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호스트 홍윤주의 옛 아파트 구조를 극복한 집

서울문화사 2017. 7. 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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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야 알고 있었지만, 이젠 정말 인테리어 리모델링 전문가처럼 보였다. 쇼핑호스트 홍윤주는 "학창 시절 이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본 적이 있었나 싶도록 연구하는 자세로 고쳤다"며 지난 두 달간의 리모델링 여정을 들려줬다.


1 1983년 지어진 아파트의 리모델링 공사는 그동안 살면서 맞닥뜨린 어떤 경험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 바닥과 벽을 뜯어낸 뒤 배관을 깔고, 벽을 다지고…. 구조 변경이 아니라 신축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고. 중요한 건 지금의 집은 그녀가 가장 원하던 디자인을 실현한 공간이고, 살고 싶었던 집이 되었다는 점이다. 2 데칼코마니처럼 놓인 거실과 침실의 암체어. 우연인 것 같지만 집 안의 가구와 소품 모두 홍윤주 씨의 철저한 계산 아래 지금의 자리에 놓였다. 회색 패브릭으로 감싼 데이베드는 리빙디바니(livingdivani), 낮은 소파 옆 사이드테이블은 월터 놀(walter knoll), 9개의 구가 어우러진 펜던트 조명은 앤트래디션 아이스 샹들리에 SR6, 그림은 위아트. 


1 181㎡(55평) 공간에 비해 거실의 폭이 좁은 구조다. 폭만 보면 거의 30평형대 수준. 홍윤주 씨는 거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가장 고민이었다고 말한다. 폭도 좁고 층고도 낮은 공간을 고려해 소파와 테이블 모두 키 작은 제품을 두었다. 2 부부만 살기에 집에 화장실이 2개나 있을 필요는 없었다. 침실에 딸린 화장실은 욕조와 샤워 부스만 두고 변기는 과감히 들어냈다. 거실 쪽 화장실은 원래 있던 문을 떼어내고 세면대와 화장실을 분리해 답답함을 줄였다.

구조와 디자인의 적절한 배치
홍윤주 씨의 리모델링 경험은 이번 집까지 벌써 네 번째. 아파트 앞에 업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사를 의뢰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해 어디가 잘한다더라 하는 소문만으로 집을 맡기기도 했다. 거듭된 공사로 노하우가 생기다 보니 비용 절감, 집주인의 의견을 얼마나 잘 반영해주는지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하며 마음에 드는 업체를 선정하는 안목이 생겼다. 마감재도 그렇지만 집의 이미지와도 어울려야 하기에 모던하고 깔끔하게 시공할 만한 업체를 많이 찾아봤다. 네 번째 공사지만 본인의 의견대로 집을 고친 것은 그녀도 이번이 처음이라 할 만큼 리모델링은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말한다. “업체 선정이 가장 어려웠어요. 다행히 경험 많은 젊은 디자이너들과 얘기도, 취향도 잘 맞아 공사를 전적으로 맡겼어요. 공사 외에 가구, 마감재 등 집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아이템은 모두 제가 다 고민하고 결정했어요. 도기, 수전, 스위치 커버까지. 전문가들이 보면 색다를 것도 없다고 하겠지만 정말 머리털 빠지게 연구하면서 제일 좋은 방향으로 고쳤어요.” 두 달 넘는 공사를 거치며 홍윤주 씨는 자신이 홈 리모델링 분야에선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됐다고 자부했다.

1 가사도우미용 방까지 딸려 있던 옛날식 주방. 방을 없애고 뒤쪽 베란다를 확장해 조리대와 팬트리를 들였다. 팬트리는 리바트, 후드는 엘리카(elica). 2 집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다이닝 룸이다. 예전 아파트에서 많이 보이던 주방과 거실 사이 문을 제거하고 단단하고 모던한 디자인의 식탁과 의자를 놓았다. 식탁과 조화를 이루는 조명과 액자의 질서정연함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하다. 식탁 의자는 b&b italia의 Doyl, 펜던트 조명은 직구로 구매한 구비 멀티 라이트 펜던트 브라스. 

홈 리모델링은 주택 신축보다 비용이 덜 들 것 같지만 홍윤주 씨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평수만 확인하고 계약했어요. 실측할 때 처음 왔는데 구조가 너무 안 좋더라고요. 바닥과 벽을 뜯어내는 정도가 아니라 새로 짓는 수준이었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비용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바닥과 벽은 뜯어냈지만 층고 낮은 천장은 건드릴 수 없었다. 라디에이터만 있고 바닥 난방, 배관 등은 깔려 있지 않아 배관도 깔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고 해 돌로 마감했다. 미관상 멋졌지만 물건이 살짝 떨어져도 깨져 방에는 LG하우시스 마루를 깔았다. 집의 메인 컬러는 그레이로 하고 조명과 오브제 등은 가구 컬러에 맞췄다. 10년이 지나도 지루하지 않고 뻔하지 않은 스타일을 찾았다.

