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사들이자 새 아파트 품귀 가속화

김인오,이윤식 2017. 7. 30.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갭투자 인기지·2기 신도시 중심..성북·노원·중랑·강북구 대표적
위례·미사·마곡도 "물건 없어요"
고가·정부규제 겹친 강남4구는 신규아파트도 매물 '넉넉'

올 입주 20곳 중 8곳 '매물 0'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한 1186가구 대단지인 서울 성북구 보문동 `보문파크뷰자이` 전경. 신축 아파트 파워와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사진 제공 = 네이버지도]
올해 1~7월 집들이를 시작한 수도권 인기 지역 아파트 입주 시장이 '거래 절벽'에 이르렀다. 수요 위축 때문이 아니라 투자 기대감으로 인해 매도 물량이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본지가 현장·전화조사 등을 통해 수도권 일대 공인중개소에 확인한 결과 서울의 경우 올해 5월 입주를 시작한 중랑구 묵동 'e편한세상화랑대'(719가구)는 매물은 없고 전세만 1가구 나와 있다. 2월 입주를 시작한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꿈의숲롯데캐슬'(615가구)과 노원구 월계동 '녹천역두산위브'(326가구)를 비롯해 1월 입주를 시작한 성북구 보문동 '보문파크뷰자이'(1186가구)도 매매 물건이 종적을 감춘 상태다.

앞서 1월 말 입주를 마친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1743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독산동 A공인 관계자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입주가 진행됐지만 선뜻 집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없어 1700가구 넘는 대단지이지만 거래가 사실상 없었다"고 말했다.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1~7월 이 단지는 매매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단지의 공통점은 '갭(gap)투자' 관심지에 입주한 아파트라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현재 전세가율은 서울 평균이 67%이지만 성북구 84%, 중랑구 81%, 강북구 80%, 금천구 78%, 노원구 75% 선으로 평균을 넘어선다. 갭투자는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금)이 70%를 넘는 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여 매매 가격이 오르면 이를 되팔아 이익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매매 가격에서 전세금을 제외한 1억원가량을 자본금으로 투자하는 식이다 보니 대출 규제나 금리 인상의 영향을 덜 받는다.

노원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 속에 갭투자자들이 몰린 여파가 두드러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0일을 기준으로 노원구 7월 아파트 매매 거래 신고건수는 1526건인데 지난해 7월(1359건)에 비해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가 1만4089건에서 1만3799건으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녹천역두산위브 인근 노원구 월계동 B공인 관계자는 "GTX C노선 광운대역 개발 호재를 기대한 투자자들이 입주 전부터 분양권 매수에 나섰고 이들이 내놓은 전세 물건이 속속 거래된 상황"이라며 "서울시가 동북권 개발 구상을 상반기에 발표한 후부터는 투자 문의가 많았는데 8월 규제대책설을 앞둔 지난주부터는 매수 시기를 묻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전용 59㎡형을 기준으로 녹천역두산위브의 전세가율은 81%, 롯데캐슬골드파크1차는 80%에 이르러 자치구 평균보다 높다.

수도권 인기 신도시·택지지구는 전세가율보다는 호재 실현에 따른 시세차익을 의식한 투자가 몰리면서 매매 물건의 씨가 말랐다. 올 하반기부터 LG 등 대기업 입주가 줄을 잇는 마곡에서는 4월 입주를 시작한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1194가구)는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매물이 없다. 강서구 전세가율은 72%에 이른다.

경기도에서는 '미사강변도시'라는 이름세를 타고 3월 입주를 시작한 하남시 풍산동 '미사강변센트럴자이'(1222가구) 역시 1000가구급 대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전세·매매 물건이 나와 있지 않다. 풍산동 인근 공인 관계자는 "집은 보지도 않고 살 테니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는 사람들만 10명 정도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위례신도시'라는 간판을 달고 2월 입주를 시작한 학암동 '위례신도시신안인스빌아스트로'(694가구)나 1월 입주한 성남시 창곡동 '위례아트리버푸르지오1·2단지'(214가구)도 매매 물건 없이 전세만 대여섯 가구 나와 있을 뿐이다.

반면 전세가율을 신경 쓰지 않고 '강남 프리미엄'을 겨냥해 고액 투자자들이 몰리는 강남 4구의 시장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올 들어 서울에서 6월 입주한 강남구 대치동 '대치SK뷰'(239가구)와 서초구 '서초푸르지오써밋'(907가구)은 매매 물건이 100여 가구씩 나와 있다. 중형 이상 면적 위주인 두 단지는 전용면적 84㎡형의 전세가율이 각각 77%, 68% 선이다. 대치동 C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권 집중단속에 나선 상황인 데다 여름방학이 겨울방학에 비하면 본격적인 학군 수요 이주가 시작되는 시기는 아니지만 매매·전세 문의가 지난해만 못하다"고 전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정부가 당분간 대규모 택지지구·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을 자제하고 분양시장 과열 잠재우기, 대출 규제 등에 나선 상황에서 국지적인 투자 쏠림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