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울렸던 추억의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

구성 및 제작/ 뉴스큐레이션팀 이시연 2017. 7. 1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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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뮤직비디오에는 대부분 가수 본인들이 가창력이나 댄스 실력을 뽐내는 모습을 담는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말까지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가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 당시 6분~10분가량 분량, 톱스타 캐스팅, 시대극, 해외 촬영 등 이른바 '블록버스터(Blockbuster)급'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데만 비용이 최대 30억 원이 투입됐다.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는 주로 발라드 장르에 삽입됐다. 느린 비트, 슬픈 가사와 어우러져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뮤직비디오의 흥행이 곧 앨범의 흥행으로 이어졌고, 큰 수익을 올린 발라드 가수들이 다음 앨범에도 또 다른 내용의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를 준비했다.

조성모를 필두로 최진영(SKY), 이수영, 브라운 아이즈, 임창정, KCM, SG워너비까지,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를 다시 한번 감상해보자.

20세기 마지막 밀리언셀러로 남은

조성모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 제작의 신호탄을 올린 것은 1998년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한 조성모였다. 조성모는 1집 'To Heaven'을 내면서 이병헌·김하늘 주연의 뮤직비디오만 공개했다가 인기가 치솟자 뒤늦게 얼굴을 공개했다. 1집은 150만 장 판매량을 돌파했고, 조성모에게 신인상을 안겨줬다.

조성모를 '밀리언셀러(Million seller)'로 오르게 한 1집의 뮤직비디오는 홍콩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눴던 여자를 죽음으로 떠나 보낸 남자의 비극을 그렸다. 훗날 조성모는 "뮤직비디오에 당시로선 엄청난 돈인 1억 원을 썼다"며 "난 내 이름으로 음반 한 장을 내고 안되면 그만두자는 마음으로 냈다"고 회상한 바 있다.

(왼쪽부터) 불멸의 사랑·For Your Soul(슬픈 영혼식)·가시나무·아시나요·Mr.Flower 속 한 장면 /유튜브 영상 캡쳐

이 밖에도 조성모가 남긴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는 더 있다. 같은 1집에 수록된 '불멸의 사랑', 2집 'For Your Soul(슬픈 영혼식)', 2.5집 '가시나무', 3집 '아시나요', 6집 'Mr. Flower'와 '못다한 한마디….' 등 그가 2006년 입대하기 전까지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의 흥행이 계속됐다.

특히, 3집 '아시나요'의 뮤직비디오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며, 신민아·정준호·허준호 등이 캐스팅됐다. 10분에 이르는 분량에 제작비는 15억여 원으로, 이는 4년 뒤 SG워너비가 데뷔하기 전까지 역대 최대 규모였다. SG워너비는 2004년 20억여 원을 들여 데뷔곡 'Timeless'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그러나 2006년 KCM이 30억 원대 규모의 뮤직비디오를 찍어 2년 만에 기록이 또 바뀌었다.

단 1곡으로 최진영 각인시킨

SKY

지난 3월 29일 故 최진영의 사망 7주기였다. 그는 41세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지만, 팬들에게 '영원'이라는 대작을 남겼다. 최진영의 1집 'Final Fantasy'에 수록된 '영원'은 누나 故 최진실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최진영을 일약 스타로 만든 노래였다.

최진영은 1999년 SKY라는 가명으로 '영원'을 발표하면서 뮤직비디오만 공개하고, 방송 활동은 하지 않았다. 해외 입양아 스토리, 캐나다 로케이션(현지 야외촬영) 제작, 당대 톱스타였던 장동건·차인표의 출연으로 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이 쏠렸고, 가수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최진영은 그제야 자신을 밝히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세웠다.

'영원'의 뮤직비디오는 캐나다로 입양되면서 헤어진 두 형제가 서로 총을 겨누는 사이로 재회하는데 형이 동생을 알아보지 못하고 죽음으로 내몰면서 끝난다. 이 스토리는 10년 뒤 지상파 드라마 '카인과 아벨'로 재탄생됐다.

빌보드가 발라드의 여왕으로 인정한

이수영

1999년 1집 'I Believe'부터 2009년 9집 'DAZZLE'까지 이수영의 10년간 활동 중 대부분 앨범에는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가 함께 나왔다. 이 가운데 신인 여배우 조윤희가 'I Believe'를 포함해 9차례 주연을 맡아 이수영 뮤직비디오의 전문 배우로 보일 정도였다.

'I Believe' 뮤직비디오는 이수영의 방송 데뷔 무대에 앞서 공개됐고, 뮤직비디오의 인기가 1집 음반이 24만 장 팔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신기·LP 등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비극으로 끝난 언어 장애인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수영은 16년이 흐른 뒤에도 "조윤희가 I Believe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음반 판매량이 폭주했다"며 재차 감사함을 전했다.

(왼쪽부터) Never Again·그리고 사랑해·라라라·덩그러니·휠릴리 속 한 장면 /유튜브 영상 캡쳐

이후 2집 'Never Again', 3집 '그리고 사랑해', 4집 '라라라', 5집 '덩그러니', 6집 '휠릴리' 등 타이틀곡마다 히트곡으로 자리 잡았고, 뮤직비디오도 높은 인기를 유지했다. 6집 '휠릴리' 뮤직비디오의 경우 5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뉴질랜드 로케이션으로 제작됐는데, 이때 이수영의 인기도 절정에 이르면서 미국의 권위 있는 대중음악 전문지 '빌보드(Billboard)'는 이수영을 ‘발라드 여왕’으로 소개했다.

