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청년채용박람회에.. 고교생들 당찬 도전장

주희연 기자 2017. 5. 26. 0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보다 더 잘할 수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 대거 몰려]
- 새로운 돌파구
"실력만큼 대우받을 수 있고 전공도 살릴 수 있어" 선호

"웹디자이너는 안 필요하신가요? 제가 웬만한 대학생들보단 더 잘하거든요."

지난 23일 오후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청년 채용 박람회'. 특성화 고등학교인 서울디자인고등학교 소속 김모(18)양이 교복 차림에 책가방을 메고 화장품 개발 스타트업(신생 벤처)인 '미미박스' 채용 담당자에게 이력서를 내밀었다.

지난 23일 오후 연세대에서 열린‘스타트업 청년채용박람회’에서 교복을 입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100여 곳이 청년 구직자에게 채용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에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특성화고 학생이 대거 몰렸다. /연합뉴스

국내 스타트업 100여 곳이 참여한 이 행사는 서울산업진흥원과 청년위원회, 연세대 등이 마련했다. 주로 대학생 구직자에게 취업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이었으나 참가자 10명 중 1명은 김양처럼 교복을 입은 특성화고 재학생이었다. 취업박람회엔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 학생들도 보였다. 서울디자인고등학교 김예진(16)양은 "학교 선생님이 추천해주셔서 친구 5명과 함께 학교 수업을 면제받고 평소 관심 있던 스타트업 부스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학생들 틈에 끼어 스타트업 대표들의 강의를 듣고, 회사 부스에 가서 채용 상담을 받았다. 미미박스 마케팅 담당자는 "오늘 3시간 만에 우리 회사 부스에만 고등학생 40여 명이 다녀갔다"며 "대학생들보다 더 아는 것도 많고, 관심도 커서 놀랐다"고 했다.

특성화고는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 직업인이 되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다. 그동안엔 보통 졸업 후 중소기업이나 금융권 사무직 등으로 취업했다. 하지만 최근엔 스타트업 문을 두드리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박성은 전문관은 "행사 홍보를 하자 특성화고 선생님들 여러 명이 '수업 대신 학생들을 데리고 박람회에 참여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해왔다"며 "특성화고 학생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까지 뜨거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후 연세대에서 열린‘스타트업 청년채용박람회’에서 교복을 입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100여 곳이 청년 구직자에게 채용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에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특성화고 학생이 대거 몰렸다. /연합뉴스

특성화고 학생들이 스타트업 입사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학력 차별'이 적고 전공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미림여자정보과학고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전모(19)씨는 최근 식당 대기 손님 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한 스타트업에 취직했다. 여기서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씨는 "스타트업에선 고등학교 때 줄기차게 배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곧장 실무에서 쓸 수 있다"며 "실력만큼 대우받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이날 취업박람회 연단에 선 '투데잇' 이기호 이사가 "우리는 어느 학교 출신인지 전혀 보지 않는다. 우리 회사는 대표는 물론 임직원 대부분이 고졸(高卒)이다"고 말하자 곳곳에서 교복 입은 학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는 것은 취업난과도 관계가 있다.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줄고, 전문대·대졸 인력들이 중소 규모 기업체 취업 문을 두드리면서 특성화고 출신들의 구직도 상대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세사이버보안고 이성숙 취업지원관은 "과거 우리 학생들을 뽑아갔던 기업들에 채용 문의를 하면 '계획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며 "이 때문에 학생들도 새로운 취업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일선 교사들도 스타트업 취업박람회를 쫓아다닌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