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서번트 증후군 은성호, 9년 추적한 빛과 그림자

연휘선 기자 2017. 8. 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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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서번트 증후군 은성호 씨 스틸 컷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SBS 스페셜'이 서번트 증후군 환자이자 연주자인 은성호 씨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6일 밤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SBS 스페셜' 483회는 '서번트 성호를 부탁해' 1부로 꾸며졌다.

지난달 9일 혼자서는 단추 하나도 쉽게 잠그지 못하는 남자가 생애 첫 콘서트를 열었다. 일명 서번트(Savant) 증후군을 알고 있는 은성호(34세) 씨였다. 은성호 씨는 자폐성 장애가 있지만 암기력과 계산능력이 뛰어나고 음악에 재능을 가진 연주자다. 자신의 감정 표현도 의사소통도 어렵지만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연주할 때만큼은 타고난 '음악쟁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화성학에 통달했고, 자신이 연주한 모든 악보를 외우며 변주를 오갈 수 있다. 그를 지도했던 교사는 그에 대해 '전 세계 0.01%'라고 평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은성호 씨를 '음악쟁이'로 살 수 있도록 만든 사람은 그의 엄마 손민서 씨였다. 은성호 씨가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엄마는 13년이 넘도록 발달장애 아들의 손을 이끌고 서울을 헤매고 있다. 그 결과 은성호 씨에게는 다양한 이력이 생겼다. 드림위드 앙상블 수석단원, 수원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힐링문화사업단 연주자, 윈드단원 심포니 수석으로 517시간 봉사 연주 등이다.

하지만 남이 읽는 책을 뺏어 보려 하고 갑자기 자기만의 생각에 빠진 채 소리를 지르는 은성호 씨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 엄마는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다. 엄마는 처음 다큐멘터리 촬영을 시작한 2008년보다 이제는 확연히 쇠약해졌다. 엄마는 언제까지 은성호 씨를 뒷바라지할 수 있을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들이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하는 것뿐이다.

이 가운데 동생 은건기(28세) 씨는 기가 막혔다. 엄마가 자신에게 형을 맡기려고 하기 때문. 그는 장애인 형 때문에 자신은 버려지다시피 했는데 왜 자신이 형까지 떠맡아야 하는지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은건기 씨도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형의 재능과 장애 앞에서 늘 뒷전이 되고 만다. 이에 은건기 씨는 "우리 엄마도 가끔 생각해 보지 않겠나. 형한테 쏟을 걸 나한테 쏟았으면 어땠을까. 내가 되게 잘 됐을 수도 있다"며 후회했다. 결국 그는 대학도 자퇴하고 생계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무관심 속에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음악에 재능을 가진 은성호 씨, 그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로 인해 그의 음악에 매달리는 엄마, 그럴수록 더 틈이 벌어지는 은건기 씨와의 관계. 완벽하게 소통을 거부하는 사람과 일생을 대면해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스스로를 소외시킨 채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것은 어떤 운명일까. 그리고 그에게서 어떤 찬란한 빛 한 줄기가 보인다면 그리고 그것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된다면 삶은 어떤 모습일까.

서번트 증후군은 사회성이 일반인보다 현저하게 떨어져 혼자 있으려 하는 경향이 높고 특정 행동을 반복하며 지능이 떨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하지만 특정 영역에서는 천재성을 발휘해 예술적인 감각을 자랑하기도 한다. 서번트 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뇌 손상, 뇌염같은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되기도 한다. 이 천재성은 자폐증이나 지적 장애 환자 20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며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넘치는 음악적 재능과 부족한 사회성 사이,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은성호 씨의 가족들은 각기 다른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 'SBS 스페셜' 제작진은 9년 동안 은성호 씨 형제의 시간을 추적하며 그들의 희로애락을 포착했다. 은성호 씨가 서번트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을지 남은 이야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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