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투기 잡으면 성공?..6·19이후 非강남권이 더 올랐다
文정부 추경·임금인상 정책, 도시재생사업도 집값 부채질
◆ 부동산 추가대책 ◆
7월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19 대책 발표 이후 7월 24일까지 서울에서 구별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지역은 노원구로 1.59%나 급등했다. 이어 성동구(1.21%) 영등포구(0.99%) 강서구(0.94%) 광진구(0.93%) 등이 상위 5위권을 형성했다.
대책 발표 이후 강남 4구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이 상당수다. 특히 영등포구와 강서구를 비롯해 양천구(0.87%) 구로구(0.79%) 동작구(0.79%) 금천구(0.72%) 등이 포함된 서남권, 성동구 중구(0.84%) 종로구(0.75%) 등을 주축으로 한 도심권이 강세를 보였다. 그동안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강남권보다는 상대적으로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 있던 곳들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 지역은 정부 규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에 그동안 상승에서 소외돼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곳으로 매수세가 옮겨 간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결과는 '강남권과 투기세력을 잡으면 집값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정부 시각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 들어 시중 단기자금이 1000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강남 지역을 막아봤자 다른 지역으로 '풍선 효과'가 옮겨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강남권 대신 다른 지역으로 유동자금을 집중시키고, 다시 이 흐름이 강남권으로 넘어오는 '순환매 장세'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최근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집값이 6·19 대책 이후 급등한 사실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이들 지역의 상승세는 전세가율이 높아 갭투자 수요가 상당분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분당 일산 등지의 조성 초기에 지어진 아파트 전세가율은 75~80%에 달한다. 최근 서울 집값이 상승하면서 전세금과 매매가 차이가 벌어지자 저평가된 것으로 평가받는 분당으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렸다는 뜻이다.
게다가 요즘 경제 상황은 시장에 유동성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추경 조기 집행과 최저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 문재인 정부 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가져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매년 10조원 이상 투입될 도시재생 뉴딜도 부동산 부양책으로 돌변해 도심 노후 주거지 가격을 들쑤실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이 좀 더 정밀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금융 규제, 보유세 강화 등 수요 측면을 묶는 부동산 규제만 쏟아내는데, 공급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보급률, 입주 물량, 주택 노후도 등을 면밀히 살펴 서울 주택 수급에 대한 관점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제시됐다. 특히 서울 지역의 주택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어 '새집'에 대한 수요자들의 욕구가 높다는 측면을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정책당국에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울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외에는 공급 대안이 별로 없다"며 "수요 측면에서도 '내 집을 사고 싶다'는 서민들의 자세 전환이 현재 상황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2019년 이후 서울 지역 입주 공급이 예년보다 늘어난다는 점을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수요자들의 매매 전환 가능성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택지지구를 개발하는 방식이나 서울 도심권 재개발·재건축을 유도하는 방법이나 유동성이 풀려 급등세를 더 이어갈 위험이 있어 정부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근원적인 공급 대책은 포함돼야 하는데 계속 빠져 있는 상황이라 효과를 장기간 이어가기 힘들다"고 밝혔다.
[손동우 기자 /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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