본격 시작하며 ‘이번엔 제대로 공부해보자’고 다짐하는 아이들. 학습 동기 부여의 한 방법으로 ‘노트 필기 제대로 하는 법’을 소개한다.

국어·사탐, 핵심어 적고 ‘살 붙여 나가기’

과목별 정리 노트를 무작정 여러 권 만든다고 학습 효율이 오르는 건 아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자신의 취약 과목 2~3개를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대 합격생 노트 정리법>을 쓴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경영학) 2학년 김진경씨는 “국어 영역에서도 문학, 비문학 등 자신 없는 과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김씨의 경우 문학 가운데 ‘현대시’가 어려워 ‘시인 노트’를 만들었다. 다양한 비유 표현이 쓰인 시를 이해하려고 참고서 등에 나온 시의 주제, 표현법의 종류 등을 무조건 암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김씨는 “두꺼운 스프링 노트를 사서 시인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정렬했다. 시를 읽어본 뒤 주인공이 처한 상황, 눈물이나 어둠 등 화자의 심리를 나타내는 핵심 단어를 노트에 적었다”고 했다.

시인 이육사의 ‘광야’를 보면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등 구절이 있는데, 이때 ‘초인’과 ‘광야’ 등 핵심어만 노트에 적어놓는 방식이다. 그다음 모의고사에서 이육사의 시 ‘절정’이 나오면 마찬가지로 ‘강철로 된 무지개’ 등 핵심어를 이어 기록한다. 김씨는 “공부하면서 각 시의 핵심어를 노트에 적고 파생하는 의미 등을 1~2줄씩 정리해 살을 붙여 나가는 것”이라며 “고교 시절 동안 차근차근 핵심어 노트를 채워 보면 ‘저항시인’이라는 개념을 외우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된다. 몸의 중심이 허리라면, 필기의 중심은 핵심어”라고 강조했다.

충북 청주시 일신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민주양은 ‘핵심어 필기법’을 사회탐구 공부에 적용했다. 수업 시간에는 집중해서 듣고, 쉬는 시간이 시작되면 미리 준비해둔 ‘사탐 핵심어 노트’에 최대 5개의 핵심어를 ‘뿌리듯’ 적었다. 김양은 “수업이 끝난 뒤 약 5분만 투자하면 된다. 주요 개념을 ‘단어 덩어리’로 만들어 머릿속에 저장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한국학습클리닉센터 최귀길 대표는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교과 주요 개념 사이의 연결고리가 탄탄하다는 것”이라며 “핵심어 필기법은 수업에서 알게 된 새로운 지식을 ‘키워드 덩어리’로 만드는 과정이다. 어렴풋한 교과개념을 단어로 만들어 구조화하면 학습 이해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영어, 어려운 문법 ‘마인드맵’ 그려보기

중학교 때와 달리 어려운 용어가 많아지는 것도 고교 학습의 문턱을 높게 한다. 영문법만 해도 ‘투(to) 부정사의 용법’, ‘과거완료 시제와 현재진행형, 미래완료 시제’ 등 영어 못지않게 복잡한 한글 용어가 아이들을 주눅 들게 한다. 김진경씨는 “고교 1학년이 지나기 전에 자신만의 ‘영문법 노트’를 만들기를 권한다”며 “서점에서 자신이 보기 편한 문법책을 한 권 고른 뒤, 문법 쓰임새에 따라 마인드맵을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투 부정사의 용법’이라는 동그라미를 노트 중앙에 그려 넣은 뒤 ‘가지치기’를 시작하는 거예요. 부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 명사적 용법 등을 선으로 이어 그려 나가면서 주요 구문도 2개씩 적어보는 거죠. ‘부사적 용법’이라는 말에서 ‘부사’를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또 선을 그려 넣어요. 그리고 ‘부사’의 정의를 간략히 써보는 방식으로 ‘거대하고 촘촘한 영문법 지도’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입니다.”

학습 내용을 이미지화하는 마인드맵을 꼭 노트 위에만 적용하라는 법은 없다. 일신여고 3학년 최가영양은 도형이나 화살표 등을 이용해 교과서 지문을 구조화하는 방법도 찾았다. 국어 교과서 지문을 문단별로 분석할 때 핵심 단어 및 복선, 필자의 주장이나 근거를 네모, 동그라미, 세모 등으로 표시한 뒤 이어지는 문단의 핵심어와 화살표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최양은 “국어 지문은 대체로 양이 많고 처음 보는 내용이 많아서, 교과서나 모의고사에서 나올 때마다 ‘지문 구조화’를 하는 편이다. 문단 시작점에 번호를 달고, 주요 단어들을 화살표로 연결해보면 글의 흐름과 문장 사이의 관계를 쉽게 파악하는 눈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한 글자씩 모든 것을 문장으로 적어 내려가는 필기법보다는, 지문을 읽을 때 적절한 도형과 화살표로 표시하는 게 저만의 필기 방식이에요. 펜 색깔도 3개 정도면 충분하고요. 지문 안에서 반의어, 유의어 등 관계를 살피기에도 도형·화살표 표시법은 유용합니다. 노트뿐 아니라 교과서 자체가 하나의 마인드맵이 되는 거예요. 필기에 왕도는 없으니까요.”

수학, ‘오답봉투’로 ‘나만의 문제은행’ 만들어

노트를 펼치고 연필로 써내려가는 필기법에 익숙하지 않다면, ‘오답노트’가 아닌 ‘오답봉투’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수학의 경우 보통 ‘개념정리→문제풀이→채점→오답노트’의 과정을 거쳐 학습 이해도가 높은지 낮은지를 판단하는데, 오답노트로 큰 효과를 못 봤다면 자신의 성향에 따라 학습법을 달리해볼 필요도 있다.

수학 과목 단원별로 종이봉투를 하나씩 준비한 뒤 단원 제목을 봉투 겉면에 쓴다. ‘이차함수와 이차방정식’, ‘미적분’,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 등 봉투가 만들어졌으면, 자신이 틀린 문제만 추린 뒤 해설까지 클립으로 묶어 해당하는 봉투에 넣는다. 김진경씨는 “한마디로 ‘오답 문제은행’을 만드는 것”이라며 “랜덤으로 문제를 ‘추첨’해서 풀어보는 게 재미있고, 반복 학습을 꾸준히 할 수 있어 효과도 좋다”고 했다.

오답봉투를 비롯해 노트 필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학습 목표와 차례를 적어보는 게 우선이다. 일신여고 조용해 부장교사는 “단원별 노트 정리 할 때 학습 목표를 앞장에 먼저 적는 게 좋다”고 했다. “내신이나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교과목 전체 흐름을 조망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과 목표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노트 필기, 오답봉투 등 여러 가지 방법도 효과를 낼 수 있어요.”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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