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 '접속'부터 '남과 여'까지..부천영화제 '전도연 특별전'의 의미

한해선 기자 2017. 7.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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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이 정도면 산 역사다.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한국 영화계의 뮤즈’ 전도연을 위한 특별전이 개최된다.

13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전도연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가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영화제 기간 중 17편 전작전, 기자회견, 관객과의 대화, 특별 전시회까지 배우 전도연의 연기 인생 전반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된다.

전도연과 해당 영화제는 인연이 깊다. 1997년 제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전도연의 첫 주연작인 ‘접속’이 상영됐고,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 하면서 특별한 인연이 시작된 것. 이번 특별전을 통해 영화제의 역사와 나이가 거의 같은 전도연의 20년 스크린 인생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겠다.

전작전에 상영되는 주요 작품들은 전도연의 데뷔작 ‘접속’부터 ‘약속’ ‘내 마음의 풍금’ ‘해피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 ‘인어공주’ ‘너는 내 운명’ ‘밀양’ ‘멋진 하루’ ‘하녀’ ‘카운트다운’ ‘집으로 가는 길’ ‘무뢰한’ ‘협녀, 칼의 기억’ ‘남과 여’까지 총 17편의 작품이다.

‘접속’에서 전도연은 당시 한석규와 ‘PC통신’을 통해 사랑을 키워가는 애틋한 멜로를 연기, 스크린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실 세계에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스쳐 지나가는 명장면을 만든 작품. 사라 본(Sarah Vaughan)의 A Lover‘s Concerto는 전도연의 ‘평생 테마곡’으로 남았다.

박신양과 함께한 ‘약속’까지 2연타로 단숨에 ‘멜로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전도연은 다음작 ‘내 마음의 풍금’으로 이미지 대변신에 나섰다. 17살 늦깎이 초등학생으로 분해 시골교사 강수하를 짝사랑하는 풋풋한 연기를 펼친 것. 단발머리에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비주얼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 로맨스 스릴러의 시작 ‘해피엔드’에서는 불륜에 빠진 아내 역으로 남편 최민식과의 살벌한 부부관계를 연기했다. 당시 여성 캐릭터의 욕망을 도발적으로 그린 ‘해피엔드’는 선혈이 낭자한 충격적인 엔딩으로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전도연을 본격적으로 연기파 배우 반열에 들어서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로 설경구와 소시민의 로맨틱 코미디를 보인 전도연은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느와르 액션에 도전하며 잿빛 세상과 싸우는 ‘센 언니’로 또 한 번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이미숙, 배용준과 주연을 맡은 ‘스캔들’에서는 정숙한 여자 숙부인 정 씨로 나오지만, 곧 바람둥이인 조원의 꼬임에 넘어가는 과정을 단아와 파격을 오가며 열연해 성공적인 첫 사극을 완성했다.

박해일과 함께 동화 같은 판타지 ‘인어 공주’를 내놓은 후에는 ‘너는 내 운명’으로 인상적인 멜로 한 편을 거듭 탄생시켰다. 시골총각과 다방 레지의 실화 러브 스토리를 정겹게 담은 ‘너는 내 운명’에서는 황정민과 직접 부른 OST ‘유아 마이 선샤인’을 남겼다.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 ‘밀양’은 전도연에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까지 안겨줬고, 그의 수많은 필모그래피 중 ‘인생작’이 됐다. 남편을 잃고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으로 온 여인이 아이마저 잃고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 과정은 전도연의 신들린 내면연기로 표현됐다.

‘멋진 하루’로 서른의 노처녀 백수 역을 맡아 하정우와 남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후에는 ‘하녀’로 또 하나의 파격작을 낳았다. 한 가정의 하녀로 일하지만 그곳 남편의 유혹에 넘어가 임신한 뒤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여자를 연기했다. 이정재와의 호흡 속 욕망에 미쳐가는 모습으로 1960년작 원조 ‘하녀’와는 또 다른 인상을 각인시켰다.

‘카운트다운’ ‘집으로 가는 길’로 액션드라마와 드라마 장르를 넘나든 전도연은 하드보일드멜로 ‘무뢰한’을 통해 제 68회 칸영화제 공식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됐다. ‘밀양’으로 여우주연상, ‘하녀’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후 2014년 한국 배우 최초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그의 네 번째 칸 입성이었다.

야심차게 고려 말 액션 ‘협녀, 칼의 기억’을 내놓았지만 처음으로 흥행에 쓴맛을 보기도 했다. ‘멋진 하루’에 이은 이윤기 감독과의 두 번째 작품 ‘남과 여’에서는 공유와의 핀란드 설원 속 걷잡을 수 없는 끌림을 연기, 기혼자의 솔직한 감정 변화와 고민, 여운을 전하기도 했다.

1997년부터 2016년까지 17편의 영화를 거쳐 오며 전도연은 장르의 두려움 없이, 그 자체로 브랜드화시키는 입지까지 올랐다. 이번 부천국제영화제 특별전은 한국 영화계의 독보적인 배우 전도연의 과거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케 만든다. 그의 전작을 살펴보는 이번 기회로, 기술보다 배우의 참 연기가 영화에 끼치는 영향을 긴밀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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