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지독하게 둔감한 남자의 치명적 반전

2017. 8. 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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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런던에서 빈티지 카메라 상점을 운영하는 토니(짐 브로드벤트)에게 어느날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그 안에는 잊고 지냈던 첫사랑 베로니카(프레야 메이버)의 어머니 사라 포드의 부고와 유언장이 담겨 있었고, 토니는 유언장에 언급된 친구 에이드리안(조 알윈)의 일기장을 받기 위해 베로니카를 수소문 하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재회한 노년의 베로니카(샬롯 램플링)는 토니에게 한 통의 편지를 건네고, 토니는 자신의 기억과 전혀 다른 과거를 마주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원작소설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소설은 거대한 혼란의 운명과 마주한 한 남자의 초상을 치밀한 구성으로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줄리언 반스는 소설에서 1부의 10~20대 시절과 2부의 노년 시절을 데칼코마니처럼 겹치게하는 흥미로운 플롯으로 ‘기억의 미스터리’를 정교하게 형상화했다. 영화는 플래시백 기법을 적절하게 사용하며 원작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원작의 톤과는 다른 결말로 밝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짐 브로드밴트는 원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체화한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샬롯 램플링 역시 날카로우면서도 무표정한 연기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철학적 사색에 빠진 에이드리안 역의 조 알윈, 속을 알 수 없는 젊은 베로니카 역의 프레야 메이버, 에이드리안과 베로니카가 사귄다는 소식을 듣고 치기어린 감정에 휘둘린 젊은 토니 역의 빌리 하울 등의 연기 앙상블이 인상적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자신이 저질렀던 일을 40년의 세월 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던 지독하게 둔감한 남자의 이야기다. 생존본능에 따라 평균적인 삶을 영위했던 보통 남자는 종국에 이르러 젊은 시절 기억의 뒤틀림이 잉태한 치명적 반전 앞에 회한의 감정에 사로 잡힌다. 되돌릴 수 없고, 어찌해 볼 수 없는 뒤늦은 탄식이 어찌 토니만의 일이겠는가.

리테쉬 바트라 감독은 원작에는 없는 ‘고장난 시계’를 토니의 손목에 채웠다. 모든 사건의 내막을 알게된 토니는 시계를 바라보며 깨닫는다. 인간은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고장이 났을 때만 뒤를 돌아보는 서글픈 운명이다.

[사진 제공 =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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