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대책에 '찬물' 우려했던 서울 강북권에 '열기'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생생부동산]"뛰는 전셋값에 매매수요 여전…심리적 여파도 크지않아"]
주택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 일주일째인 지난 26일. 서울 강북권은 심리위축으로 집값이 더 많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서울 전역으로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고 금융규제를 강화해 대출받기가 까다로워졌음에도 강북권 아파트값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찾은 강북구 미아동의 A부동산 중개업소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매물을 찾는 전화가 분주하게 걸려왔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투자 문의도 간간이 있었다. 6·19 대책으로 강남보다 강북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지만 실제 체감하는 심리적 여파는 그리 커보이지 않았다.
"세입자들은 전셋값이 너무 비싸니까 대출이라도 받아서 집을 사기는 해야겠는데 집값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아차 싶은거죠. 여윳돈 있는 사람들은 전세 끼고 집 사두면 최소한 은행 이자보단 나으니까 사는거고요." 중개업소 대표는 이번 정부의 대책이 지난해 '11·3 대책' 때와 비슷하게 단기 집값 급등을 잡을 순 있겠지만 상승 기세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실제 지난 23일 기준 미아동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1247만4000원으로 전주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실거주 수요가 높은 'SK북한산시티', '벽산라이브파크' 단지 등에서 최근 실거래가 활발했다. 이들 단지의 전용면적 84㎡ 기준 매매 호가는 3억5000만원~4억1000만원 안팎 수준이다.
정부는 강남과 강북 일부 지역의 국지적 과열이 다주택자의 '투기수요' 때문이라고 진단했지만 중개업소에선 "투자든 투기든 유동성이 지금 부동산 말고 달리 갈 곳이 어디 있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잠깐 동안에도 중개업소는 시세를 묻고 매물을 찾는 손님들로 대화가 자주 끊겼다. 대책 발표 직후부터 일제히 문을 닫고 숨죽이고 있는 강남권 중개업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서울에서 부동산 중개업소가 가장 적은 도봉구는 6·19 대책 발표 이후 오히려 실거래가 늘면서 아파트값 오름세가 두드러진 지역이다. 창동 '상계주공17단지'와 '상계주공18단지' 등은 시세가 적게는 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뛰었다.
도봉구는 대표적인 서울 외곽지로 올 들어 아파트값이 보합 혹은 소폭 상승세를 보여왔다. 최근 창동·상계 신경제 중심지 개발과 교통여건 개선 등 호재가 집값을 받쳐주고 있는데다 6·19 대책 이후 오히려 실수요 문의가 늘면서 거래도 꾸준히 이뤄지는 분위기다.
도봉구 창동에서 찾은 B부동산 중개업소는 "규제 풍선효과라고들 하는데 이 동네는 투자보다는 실거주 목적 수요가 많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서울 시내 전용 84㎡ 새 아파트가 외곽도 6억원을 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매가가 낮으면서도 입지가 좋은 단지들이 인기"라고 귀띔했다.
노원구 역시 6·19 대책 이후에도 갭투자(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고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 문의가 끊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40대 C씨는 최근 지하철 중계역 역세권에 지은 지 26년된 아파트 1채를 3억6000만원에 전세를 끼고 사들였다. 실투자금은 4000만원 가량이다. 상계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추진으로 일대 집값 상승을 기대한 투자다.
C씨는 "일단 서울이면서 크게 부담 없는 가격이기도 하고 주변에 재건축이나 개발 호재도 많은 곳이라 규제에도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당장은 주춤하더라도 몇 년 후면 2천~3천만원 정도는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1가구 2주택이어도 세금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고 달리 여윳돈을 굴릴 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며 "투자든 투기든, 강남의 일부 돈 많은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요즘은 주변에 갭투자로 아파트 한 두채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흔하다"고 말했다.
6·19 대책 이후에도 서울 강북권 시장은 심리적 위축이나 집값 하락 양상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강남권을 타깃으로 한 규제로 유동자금이 강북 외곽지역으로 몰려와 '풍선효과'가 나타난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다만 해당 지역 내 재건축과 도시재생,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고루 집값 상승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최근 2~3년간 서울 인근 신도시에 신규 주택 공급이 쏟아지고 경기권에선 공급과잉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시장에선 서울 시내 아파트값만큼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 보였다. 지난해 '11·3 대책' 이후 6개월만에 집값이 급등세로 돌아선 것이 이른바 '학습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부는 6·19 대책에 따른 시장 영향을 살피면서 집값 급등세가 다시 고개를 들면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주택자가 이상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며 보유세 인상과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등 카드도 예고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대책 이후에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정부 대응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강북권 외곽지도 풍선효과로 계속 상승세를 유지할지, 금리인상과 대출부담 등으로 주춤해질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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