공식활동 없이 음반 70만장 판매한

브라운 아이즈

나얼과 윤건의 2인조 그룹인 브라운 아이즈는 1년 반 정도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정규앨범을 발표했는데, 어떠한 방송 출연도, 공연도 없이 오로지 뮤직비디오 두 편으로 승부를 봤다. 특히, 2001년 1집 '벌써 일년'은 디지털 음원 사이트 벅스(Bugs) 순위에서 21주간 1위를 차지했고, 음반은 70만 장 팔렸다.

'벌써 일년'의 뮤직비디오는 김현주와 이범수, 대만 배우 장첸(張震)이 주연이었으며, 10분에 가까운 긴 분량에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다뤘다. 브라운 아이즈의 2집 앨범에 수록된 '점점'의 뮤직비디오와 내용상 연결된다. 15년 뒤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던 차은택 감독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면서 그의 대표작이었던 '벌써 일년'과 '점점'의 뮤직비디오가 또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뮤직비디오마다 주연으로 열연한

임창정

임창정은 1990년 영화 '남부군'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이래 '색즉시공' '시실리 2㎞' 등 배우로서 다수의 히트작을 배출했다. 1집 타이틀곡 '거짓 같은 진실'부터 10집 타이틀곡 '소주 한 잔'까지 음반이 10만~82만 장 꾸준히 팔리며 가수로서도 인기가 있었다. 임창정의 뮤직비디오는 배우의 입지가 탄탄했던 본인이 주연으로 출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임창정은 어느 행사장에서 할머니·엄마·딸 3대가 소주 한 잔을 불러준 일이 기억에 남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소주 한 잔'을 꼽는다. 팬들에게도 '소주 한 잔'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임창정이 이 노래를 끝으로 가요계 은퇴를 선언해 팬들은 그를 무대에서 다시 보기까지 6년간 뮤직비디오로 아쉬움을 달랬다. '소주 한 잔'의 뮤직비디오는 다리를 절며 기억을 잃은 채 사는 건달이 가벼운 접촉 사고로 10년 전 과거를 떠올리게 되고, 그 시절 사랑했지만 오해로 놓쳐버린 애인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사상 최대 MV 제작비 투입한

KCM

드라마 OST를 불러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에 먼저 목소리를 알린 KCM은 정규앨범을 내면서 위성DMB 채널에서만 시청 가능한 뮤직드라마라는 새로운 개념을 접목했다. 2004년 1집 앨범의 대표곡인 '흑백사진'의 뮤직비디오는 지성·하지원이 출연했고, 영화 '키다리 아저씨'와 비슷하다는 평을 받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이듬해 2집 앨범의 뮤직비디오는 KCM 소속사와 영화사 태원엔터테인먼트가 공동 투자해 제작비에 한국 가요계 사상 최대인 30억 원이 투입됐다. 7분짜리 뮤직비디오와 23분짜리 뮤직드라마 등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2집 'Smile Again' 뮤직비디오에는 신은경과 정준호, 김효진이 출연해 자신을 버린 애인을 잊지 못해 죽음을 택하는 한 남성의 순애보를 보여줬다. 200여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고 자동차 추격신·폭파신 등 시각적 효과가 화려했다. 뮤직비디오의 인기와 더불어 KCM도 전성기를 맞았다. 2집 앨범을 발매한 지 3주 만에 총 35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모바일 음원 시장에서 9억 원대, 인터넷 음악사이트에선 20억 원대, 앨범 판매량도 9만 장을 넘어 6억 원대의 수익이 발생했다.

한 앨범에 뮤직비디오 1~3화 제작한

SG워너비

남성 보컬 3인조 그룹 SG워너비는 2004년 데뷔 초만 해도 얼굴 없는 가수였는데, 가창력뿐만 아니라 조성모 '아시나요'를 뛰어넘는 규모의 뮤직비디오 화제성 때문에 1집 앨범을 발매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1집 대표곡 'Timeless'와 '죽을 만큼 사랑했어요'의 뮤직비디오는 각각 9분, 10분이 넘는 분량에 총 제작비는 20억여 원, 설경구·김윤진·엄태웅·강혜정 등 거물급 영화배우가 캐스팅됐다.

(왼쪽부터) Timeless·살다가·내사람(Partner For Life)·아리랑 속 한 장면 /유튜브 영상 캡쳐

SG워너비는 한 앨범에 스토리가 서로 연결된 여러 편의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를 담는다. 이와 같은 형식은 1집 'Timeless'와 '죽을 만큼 사랑했어요' 말고도, 2집 '살다가'와 '죄(罪)와 벌(罰)', 3집 '내사람(Partner For Life)'와 '느림보', 4집 '아리랑'과 '한 여름날의 꿈', '가시나무새'까지 반복됐다.

4집 앨범 뮤직비디오의 소재는 6·25 전쟁으로, 영상이 공개되기 전부터 팬들의 기대가 높았다. 총 러닝타임은 22분이며 3편으로 나눠져 있다. '아리랑'이 첫 번째 편, 다음은 '한 여름날의 꿈'과 '가시나무새' 순으로 이어진다. 1945년~1953년 광복과 6·25 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 친한 친구끼리 각각 북한 인민군과 남한 국군으로 전쟁터에서 마주한 장면,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총격에 대신 몸을 던지는 장면 등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극대화했다.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는 2000년대 말 이후로 거의 제작되지 않고 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음반 판매량이 저조해 뮤직비디오에 큰 자본을 들이는 것이 부담스러워졌고, 유튜브·웹드라마·1인 미디어 등 뮤직비디오를 대신할 볼거리가 풍부해졌다. 한국 가요계에서 10여 년간 유행하고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기에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는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추억될 것이다.

□ 그래픽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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