1 천천히 열리고 닫히는 유리 슬라이드 도어를 중문으로 달았다. 층고가 낮아 색이 들어가거나 프레임이 있는 것을 달면 답답하고 좁아 보여 유리를 선택했다. 꼼꼼한 그녀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2 방의 크기를 줄이자 밖으로 드러난 붙박이장은 신발장으로 만들었다. 3 데이베드를 놓고 거울을 놓아 요가도 할 수 있는 멀티 룸을 만들었다. 벽과 문의 컬러를 통일해 문을 닫으면 거실이나 다른 방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그림은 위아트의 큐레이터에게 의뢰해서 들였다.


1,2 남편이 주로 이용하는 서재 역시 문과 벽을 맞춰 거실과는 다른 분위기를 냈다. 책장 옆 조명은 menu, 의자는 cassina에서 구매. 

현관으로 들어서면 바로 양쪽에 방문이 있어 숨이 턱 막히던 답답한 구조를 양쪽 방의 크기를 줄이고 문을 안으로 넣어 해결했다. 좁아진 방의 크기만큼 베란다를 줄였다. 거실, 방 모두 다른 분위기로 꾸미고 싶었다. 디자인 시안을 찾는 것도 오래 걸리지만 공간별, 아이템별로 찍은 수천, 수만 장의 사진 중에 최종 디자인 시안을 고르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최종 결정은 다 내가 해야 하잖아요. 시간은 계속 가고, 계획이 바뀌는 상황이 오기도 하고. 어쨌든 결정은 해야 하니 100% 완벽하게 처음 계획대로 밀고나가기가 어렵더라고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와 도전, 인내와의 싸움이었지만 성취감은 대단했어요.”  반전문가가 된 홍윤주 씨가 홈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독자를 위해 팁을 주었다. 가구는 주문하면 배송까지 시간이 있으니 공사 시작과 함께 정하도록 한다. 살다 보면 보수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름값, 유명세보다 공사를 의뢰한 업체가 얼마나 튼튼한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리모델링 경험이 얼마나 많은지도 체크한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집을 뜯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상황이 닥칠지 예상할 수 없다. 공사를 잘못하면 위·아래층에 피해 보상을 해줘야 하고, 예산을 초과하기도 한다. 오래된 아파트에 대한 이해도도 반드시 필요하다. 홍윤주 씨가 이번에 리모델링을 의뢰했던 업체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안을 제안해 더 신뢰가 갔다.

1 회색 공간 속 빨간 패브릭 암체어가 포인트로 놓인 침실. 조명은 버디 플로어 램프. 2 안방, 욕실, 드레스 룸 사이에 달려 있던 문들을 모두 떼어내자 어둡고 답답해 보이던 공간이 시원하게 열리며 안방 붙박이장에서 드레스 룸까지 한눈에 보인다. 3 천장이 낮아 가구는 모두 키 작은 것들로 골랐다. 국내에는 마땅한 브랜드가 없어 대부분 직구로 구매했다. 침대 옆 펜던트 조명은 크레이트&배럴에서 구매, 커튼과 침구는 제이핸드에서 맞춤 제작했다.


1 쇼룸처럼 꾸민 홍윤주 씨의 드레스 룸. 옷장의 옷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살짝 비치는 흑경에 조명이 들어오는 가구를 찾았으나 국내에 없어 맞춤 제작했다. 2,3 호텔 욕실처럼 꾸민 안방 욕실. 변기는 제거하고 욕조와 세면대, 샤워 부스를 두었다. 세면대와 샤워 수전은 그로헤(grohe), 세면대는 콜러(kohler)와 듀라빗(duravit), 욕조는 칼드웨이(kaldewei).

세밀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집 전체가 하나로 이어지도록 연출했다. 디테일이 강하고 화려한 것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세련됨을 잃지 않는 그녀의 감각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질리지 않고 유행도 타지 않고, 한 번 할 때 확실하게 해서 앞으로 10년은 신경 안 써도 되는 깔끔한 집을 만들려고 했어요. 깨끗하고 시원시원한 디자인이요.” 구조 변경을 통해 막힘없이 통하는 공간과 집 안쪽 주방까지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집을 완성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각 방마다 독립된 기능도 필요하고 공용 공간도 중요하죠.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런 기준에 사로잡히지 않았어요. 방을 줄이고 밀어내면서 방이 본래 갖고 있는 기능보다는 우리 부부가 원하는 스타일과 용도로 고쳤어요.”




기획 : 이지영 기자 | 사진 : 백경호(프리랜서) | 시공 : 로이디자인(www.royde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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