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크루즈 타고 떠나는 문화유산 투어 | 360도 바다 위에서 즐기는 크루즈 환상 특급

박찬은 2017. 6. 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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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성급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무료 식사, 매일 이어지는 라스베가스 스타일의 공연, 야외 풀에서 열리는 칵테일 파티. 크루즈 여행은 바다 위에서 당신이 즐길 수 있다고 믿는 모든 환상의 복합체다. 배 안에서 먹고 자고, 중간중간 기항지에서 내려 당일치기 여행도 즐길 수 있는 크루즈가 이제 동해와 부산을 모항으로 확장 중이다. 이탈리아 정통 레스토랑의 향연, 지루할 틈 없는 공연과 함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올 듯한 일본 시골 마을과 유적지 여행까지 모두 소개한다. 국내에서 출발, 일본을 여행하면서, 바다 위에서는 이탈리아 문화를 즐기는 크루즈, 지금부터 시작한다.

▶속초항에 온 ‘바다 위의 이탈리아’

<타이타닉>에 등장하는 거대한 배와 화려한 파티, <러브 어페어>에 등장하는 럭셔리한 보트. 크루즈는 이처럼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럭셔리한 ‘당신’이었다. 국내 중국인 관광객의 약 90%가 크루즈로 입항해 일본으로 가고 있고, 해외에선 이미 크루즈 여행이 일상화됐지만 국내엔 운항 중인 국적 크루즈 선사가 없는 상황. 3~4만~22만톤 급까지 다양한 크루즈 가운데는 워터슬라이드, 암벽 등반, 집라인 등의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대형 배도 있다. 올해로 한국 운항 10년째를 맞은 ‘바다 위의 이탈리아(Italy at Sea)’ 유럽의 No.1 크루즈 선사인 코스타 크루즈는 ‘2016 올해의 크루즈’로 선정됐으며 최근 부산 출도착 크루즈를 새로이 선보였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 공해상에서 하루를 보내면 일본에 당도해 기항지 여행을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부산 혹은 속초 출도착을 선택할 수 있다. 1948년에 설립된 이탈리아 선박회사로 전 세계 크루즈 관광객의 절반을 차지하는 1000만 명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지중해, 북유럽, 발틱해, 카리브해, 중미, 아랍에미레이트, 아프리카는 물론 세계 일주 크루즈와 함께, 한 번의 휴가에 여러 대륙을 방문하는 ‘그랜드 크루즈’도 운영 중이다. 일행이 탄 7만5000톤급의 코스타 빅토리아호는 건물 14층 높이의 배로, 총 길이 263m 사이즈에 승객 약 2400명, 스태프 약 800명을 태울 수 있다. 부산과 속초를 모항으로 이런 사이즈의 배가 1주일 1~2회 정기 운항하는 것은 코스타가 최초다. 싱가폴이나 유럽에서 탈 수 있는 이탈리아 크루즈를 한국에서 정기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현재 두 척의 크루즈를 운행 중인 코스타 크루즈는 오는 2020년까지 4척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크루즈가 처음이라 떨리는가? 영어가 걱정인가? 식당 메뉴부터 기항지 정보까지 선내 한국어 방송이 모두 진행되고, 선내 한국 직원이 많으므로 걱정할 것은 없다.

(시계방향으로)연회용 콩코드 플라자, 중앙홀, 스위트룸, 263m의 긴 복도
(위에서 부터)밤이 되면 별빛 가득한 하늘 아래 선상 파티를 즐긴다, 크루즈 디렉터(좌)와 에치오 디 눈지오 선장,디스코텍,
▶263m 길이의 배에서 길 잃어버리지 않기

