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탐색] 실외기에 둥지 튼 닭둘기 '배설물 테러'.."폭염 속 창문도 못열어요"

2017. 7. 3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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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49ㆍ여) 씨는 지난달 무심코 베란다를 봤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며칠 전부터 실외기 주변에 나뭇가지가 쌓여있었는데, 급기야 어미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알까지 낳은 것이다.

비둘기 배설물이 실외기 주변에 쌓여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냄새는 견대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비둘기가 주택 난간이나 실외기 등에 둥지를 틀게 되면 배설물이 잔뜩 쌓여 지독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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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배설물 각종 질환 일으킬 수 있어
-1년 내내 번식 비둘기, 개체 조절 쉽지 않아
-전문가 “퇴치제는 임시방편…근본 원인 없애야”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49ㆍ여) 씨는 지난달 무심코 베란다를 봤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며칠 전부터 실외기 주변에 나뭇가지가 쌓여있었는데, 급기야 어미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알까지 낳은 것이다. 비둘기 배설물이 실외기 주변에 쌓여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냄새는 견대기 힘들 정도였다. 비둘기 배설물에는 온갖 세균이 있어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들은김 씨는 비둘기가 떠날 때까지 폭염에도 창문을 꽁꽁 닫고 살았다. 결국 김 씨는 청소업체를 불러 실외기 주변을 청소하고, 비둘기 침입을 막기 위한 ‘버드스파이크’를 설치했다. 

비둘기퇴치업체가 실외기에 ‘버드스파이크(뾰족한 침)’을 설치했다. [사진 제공=에이솔루션]

푹푹 찌는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둘기가 에어컨 실외기에 둥지를 틀면서 악취와 위생 문제로 고심하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비둘기는 습성상 다른 동물들이 접근하기 힘든 은밀한 곳에 둥지를 짓는 것을 선호한다. 현대 도시에는 이러한 절벽, 바위산, 동굴 등 새들이 안심하고 찾아들만한 은밀한 자연공간이 없다. 대신 도시 비둘기들은 도심 속 인공적 장소 중 창문과 에어컨 실외기 사이, 다락의 바닥, 건물의 난간 등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둥지를 짓는다.

하지만 비둘기가 주택 난간이나 실외기 등에 둥지를 틀게 되면 배설물이 잔뜩 쌓여 지독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창문을 열면 비위생적인 털도 날아 들어와 각종 세균 증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비둘기가 주택가를 점령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사설 비둘기 퇴치업체도 성업 중이다. 계동현 비둘기퇴치업체 에이솔루션 대표는 “비둘기는 모든 계절에 번식을 하는데 봄과 여름에 특히 악취 때문에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며 “조류기피제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해, 현재는 버드스파이크(뾰족한 침)와 그물을 설치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외기 주변에 비둘기 퇴치제를 설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비둘기 개체 수를 조절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한국조류연구소장)는 “먹이 통제를 통해 개체 수를 줄인 후에 도심의 서식 장소를 없애는 게 맞다”며 “새끼에게 곤충을 먹이는 다른 새들은 봄ㆍ여름에 한 번만 새끼를 낳지만 비둘기는 삼킨 곡물을 토해내 젖처럼 새끼에게 먹일 수 있는 ‘피존밀크’를 만들기 때문에 1년에 2~3번, 심지어는 4번 이상 번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비둘기를 2009년 6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ㆍ고시하면서 비둘기 퇴치제 이용, 그물 설치, 둥지와 알 제거 등이 가능해졌지만 비둘기 개체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마지막으로 개체 수를 조사한 2009년 비둘기 수는 3만 5000마리였다. 전문가들은 8년 사이에 4만~5만 마리로 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와 각 구청은 시민들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도록 계도 활동을 하고, 비둘기 퇴치제도 제공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도심 곳곳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가 비둘기에게는 먹이이기 때문에 도심으로 모여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고 시민들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제재해 자연으로 돌아가게끔 유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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