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 돕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의 '행복울타리 협동조합'

최재성 2017. 8. 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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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 캠페인-12. 전남 강진 '행복울타리 협동조합'

기초생활수급자들이 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까?

억만금을 갖고도 나눔에 인색한 이가 허다한 사회라 선뜻 이해가 안 가는 그림이다.

한데 처절한 몸부림으로 나락에서 헤어나 삶의 터전을 일구고 마침내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까지 하는 가슴 따뜻한 이들이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한 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 동성리의 '행복울타리 협동조합' 구성원들이다. 2015년 6월 착한가게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지금까지 꼬박꼬박 기부금을 내고 있다.

사실상 조합을 이끄는 서명선 이사(47)는 억대 연봉을 받던 증권회사 직원이었다. 그러나 빚보증과 투자한 주식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됐고, 그 후유증은 희망퇴직으로까지 이어졌다. 2003년 10월의 일이다.

서 이사는 음식배달과 대리운전,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아내는 과일 노점상으로 힘을 보태 종잣돈 2,000만 원을 마련했다. 그 돈으로 해남에 있는 민물장어 전문식당을 인수했다.

"개업한 지 두 달 만에 위기가 찾아왔어요. '발암물질이 검출된 중국산 장어가 유통된다'는 언론 보도로 국내산 장어 사업까지 된서리를 맞은 겁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 보겠다고 대출까지 받아 공격적으로 운영을 계속했지만, 이번엔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팔수록 손해 보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때마침 아내가 셋째까지 임신해 결국 가게를 접고 포항의 공사현장에 뛰어들었죠."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1년쯤 지났을 무렵 강진군에서 셋째 아이 출산 장려금으로 1,000만 원을 준다는 뉴스를 접한 후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강진으로 향했다. 강진군청 행정 인턴이란 일자리까지 얻어 한숨 돌린 지 석 달쯤 된 어느 날 아기가 혈소판감소증으로 입원, 병원비가 또 숨통을 조였다. 다행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아 한숨 돌렸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면서 안정을 찾아갔다.

"세 자녀 이상 무상 임대주택인 행복울타리 입주자로 선정되면서 협동조합의 싹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입주자 중에서 뜻이 맞은 기초생활수급자 다섯 가구가 자활사업에 참여한 거죠. 전남강진지역자활센터 조리사업단에서 군내 결식아동의 밑반찬을 만들어 배송하고 기업체 도시락도 판매했습니다. 거기서 3년간 일해 모은 돈으로 2014년 말 자활기업의 터전인 '행복울타리 협동조합'을 설립한 겁니다."

도시락 사업을 계속하면서 황칠나무를 활용한 식품제조-가공-유통사업에 황칠 백숙요리까지 추가했다. 간판도 '황칠나라'로 내걸고.

수익이 발생하자 가장 먼저 떠올린 게 그간의 도움에 대한 보답이었고, 자연스럽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 캠페인 참여로 이어졌다.

서 이사는 생계가 곤란한 최우화 조합장의 자녀들을 위해서도 밤낮으로 뛰고 있다. 모교인 순천 효산고를 찾아가 중3 아이의 학비와 기숙사비를 해결했고, 중1 쌍둥이의 학원비 부담을 덜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기탁 신청도 했다. 월급에서 8만 원씩 나가도록. 그리고 작년 보건복지부 주최 자활성공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의 부상으로 받은 상금 50만 원도 고스란히 쌍둥이 교복비로 지원했다.

사실 요즘 협동조합이 좀 어렵다. AI 사태로 작년 11월 이후 식당 매출이 80%나 줄었다. 조합원 2명은 월급 받기 미안하다며 요양보호사로 전업했고, 서 이사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구직활동을 벌인 끝에 강진군재향군인회 사무국장으로 취업했다. 이렇듯 모두가 헌신하니 행복울타리는 여전히 희망으로 가득하다.

"어려울 때 국가가 나를 도와줬으니 이젠 그 보답을 위해 노력할 겁니다. 우선은 신학기 때마다 한두 명의 교복비를 책임지고 싶어요. 교복비 없는 아이들이 가장 안쓰럽잖아요."

서 이사의 나눔 활동은 쓰디쓴 경험 때문인지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글·사진=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전남 강진에서 자활기업 '황칠나라'를 운영하는 서명선(오른쪽)-최영자 부부. 주위의 도움으로 숱한 위기를 넘겨온 이들이기에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3만 원 이상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13년째인 올해 4월 2만 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 홍보한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집중 가입 기간에는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하여 새로운 착한골목과 착한거리도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협회 단위의 회원 가게들이 동참하는 단체형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문의 :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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