본사는 제네바에 있으며, 70개 나라에 지사를 두고 있는 코스타 크루즈는 68년간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통 이탈리아 스타일 서비스와 요리를 제공한다. 천문학 스타일의 대청이 7개의 갑판을 지나는 코스타 빅토리아호는 외관에서부터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독특한 건축문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각 층의 이름은 오델로, 토스카, 카르멘, 트라비아타 등 오페라에서 가져왔다. 배 안에 13층이 없다는 것은 불운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일까? 크루즈에서 처음 애 먹은 부분은 63빌딩을 눕혀놓은 듯한 263m 길이의 배 안에서 객실 찾기. 연회장이나 수영장 출입구와 가까운 엘리베이터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홀수라인, 짝수라인으로 나뉘어진 객실은 중간 중간 복도로 통하는 문, 스태프룸 사이를 잘못 지나치면 많이 돌아 나가야 했고, 선미와 뱃머리 쪽 엘리베이터를 잘못 탄 경우에도 내려서 다시 중앙 엘리베이터로 향해야 한다. 객실은 창문과 발코니 유무, 넓이에 따라 인사이드 캐빈, 오션뷰, 발코니, 미니 스위트 오션뷰(or 발코니), 그랜드 스위트 등으로 나뉜다. 객실에 따라 3~4명이 함께 묵을 수 있는 2엑스트라 수납 베드나 도미토리형 2층 침대가 장착돼 있어 4인 가족여행에도 걸맞다. 복도를 걷다 보니 좀 전에 스태프가 찍어간 내 사진이 걸려 있다. 마음에 드는 경우, 사진을 사갈 수 있는데, 아이들은 선내 스튜디오에서 선장(캡틴) 혹은 공주 옷을 입고 스냅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헤어와 메이크업, 네일 아트가 포함된 공주님 패키지는 2장(20cm×30cm)에 약 50달러. 하루 선장이 되어 캡틴 유니폼을 입고 식사를 하는 패키지는 사진 포함 약 80달러다. 아이와 함께 배에 탄 한 유러피안 부부가 선장 모자를 쓴 아들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카지노
▶선내 뷰티 살롱에서 치아 미백까지 해준다고?

배에 타면 가장 먼저 여권을 맡기고 선내 셀프 키오스크(한국어 지원)에서 신용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카드와 연동된 코스타카드로 결제를 하고, 하선 시 한꺼번에 결제되기 때문. 식사나 숙박, 공연비는 모두 포함돼 있지만 팁은 따로 내야 한다. 하루에 17불 정도. 코스타 카드는 각자의 객실 열쇠 겸 신용 카드, 또 ID 역할도 하니 분실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객실로 올라가니 속초국제여객터미널에서 부친 트렁크가 이미 배달되어 있다. 배에 탐과 동시에 객실 체크인이 진행되는 것. 짐을 대충 풀고 나자 해상 안전훈련에 참석하라는 선내방송이 흘러나온다. 객실에 있는 구명조끼를 입고 밖으로 향한다. 귀찮지만 해상 안전훈련 1회는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네, 지금 선미, 선수 쪽 어디 계세요? 김 대리?”

데이터가 떨어진 경우 일행과 통화나 메신저 대화를 하고 싶을 때는 크루즈 앱을 통한 전화 채팅이 유용했다. 마이 코스타 모바일 앱을 깐 사람들끼리는 데이터가 통하지 않아도, 채팅과 보이스톡이 가능하기 때문. 일행은 모두 15달러에 1GB의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요금제를 택해 결제했다. 자, 드디어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이 밀려오는 걸 보니, 나 역시 문명의 노예였던 건가. 엔터테인먼트가 가득한 연회장으로 향하다 블랙잭 테이블을 발견했다. 지나가던 직원이 “코스타 빅토리아가 크루즈 중에 카지노머신의 수가 가장 많다”고 귀띔한다. 손님 가운데 누군가 잭팟을 터뜨렸는지 슬롯 머신 앞에서 여성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호텔이나 크루즈 내부 카지노 섹션에서는 보통 카메라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니 주의할 것. 뷰티 살롱에는 각종 스파 프로그램과 헤어 메이크업 외에 따로 치아 미백까지 진행돼 여성 여행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신 피트니스 웰니스 센터, 사우나와 핀란드 자쿠지, 선상 스파의 에스테틱과 조깅 트랙, 야외 풀에서의 파티와 함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600명 이상 수용 되는 대극장에서 선상 파티를 즐긴다, 냅킨 댄스파티, 선상신문 <Today>
▶크루즈의 백미, 공연과 수영장 파티…디스코텍에서 춤을

