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만든 가족 뮤지컬의 신화 - 뮤지컬 '라이언 킹'



요즘 세계 뮤지컬 공연가를 강타하고 있는 무비컬들은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다. 우피 골드버그가 수녀 합창단의 지휘자가 되는 코미디 영화를 무대로 각색한 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런던 초연에 이어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거쳐 아시아 투어 버전이 연말 우리나라도 찾을 예정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성장 영화로 시골 탄광촌 꼬마가 정상급 무용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백하게 그린 영국산 원작 영화의 무대 버전인 '빌리 엘리어트 더 뮤지컬' 역시 두 번째 우리말 앙코르 무대가 준비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뿐만 아니다. 실제로 반지를 끼면 무대에서 사라져버리는 뮤지컬 '반지의 제왕'도 있고, 실직한 남성들이 경제력을 지닌 여성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한다는 코미디 뮤지컬 '풀 몬티', 온갖 마법을 부리는 유모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메리 포핀스' 등도 뮤지컬로 다시 만들어져 세계적인 관심이나 흥행을 누린 바 있다. 최근에는 '찰리의 초콜릿 공장'이나 '보디가드', 아동용 영화인 '마틸다'도 뮤지컬로 탈바꿈되기도 했다. 스크린을 통해 대중성이 입증된 콘텐츠를 가져다 뮤지컬로 각색하는 이러한 제작 방식은 아마도 당분간 가장 흔하고 인기 있는 뮤지컬 시장의 흥행 공식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면도날처럼 정확하게 뮤지컬 영화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디즈니의 만화영화들은 대부분 뮤지컬적인 기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대부분 상황이나 장면들에서 대사와 연기 대신 노래와 춤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요한 방식으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사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이러한 전통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된 가히 고전적인 스타일이었다. 초창기 만화영화였던 1937년작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서 난쟁이들은 일터에서 돌아오며 발맞춰 부르는 것은 바로 노래 '하이 호(High Ho)'가 그랬고, 1940년작 '피노키오'에서 초록색 귀뚜라미 지미니 크리켓이 처음 등장할 때도 대사나 내레이션 대신 '별에 소원을 빈다면(When you wish upon a star)'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이 노래는 훗날 디즈니의 로고 음악으로 사용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인어공주'의 '언더 더 시(Under the sea)'나 '알라딘'의 '더 홀 뉴 월드(The whole new world)' 그리고 '미녀와 야수'의 동명 타이틀 주제가 등은 바로 이런 전통의 현대적 구현 사례라 부를 만하다.

무비컬의 인기는 이야기는 잘 알고 있지만 다시 새로운 각색과 무대적 적용이 빚어내는 색다른 해석에 비롯됐다. 즉 뮤지컬 '라이언 킹'의 재미는 대부분 등장인물들의 표현 양식에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232개에 달하는 동식물 인형들을 제작해 만화 속 캐릭터가 무대적 예술 양식으로 자연스레 녹아들게 하는 별난 실험을 감행됐던 결과다.
뮤지컬의 연출자였던 줄리 테이머는 원래 가면극에 관심이 많았던 여성 연출가였는데, 그의 개인적 경험과 취향이 적절히 반영되며 뮤지컬은 만화영화와는 차별되는 그만의 독특한 향취와 매력을 품게 됐다. 초연 무대가 꾸며진 지 이미 한참이나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막을 올리면 여지없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감탄과 환호는 변치 않는 이 작품의 재미로 남아 있다.
우리말 버전도 앞서 설명한 일본 극단 시키에 의해 제작돼 2006년부터 1년여 동안 샤롯데 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상적인 흥행 기록은 세우지 못해 글로벌 마켓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올리지 못한 별난 '라이언 킹' 프로덕션 사례로 남게 됐다.

실패 요인은 여럿이다. 우선 가족 뮤지컬이 인기를 누리기에 너무 부담스러운 티켓 가격(이러한 부류의 작품은 부모가 아이를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개인당 3~4장씩은 구매해야 한다)도 걸림돌이 됐고, 스타 대신 극단의 소속 배우를 활용하는 제작 방식, 그리고 일본어 버전을 재해석한 한국어 노랫말의 어색함과 연출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문화적 혹은 감성적 차이 등도 실패 요인이 됐다.
결국 '라이언 킹'의 우리말 공연은 무비컬 역시 원 소스의 명성보다 멀티 유스의 현지화 그리고 이에 따른 보다 치밀한 전략적 적용이 흥행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비교연구의 전형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한국적 무비컬 혹은 가족 뮤지컬의 제작과 흥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좋은 경험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문재인노믹스' 15일 출간
- 문재인 시대 파워엘리트 31일 출간
- [오늘의 MBN] 최고의 맛 찾아 떠나는 미식여행
- [오늘의 매일경제TV] 성형수술로 휜 코 교정하다
- [매경e신문] 오늘의 프리미엄 (5월 10일)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AI가 실시간으로 가격도 바꾼다…아마존·우버 성공 뒤엔 ‘다이내믹 프라이싱’- 매경ECONOMY
- 서예지, 12월 29일 데뷔 11년 만에 첫 단독 팬미팅 개최 [공식]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