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럼-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초연결사회, 우리는 오지가 그립다

2017. 8. 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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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의 사전적 의미는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의 깊숙한 땅'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지를 이런 사전적 의미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흥미로운 건 오지로 들어간 사람들의 그 자연적인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거꾸로 우리가 사는 도시의 삶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러한 초연결사회에서 오지는 우리에게 일종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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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의 사전적 의미는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의 깊숙한 땅’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지를 이런 사전적 의미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딘지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소외된 곳이란 부정적 인식이 그 단어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오지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소외된 곳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오히려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는 곳이고, 나아가 현실에서 잃고 있던 삶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지에 대한 긍정적 시선은 이미 2008년도에 <MBC스페셜>에서 방영되어 화제가 됐던 ‘곰배령 사람들’ 같은 방송프로그램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오지인 곰배령에서 사는 사람들의 친자연적인 삶에 시청자들은 오지가 가진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2년부터 지금껏 방영되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다>는 이러한 오지의 매력을 그 곳에서 살아가는 자연인들의 삶을 통해 확인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할 당시만 해도 자연인들은 어딘지 기인 같은 느낌을 주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대안적인 삶으로 다가오고 있다.

<SBS 생방송투데이>에서 월요일마다 방영되는 ‘오지기행 어디로’ 같은 코너에서는 은퇴한 이들이 오지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KBS에서 여름특집으로 방영된 6부작 <그 섬에 살고 싶다>는 가파도, 비양도 같은 오지라 불리는 섬에서 살아가는 쉽지 않은 삶의 편린들을 담아내면서도 그것이 도시인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처럼 다가올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경쟁하지 않고 잡히면 잡히는 대로 친구들과 저녁 한 끼를 나누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삶은, 결코 녹록치 않은 오지의 삶마저 한번쯤 꿈꾸고픈 삶으로 느껴지게 했다.

흥미로운 건 오지로 들어간 사람들의 그 자연적인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거꾸로 우리가 사는 도시의 삶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오지기행 어디로’에서 소개됐던, 자식대신 닭, 개, 염소 등을 키우며 살아가는 부부가 들려준 깜돌이라는 염소의 이야기가 그렇다. 초유를 먹지 못해 죽어가는 걸 무려 백만 원을 들여(염소 한 마리 가격이 몇 만원이었단다) 깜돌이를 살려놓았는데, 그 염소가 새끼를 쳐서 온 집안 가득 염소들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모든 게 돈의 가치로 환산되는 도시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생명을 우선으로 하는 자연의 삶이 어떤 식으로 진짜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잘 보여준 사례였다.

이른바 우리가 사는 사회를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라고 부른다. 모든 것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어 가만히 있어도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내게로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그 연결이 끊어진다는 건 스스로 고립되고 소외된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이 초연결사회의 피로가 우리네 삶을 본질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끊임없이 그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호응하며 살아가다보니 정작 나란 존재는 희미해져버리더라는 것.

그래서 이러한 초연결사회에서 오지는 우리에게 일종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아직까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있어 연결이 닿지 않는 그 곳이 초연결사회로 인해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는 곳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지는 더 이상 소외가 아닌 회복의 의미가 아닐 수 없다. 휴가철이면 이제 기꺼이 들어가고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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