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국 스포츠 희망을 찾아서⑪] '자율선택형 체육수업'으로 건강해진 보평중학교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2017. 7. 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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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체육 수업시간에 원하는 종목을 선택해 한 번에 두 시간씩 맘껏 할 수 있다. 해당 종목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익힌 수준급 기량과 지도자격을 갖춘 교사와 강사들이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언제나 쉽게 운동하도록 체육 친화적 환경을 조성했다.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을 훌륭한 지도자로부터 제대로 배우는 곳,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체력이 좋아지고 건강해지는 곳, 몸을 움직이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천국 같은 학교가 경기 성남 보평중학교다.

보평중학교 방송 댄스 수업

보평중은 올해로 4년째 학생들이 희망 종목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배우는 체육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중학생에게 일주일 동안 체육수업과 스포츠클럽 활동을 위해 배정된 시간은 총 4시간. 그걸 2시간씩 주당 두 번으로 나눠 체육활동을 집중적으로 한다.

종목은 학생들이 좋아하고 교사들이 지도할 수 있는 5개로 추렸다. 축구, 농구, 탁구, 배드민턴, 방송 댄스다. 학생들은 학기 초 5개 중 2개를 선택한 뒤 1년 동안 집중적으로 배운다.

보평중은 학년별로 8개반씩 총 24개반. 체육수업에는 4개반이 동시에 나온다. 그래서 체육교사는 최소한 4명이 필요하다. 박은경(방송댄스) 체육부장을 비롯해 민광현(축구), 김주연(배드민턴), 임우찬(농구) 등이 정규교사다. 이들로 24개 반 체육 수업을 모두 소화할 수는 없다. 그래서 외부강사 5명을 초빙했다. 송현주(방송댄스), 장윤성(축구), 박희정(탁구), 임재은(배드민턴), 이명환(농구) 강사들이다. 이들은 해당 종목 선수 출신으로 교원 자격증·스포츠강사 자격증 등을 가지고 있다. 은퇴한 실업선수,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도 있다. 이들의 시급은 2만5000원. 총 3600만원에 이르는 1년 강사료는 모두 교육청 예산으로 충당된다. 주당 체육수업 120시간이다. 정규교사 4명이 72시간을, 강사 5명이 48시간을 맡는다.

보평중학교 농구 수업

학생들의 만족도는 무척 높다. 3년 동안 방송댄스를 한 유일한 남학생인 3학년 조민규군은 “1학년 때는 댄스반 30명 중 내가 유일한 남자였다”며 “내가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멋있게 여긴 남자 친구들이 지금은 많이 왔다”고 말했다. 배드민턴도 3년째 배우고 있는 조군은 “전문 선생님에게 배우니 실력도 금방 좋아진다”며 웃었다.

역시 방송 댄스를 배우는 3학년 서예림양은 “하루 종일 공부하다가 2시간 동안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춤을 추니까 너무 신난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수업을 3년째 받고 있는 김준혁군은 “선생님 실력이 좋아 나도 점점 잘하게 된다”며 “다른 학교 친구들과 맞붙으면 내가 월등히 잘 한다”고 자랑했다. 3년 내내 농구를 한 김정현양은 “3학년이 되니까 무용하는 남학생도 생기고 축구를 하는 여학생도 늘었다”며 “선생님이 우리 눈높이에 맞춰 가르쳐주시고 관련 영화도 보여주시니까 흥미가 배가된다”고 말했다. 탁구, 댄스, 농구 등을 두루 경험한 3학년 고윤양도 “내가 탁구하는 것을 보면 어른들이 모두 놀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체육수업은 2013년 말 홍기석 교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홍 교장은 “나는 어릴 때 체육을 싫어했지만 어른이 된 뒤 수영, 배드민턴을 치다보니 몸치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각이 많이 발달하는 학창시절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장의 이 같은 제안에 체육교사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보평중은 자율선택형 체육수업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마련하는 동시에 그런 수업을 소화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금 보평중에는 탁구대 10개가 있다. 베란다 등을 개조해 마련한 공간 두 곳에 탁구대 4개와 6개로 나눠 배치했다. 수업시간 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다. 2016년에는 운동장 바닥을 파고 흙을 골라 지면 상태를 향상시켰고 관중석에 그늘 덮개도 씌웠다. 2015년에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농구 코트를 깔았고 농구대 3개도 설치했다. 지난 4년 동안 체육시설 확충에 쓴 돈만 2억원이다. 그 돈은 교육청이 주는 스포츠클럽 시설이용료 지원금과 홍 교장이 시청 등에 호소해 마련한 돈으로 충당됐다.

보평중학교 탁구·배드민턴 수업

자율적 선택은 높은 집중력과 자발적 몰입을 낳는다. 보평중 학생들은 최소 2개 종목을 넉넉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혔고 동시에 체력도 좋아졌다. 박은경 부장은 “지난 3년 동안 체육수업에 대한 조사를 해왔다”며 “학생들의 만족도, 팝스(PAPS) 결과 모두 고학년이 일수록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공식 대회에서 좋은 성적도 거뒀다. 농구는 지난해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서 우승했다.

2009년 개교 이래 성남시 예선에서 거의 전패를 당한 축구는 올해 같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후 축구반 학생들은 교장을 찾아가서 지원을 늘려주고 훈련도 더 하게 해달라고 자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박 부장은 “성남시 고교 배드민턴 대회에 가보면 보평중 출신 아이들이 각 학교에 한 두 명씩 끼어있어 보평중 동문회 분위기가 난다”고 전했다. 민광현 교사는 “학생 스스로 종목을 선택하다보니 수행평가에 대한 집중력이 높다”며 “수행평가도 단순히 개인적인 성공 개수를 채우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부분 전술을 수행하는 형식으로 한다”고 말했다. 김주연 교사는 “학기 초에 강사들에게 정규 교사들이 갖고 있는 일반 학생 교습법에 대한 노하우를 전달하고 학기 중에는 정기적으로 만나 계속 협의한다”며 “서로 교습법과 평가기준에서 나오는 차이를 줄이고 수업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절차”라고 말했다. 대학교 농구선수 출신 임우찬 교사는 “잘 하는 학생들이 신입 학생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며 “장애학우도 비장애학우와 함께 농구를 재밌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종목에 집중하다보니 기초체력 운동을 소홀히 할 수도 있다는 비판도 효과적으로 극복했다. 단순히 공만 갖고 운동하는 게 아니라 단거리 달리기, 셔틀런, 팔굽혀펴기, 사이드 스탭, 유연성 체조 등 사이사이에 넣었다. 또 학기가 끝나면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려 의견을 받은 뒤 2학기 수업 개선에 이를 적극 반영했다.

이같은 체육수업은 타 교과 교사들의 양보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 부장은 “체육수업을 늘리다보니 체육교사를 확충해야 했다”며 “자기 과목 교사 정원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수업 시간 배정에서도 체육수업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준 타 교과 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체육교사 사이 원활한 협의, 학교 차원의 인적·물적 지원,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자율적인 시스템, 타 교과 교사들의 배려 등 4가지 요소가 만족돼야 이 같은 체육수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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