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 불안에..6·19 대책 '역부족'

이성희 기자 2017. 7. 2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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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좀처럼 잡히지 않는 집값,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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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씨(35)는 오는 10월 초 전세 만료를 앞두고 지난 주말 같은 단지 아파트를 샀다. 2년 사이 전셋값이 1억원 이상 올라 매매가와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들썩이는 것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의 규제책이 나와도 투기 수요에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거라는 걱정에 실수요까지 받쳐주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최근 부동산 가격 이상급등의 진원지로 지목돼 왔던 지역은 대책 발표 직후 주춤하던 집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고, 청약시장 열기도 여전히 뜨거운 편이다. 정부는 다음달 가계부채종합대책에서 추가 규제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요 억제와 함께 향후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 심리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은 17일 조사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0.06% 올라 상승폭이 전주(0.05%)보다 커졌다고 20일 밝혔다. 서울 아파트값은 0.17% 상승해 3주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그간 강세를 보여온 노원구 아파트값 상승폭은 0.25%로 전주(0.31%)보다 둔화했지만, 서초·강남·송파·강동 등 강남4구 아파트값 상승폭은 커졌다. 강남 4구는 최근 부동산 이상급등의 진원지로 지목돼 왔지만 6·19 대책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6·19 대책이 나온 지난달 19일과 이후 아파트값 상승폭을 보면 대체로 1주일간 약보합세를 보이다 2주 후인 지난 3일부터는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재건축이 속속 진행 중인 서초구는 6·19 대책 발표 당일 0.05%로 떨어졌을 뿐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감정원은 “하반기 금리 인상과 추가 부동산 규제 가능성이 여전하지만 개발호재가 있거나 사업 진행이 빠른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6·19 대책이 현재 ‘반짝 효과’에 그친 데 대해 공급부족 우려 탓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규제보다 향후 가격 상승을 더 걱정한다는 뜻이다. 김모씨(37)는 최근 서울 장위동에 입주권(조합원 물량)을 웃돈을 주고 구입했다. 김씨는 “서울에 신규 택지 공급도 끊겨 재건축·재개발 외에는 기대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이 없는데, 청약 당첨 가능성은 워낙 낮아 무리를 해서 입주권을 샀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시장 부양책과 규제책이 혼재돼 있어 ‘정보의 굴절현상’이 빚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예컨대 재건축 지역에 대한 규제로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는데, 수요자들은 오히려 ‘앞으로 재건축 공급은 없겠네. 공급이 없으니까 집을 가지고 있으면 계속 값이 오르겠네’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조정지역으로 묶여 대출 규제를 받는데도 1순위에서 마감되는 걸 보면서 느끼는 ‘역시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구나’라는 심리적 현상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6·19 대책의 성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부동산인포는 대책 발표 후 한 달간 청약조정지역에서 분양된 6169가구 가운데 집단대출 규제를 적용받는 물량은 서울 노원과 경기 고양 지축 등에 공급된 1177가구뿐이라고 집계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매제한과 집단대출 규제를 모두 적용받는 이달 셋째주 이후 나오는 단지들의 분양성과를 봐야 한다”면서 “다만 서울의 청약 열기는 쉽게 꺾이기 어려울 것이며, 정부 정책은 공급과 규제가 함께 맞물리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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