일출 풍경을 찍겠다던 일행은 새벽 4시부터 갑판에 나가 있다. 바다 위에서는 해가 빨리 뜨기 때문이다. 모두 잠든 새벽, 어두운 밤 갑판 위를 어슬렁거리던 사진기자를 불안해하던 가드가 제지한다. 이봐요, 괜찮아요.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으로 내려간다. 코스타 빅토리아에서는 무료로 메인 다이닝을 제공하는 신포니아와 판타지아 레스토랑 외에 3개의 레스토랑에서 하루 5끼이상을 풀코스로 제공한다. 갈라 디너, 이탈리안 나이트,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이탈리아 뷔페 메뉴는 아침부터 밤까지 5일 식사를 해도 다 맛볼 수 없다. 다음날 해장이 필요하거나 심야에 출출할 때는 피자와 쌀국수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도 좋다. 레스토랑 한편. 음악이 나오자 승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앞의 흰색 냅킨을 들고 흔든다. 댄스 타임이 시작됐다는 신호다. 서버들은 손님들에게 다가와 춤을 청하고, 댄스 파티와 함께 열차 놀이 행렬이 테이블 사이를 질주한다. 열혈 배낭 여행객이나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은 ‘크루즈는 지루하다, 은퇴 후 중장년층이나 찾는 것 아닌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뮤지컬 <사포리 디 이탈리아>, 오마쥬 공연인 <트리뷰트 투 마이클 잭슨>, 뉴욕 현지 아크로바틱 쇼 <필 더 비트>, 베니스 카니발이 연상되는 ‘가면 파티’는 매일 밤 언어의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는 다국적 버라이어티 쇼를 선사한다. 대극장에서 매일 밤 이어지는 쇼와 공연은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레퍼토리로 지루할 틈을 뺏는다. 야외 수영장 앞에서는 필라테스와 요가 수업이 한창이다. 아침마다 객실로 배달되는 선내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지 <TODAY>를 매일 아침 확인하고, 그날의 일정과 선내 프로모션, 공지사항 등을 확인하자. 크루즈를 처음 탄다면 중앙홀의 위치를 잘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크루와 함께 하는 댄스파티에서는 추첨을 통해 상품을 증정하며, 와인이나 시계 등을 8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깜짝 마켓이 열리기 때문. 배 전체를 둘러보고 경험하는 데만 해도 하루 이틀이 걸린다. 배 안이 지겹다면 한국어 가이드 포함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 투어를 신청해보자.

나라시대의 절 엔류사에는 국가중요문화재 불상이 많이 남아 있다, 토레토레 해산물 센터
▶첫 번째 기항지, 시간을 뛰어넘은 레트로한 항구마을 ‘마이즈루’

공해상을 지나자 마치 <너의 이름은>이나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에 나오는 수십 년 전 옛 일본의 시골마을 느낌이 드는 ‘근대 항구도시’ 마이즈루에 배가 정박한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버스로 이동, 관광을 하는 기항지 투어의 경우 마이즈루에서는 이네후나야 수상가옥과 문도리 낚시체험, 후쿠치야마 반일 관광이 가능하다. 구 해군의 군항으로 유명한 마이즈루는 특별한 볼거리가 있다기보다는 혼잡하지 않고, 서두름이 없는 시골 항구 마을에서 고즈넉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메이지 36년(1903)에 구 해군이 지은 붉은 벽돌 박물관(아카렌가 1호동)은 현존하는 최고급 벽돌 양식의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영화 촬영 로케 장소로도 유명하다. 도처에 위치한 빨간 벽돌로 레트로한 분위기가 풍겨온다. 한편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5300년 전 통나무배가 전시돼 있다. 1만년 전 메소포타미아 왕조부터 시작된 벽돌의 역사, 세계 각국의 벽돌을 전시하고 있는데 현재 박물관과 벽돌 창고는 전시장, 홀, 커피숍 코너로 탈바꿈됐다. 2011년 동해측 거점항으로 선정된 마이즈루항은 최근 크루즈 객선도 많이 기항하고 있다. 긴 항해 생활 중 요일 감각을 잊지 않도록 매주 금요일에 제공되던 카레라이스의 레시피를 재현한 ‘해군 카레라이스’와 1901년 해군 사령관이 영국 유학 시절에 먹었던 비프 스튜를 재현한 ‘니쿠자갸(고기와 감자 졸임)’도 먹어볼 수 있다. 일본에서 어머니 손맛을 대표하는 니쿠자갸는 점심시간 직장인들도 애용하는 메뉴. JR니시마이즈루역 바로 앞에 위치한 ‘포레스트’에서는 크루즈 이용객이 비프스튜 혹은 니쿠자갸 오므라이스를 주문할 경우 무료로 음료를 제공한다. 니시마이즈루역에서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스폿으로는 전국시대 무사 호소카와 유사이가 쌓아 올린 다나베 성터, 마이즈루 항구와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묘호사, 마이즈루항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바로 먹을 수 있는 토레토레센터(우리나라의 노량진 시장 격이다) 등이 있다. 교토 내 70%의 수산물을 취급하는 ‘수산도시’ 마이즈루이니만큼, 석굴 덮밥, 새조개, 게, 어묵을 꼭 맛볼 것. 어묵판 모양의 버스 1일 승차권을 타고 1일 관광에 나서거나 유람선을 타고 군함과 조선소 등을 살펴봐도 좋다.

