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최고가 행진'..'강남불패' 계속되나
[ 김진수 기자 ]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달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급한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하반기에도 강남권에서 고가 아파트 공급이 잇따른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다음달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비롯해 부동산 추가 대책 등 시장 안정화 방안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강남불패’ 신화가 계속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상 최고가 행진 이어가는 강남
강남권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는 단지는 강남구 압구정현대·개포주공·래미안대치팰리스, 서초구 반포주공·아크로리버파크·래미안퍼스티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리센츠·엘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는 6·19 대책과 정부의 중개업소 단속으로 일시적인 거래 공백을 거친 뒤 이달부터 일부 거래가 이뤄지면서 매매 호가가 뛰고 있다. 이들 단지의 가격 동향은 인근 단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는 ‘도미노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이들 단지의 매매 가격이 대책 전과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했다고 입을 모은다. 거래 가격만 보면 2007년 급등기와 6·19 대책 이전 수준을 넘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이 나온 이후 처음으로 아파트 가격이 빠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포주공1단지 인근 S공인 관계자는 “6·19 대책 이후 일시 소강상태였던 시장에서 매물 한두 개가 거래되면서 이전 가격을 회복하고 호가는 3000만~5000만원까지 뛰었다”며 “매도자가 일부 물건을 회수해 호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래미안 루체하임’(일원동), ‘고덕그라시움’(고덕동) 등 지난해 공급해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단지의 분양권 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래미안 루체하임’ 전용 84㎡는 최근 3개월 새 1억원가량 오른 14억5000만원에 분양권이 나오고 있다. ‘래미안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분양권 가격도 18억원으로 프리미엄(웃돈)만 4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공급된 암사동 ‘힐스테이트 암사’, 상일동 ‘고덕 롯데캐슬 베테루체’, 고덕동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 등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줄줄이 공급
개포동 개포시영(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과 개포주공8단지, 반포동 신반포6차, 고덕동 고덕주공3단지 등 하반기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 아파트 분양이 이어진다. 삼성물산은 다음달 말께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를 분양할 계획이다. 전용면적 49~102㎡, 총 2296가구 중 208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이 3.3㎡당 최소 4000만원이 넘는 분양가를 책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포시영 재건축 조합은 최고가 단지를 표방하고 있다. 인근 ‘디에이치 아너힐즈’와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권이 분양가보다 2억~4억원 높게 형성돼 있다. 주변 시세를 고려하면 3.3㎡당 4600만원은 돼야 한다는 게 조합의 주장이다.
대림산업이 이달 말께 선보일 성수동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일반분양 280가구)도 한강변 고급 주상복합이라는 점을 내세워 최고가 단지에 도전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분양 가격이 3.3㎡당 4000만원대 후반에 책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천태영 건물과사람들 대표는 “올해 강남권 아파트 분양이 지난해보다 많을 예정”이라며 “강남권에 진입하려는 대기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강남불패 이어질까
강남 아파트 강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긍정론자(강세론자)들은 교육과 교통 쇼핑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강남은 대체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전국의 부유층이 실수요자인 만큼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부각되는 데다 아파트 공급은 사실상 재건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마케팅 팀장은 “외부에서 진입하려는 수요는 많고 강남 거주자는 강남에서만 머물려고 하다 보니 수요 초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재건축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해 강남권 내 아파트 공급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 서울에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3만 가구는 돼야 하지만 최근 5년간 평균은 2만 가구에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부정론자(약세론자)들은 강남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기에는 걸림돌이 많다는 시각이다. 올해와 내년 경기도 등 수도권 입주 물량이 쏟아져 서울 부동산 시장에 잠재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체감 경기는 호전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가계 부채가 1400조원에 달한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정부도 담보대출비율(DTI) 강화 등 금융 조건을 깐깐하게 하면서 빚 내서 집 사는 구조에 제동을 걸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이끌고 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단기 급등한 만큼 정부 대책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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