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S토리] '약발 먹힌' 6·19 대책

김노향 기자 2017. 6. 2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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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세가 확실히 줄어든 분위깁니다. 문의는 있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켜보는 편이 낫겠죠. 매물은 부족한데 찾는 사람은 여전히 많습니다.”(서울 서초구 방배동 공인중개사)

“기존 주택보유자는 아무래도 타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혼부부나 저소득자의 대출한도는 그대로 유지되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서울 광화문 시중은행 대출담당자)

지난 6월19일 문재인정부의 첫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인다. 거래규제와 금융규제가 골자인 이번 대책은 부동산과열을 잡겠다는 새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하지만 경제의 상승흐름마저 꺾을 수는 없다는 고민과 함께 실수요자의 보금자리를 보호하겠다는 속뜻이 담긴 만큼 부동산시장이 장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집값 상승세 저지, 하락시킬 정도 아냐
6·19대책으로 서울과 경기도, 부산 등 전국 40개 지역에서는 앞으로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금지된다. 또 이들 조정대상지역은 대출규제가 강화돼 오는 7월3일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70%→60%, 60%→50%로 10%씩 낮아진다. 예컨대 5억원짜리 집을 살 때 지금까지는 주택담보대출을 3억5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3억원만 받을 수 있다. 만일 신용대출이 있다면 대출한도는 더 줄어든다. 그러나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5억원 이하 ▲무주택세대주는 새로운 대출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6·19대책 발표 후 집값을 2000만~3000만원 내려서 내놓겠다는 전화가 많았다”며 “그래도 연초부터 오른 가격을 감안하면 하락세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올라 3.3㎡당 평균 165만원 상승했다. 올 3월 기준 서울 아파트값 평균은 6억원을 넘어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청약과 대출, 재건축 등 주택시장 주요규제가 강화돼 당분간 거래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강도 높은 규제임은 분명하지만 정부가 경제의 상승흐름을 꺾고 싶지 않다는 복안이 있어 보인다”며 “오는 8월 가계부채대책 이후 시장영향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규제지역·오피스텔 등 ‘풍선효과’ 예고

6·19대책이 시장에 규제 시그널을 준 것은 확실하지만 시중 유동자금은 여전히 갈 곳이 없다. 국내 저금리기조가 아직까지는 장기화될 전망이어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아파트에 집중된 구조에서 오피스텔·단독주택·상가 등으로 다양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과거와 같이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부동산이 새 투자패러다임으로 뜰 것이라 예상한다.

이번 정부규제 역시 아파트에 집중됐다. 반면 노후주거지 재개발사업은 서민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로 조합원 주택분양 수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서울 한남·흑석·노량진 뉴타운 등은 단독주택이나 빌라에 대한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한남3구역은 지난 5월 서울시가 재정비 촉진계획을 결정한 이후 집값이 뛰고 있다. 대지면적 23㎡ 기준 연립주택 가격이 지난해 말 3.3㎡당 7000만~7500만원에서 최근 9000만원을 넘어섰다. 3.3㎡당 1억3000만원에 거래된 경우도 있다.

비조정대상지역도 분양권 전매 등을 노린 청약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이번 6·19대책에서 재건축 조합원의 주택분양 수가 1가구로 제한되지 않은 단지 역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대책 발표 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둔촌동 주공고층3단지와 관리처분인가 예정인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등은 예전처럼 조합원이 최대 3가구를 분양받을 수 있다.

또한 오피스텔과 상가 등은 청약규제를 받지 않는 데다 노후대비 수익형부동산으로 각광받으며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11·3대책 발표 이후 오피스텔 거래건수가 급증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3월 오피스텔 등 상업·업무용건물 거래건수는 7만7716건으로 1년 만에 45% 증가하며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6·19대책 발표 후 실시한 단지 내 상가 55개 입찰에는 약 230억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8월 ‘초대형규제’ 나오나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과열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추가대책을 통해 더 강력한 규제를 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8월 가계부채대책을 통한 총채무상환비율(DSR)의 도입을 기정사실화한다. 신용대출뿐 아니라 카드대출, 차 할부금, 마이너스통장 등 채무를 감안해 대출한도를 규제하는 제도다.

하지만 더 큰 변수는 ‘세금규제’다. 정치권은 부동산보유세 인상을 위한 법 개정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과세표준 산정에 적용하는 부동산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올리는 방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실거래가 반영률을 현재 60%(주택 기준)에서 10~15%포인트 인상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1%보다 낮은 0.79%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 “보유세 비중을 임기 동안 1%까지 올리겠다”고 말했지만 공약에는 담지 않았다. 그러나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포함하면 부동산세 비중은 3.1%로 OECD 평균 대비 1.2%포인트 높다. 특히 전체세수 대비 부동산세 비중은 12.4%로 OECD 국가 중 2위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보유세를 올리면서 거래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내년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이 예상된다. 올해 말로 일몰기한이 종료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유예계획이 없음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재건축사업 개발이익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만큼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은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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