마쓰에성 천수각
▶인연을 맺어주는 신들과 요괴마을이 있는 산인 지역

마이즈루에서의 당일 여행을 마친 다음 날, 배는 사카이미나토에 닿았다. ‘미나토’는 항구라는 뜻. 사카이미나토 지역에서는 마쓰에성과 호리카와 강 크루즈가 진행되며, 여기에 시간이 된다면 정원 자체가 예술 작품처럼 놓여 있는 아다치 박물관도 가볼 수 있다. 사카이항에 정박한 배를 뒤로 하고 셔틀을 탄 채 10분여 달리니 JR사카이미나토역에 도착했다. 국보인 마쓰에성은 이곳에서 한 시간 거리로 종점에 위치해 있다. 버스요금은 1000엔. 택시를 이용할 경우엔 약 6150엔 정도가 소요된다. 인연을 맺어주는 신들이 있는 시마네현과 ‘요괴와 코난’으로 유명한 돗토리현은 일본의 4개 섬 중 가장 큰 혼슈 섬 북쪽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다. 두 지역을 모두 일컫는 ‘산인(山陰)’은 좋은 인연을 맺어주기 위해 신들이 모여 회의하는 곳이라는 뜻. 연말이 다가오는 음력 10월 말까지 인연을 찾지 못한 이들을 위해 전국에서 신들이 모여 좋은 인연을 맺어주기 위한 회의가 열린다고 전해진다. 만화 <너의 이름은>에는 사람 또는 사물과의 좋은 만남을 뜻하는 ‘엔무스비’라는 말이 등장한다. 둘레길과 비슷한 ‘인연의 길-산인’은 2016 세계에 자랑할 만한 매력적인 관광 루트로 선정되기도했다. 돗토리현의 사카이미나토 지역은 바다와 인접한 항구마을이라 바다 관련 요괴가 많고, 담력 시험 장소가 되는 저주 받은 흉가도 있다. 시마네현이 일본 고대신화의 배경이 되는 이유다.

일본 전역에 현존하는 12개 천수각 중 하나로 대부분 철거된 메이지 시대 성 가운데 산인지방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천수각인 ‘마쓰에성’은 1611년에 건립됐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자인 마쓰다이라 나오마사까지 호리오 가문이 3대에 걸쳐 만든 마쓰에성은 요새로 이용하기 위해 큰 창은 모두 없앴는데, 꼭대기 망루에 올라가면 성 주변의 마을과 호리카와 강이 그대로 눈앞에 들어온다. 성에 접근하는 적에게 돌을 떨어뜨려 공격하기 위한 투석 장치와 소총 공격이 가능한 작은 창도 나 있었다. 6층 높이로 3대 가문에 걸친 무기와 가보가 전시돼 있다. 성 아래에서 도시 전체를 지켜주던 호수 호리카와에서는 일본 전통 배를 타고 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 낮은 다리가 나타나면 고개를 숙여야 할 수도 있으니 뱃사람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자. 전통 의상을 입은 그는 마치 베네치아 곤돌라의 뱃사람처럼 노래도 부른다. 2.3km를 50분여 운항하는데 강 옆으로 있는 시오미나와테 전통 거리는 ‘일본의 길 100선’에 선정돼 있으니 카메라를 잘 챙겨가자. 약 6시간여 걸리는 호리카와 강 크루즈는 우리를 고대로 돌려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시마네현(마이즈루)에서 돗토리현(사카이미나토)으로 가는 사이 고려홍삼, 모란의 마을 ‘유시엔’을 지나쳤다. 현의 꽃 ‘모란’을 매일 심기 때문에 사계절 감상이 가능한 모란이 보이는 찻집에 앉아 일본 향토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인삼액기스, 인삼차, 인삼아이스크림도 판다.
▶만화의 왕국 ‘돗토리현’의 요괴마을

속초에선 풍물 공연, 일본에서는 유카타 전통 춤. 기항지에 내릴 때마다 지역 주민들은 장소 특색을 살린 공연으로 방문객을 환영한다. ‘만화의 왕국’ 돗토리현은 어떨까. 돗토리현은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 <게게게의 기타로> 미즈키 시게루, <열네 살> 다니구치 지로를 낳은 지방이다. 해마다 이 곳에서 국제만화박람회가 열리는 것도 이 때문. 아오야마 고쇼의 출생지에는 <코난>에 등장하는 발명품이나 트릭 체험, <코난>의 동상을 볼 수 있는 코난 거리나 실제 열차가 다니는 코난역도 있다. 심지어 공항 이름도 만화 주인공 이름을 붙인 ‘돗토리 사구 코난’ 공항이다. 미즈키 시게루가 어린 시절 이웃인 농농할머니에게서 듣고 자란 이야기를 듣고 그린 작품이 바로 <게게게의 기타로>와 <농농할멈과 나>다. 유령족 최후의 생존자 기타로, 눈알아버지, 여자친구 고양이소녀, 생쥐인간 등의 인형 캐릭터들은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 역 앞에서 퍼레이드와 사진 촬영을 제공한다. 주요 만화 캐릭터로 장식된 2량 4종류의 요괴열차는 하루 15번 요나고역과 사카이미나토역을 오가는데, 기차에서 내리면 만화 속 각종 캐릭터들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역 앞에는 전쟁 중 폭격으로 한 팔을 잃었던 미즈키 시게루 거리가 위치해 있다. 초라한 시골마을은 그 뒤 유명 관광지로 바뀌어 인구 3만명의 도시에 관광객 300만명이 방문하는 곳이 됐다. 역 앞에서 800m 아케이드 거리(도보 약 15분)에는 길을 따라 그의 만화에 등장하는 150여 개의 요괴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택시와 전철에도 요괴가 그려져 있다. 가로등 전구에는 요괴 눈알이 붙어 있다. 심지어 양조장 사케 병과 잔에도 요괴가 그려져 있어, 선물용으로 사기 좋다.

사카이미나토-요나고를 오가는 JR기차여행에서는 도시락을 먹어보려 일부러 전철을 타는 이들도 많다. 다음에는 꼭 요괴열차에서 도시락을 먹어보리라. 일본 최대 크기의 ‘돗토리 사구’는 동서 약 16km, 남북 약 2.4km에 걸쳐 쌓여 있는 모래언덕으로 10만년 동안 쌓인 높이 48m에 달한다. 마치 사하라 사막을 보는 듯 끝 없는 모래사막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데, 시간이 된다면 모래미술관 방문도 추천한다. 코스타 빅토리아의 7월 스케줄의 경우, ‘청도-부산’ 2박3일은 7월 20일 출발, ‘부산-속초-블라디보스톡-사카이미나토-부산’ 5박6일은 7월 22, 23일 출발, ‘부산-사카이미나토-가나자와-마이즈루-부산’ 4박 5일 상품은 7월 27일 출발한다. 1+1요금에 아동은 무료로 탑승 가능한 특별 프로모션을 이용한다면 3~4인 가족이 1인 요금을 내고 크루즈에 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항만세, 팁 별도).

(위에서 부터)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국제시장, 부산기항지 투어 중 자갈치시장.
크루즈 투어와 기항지 여행

아침에 도착, 저녁에 출발하는 크루즈의 속성 상 기항지 투어는 한나절 동안의 짧은 여행을 보장한다. 속초에서는 설악산과 시장을, 일본에서는 1~2군데의 어촌 마을을 둘러보고 부산에서는 부산항에 내려 근처의 자갈치시장, 부평깡통시장, 영도대교 등을 둘러보자. 너무 먼 거리를 목표로 하지 말고, 정해진 시간에 배로 돌아올 것. 기항지 투어를 하다 크루즈를 놓치면 직접 비행기를 예약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캐빈 욕실 내에 샴푸나 린스, 보디젤이 마련돼 있지 않은 배도 많으므로, 짐을 쌀 때 충분한 개인 용품을 가지고 타는 것이 좋다.

기항지 투어 시 일본의 높은 교통비를 감안하자. 아무리 먼 거리를 가도 같은 기본 요금이 있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토큰 번호표을 받고 거리에 따라 요금이 부과된다. 택시는 1시간에 7만엔 정도로, 버스나 지하철도 그리 싸지 않으므로, JR이나 셔틀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선내 면세점에서 화장품과 향수 그리고 기념품 구입까지 할 수 있지만 종류가 다양하지 못한 것은 단점. 그러나 승선 중 혹은 면세 상품 구입 후 30일 내에 동일 상품이 구입 가격보다 더 싸게 판매될 경우 그 차액을 보장하는 ‘30일 가격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선할 때가 되면 세일을 많이 하니 그때를 노릴 것. 면세점은 공해상에서만 운영된다.

기항지에서 사온 술, 지역 토산품, 냄새가 심한 음식도 선내 반입 금지다. 한국 출발 시 가져온 술이나 각 기항지에서 구입한 주류는 재승선 후 승무원이 보관하고 있다가 하선 전날 저녁에 해당 선실로 다시 가져다 준다. 레스토랑 및 바에서 판매하는 주류 외에 외부 반입은 불가능하다.

기항지 투어를 위해서는 크루즈 내에서 신분증 역할을 하는 코스타 카드와 함께 일본 입국 대면 심사 시 필요한 여권 복사본, 세관 신고서 세 가지가 필요하다. 잠시 배에 탔다가 당일로 여행을 하는 투어가 아니라 자유 외출을 하기 위해서도 입국 심사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외출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객실에서 모두 빠져 나와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전날의 숙취로 인해 배에서 내리는 대신, 쉬고 싶다고 해도 오전에 진행되는 입국 심사 시에는 배에서 모두 내렸다가 한 시간여 지난 후에 다시 타야 한다. 기항지 투어 예약의 경우 빠르게 마감되므로, 일찍 예약하는 것이 좋다.

크루즈 선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고 선내 기온이 통상적으로 17~22도 정도로 설정돼 있어 얇은 긴소매 셔츠나 카디건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정찬 레스토랑 이용 시 수영복, 슬리퍼 또는 조리 등과 같은 차림은 입장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크루즈 위에서의 배 멀미를 걱정하는 당신에게

“이 정도면 굉장히 잔잔한(quiet) 편이죠. 정말 심한 날은 ‘게처럼’ 옆으로 걷게 돼요. 멀미가 심한 경우 객실에서 못 나오는 승객도 가끔 있습니다.” 코스타 빅토리아 호 관계자는 파도가 높은 경우에는 승무원들도 멀미(sea sick)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미세한 흔들림이 좌우로 느껴졌지만 옆 흔들림 방지장치 Fin Stabilizer가 이를 경감시킨다.

*크루즈 승무원이 가르쳐준 배멀미 방지법4

1.물을 많이 마시지 말 것.

2.빵이나 쿠키를 먹을 것.

3.사과(그린애플)를 먹을 것.

4.창 바깥의 바다를 보지 말 것.

가는 방법 속초나 부산에서 출발해 마이즈루와 사카이미나토로 향하는 코스타 빅토리아호는 부산을 거쳐 다시 속초에 닿는다. 첫 번째 기항지 마이즈루 항에서 JR니시마이즈루역까지는 차로 10분 거리로 크루즈 셔틀 또는 택시를 이용한다. JR니시마이즈루역에서 붉은 벽돌파크까지는 차로 20분 거리. 두 번째 기항지 사카이항구에서 무료셔틀 버스를 타면 JR사카이미나토역까지 10분 소요. JR사카이미나토역에서 종점 마쓰에역까지 요금은 버스로 1000엔(1시간)으로, 여러 곳을 여행할 경우 버스 대신 JR 웨스트레일 패스를 이요하는 것이 저렴할 수도 있다. 시마네 돗토리 오카야마 3지역 오가는 산인, 오카야마 패스 4일 패스 5000엔. 시마네현 마쓰에 지역을 돌아볼 때는 레이크라인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크루즈 기항지 투어를 신청한 경우 부산 금정산 보모사, 해운대의 유명 카페와 해변 백화점 등을 들른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Costa Cruise]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84호 (17.06.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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