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7]'촛불 민심' 실현의 날..궂은 날씨에도 투표열기 뜨거웠다

김성훈 2017. 5. 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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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긴 행렬, 아르바이트·야근에도 발길 이어져
투표 마감 오후 8시까지 긴 행렬 이어져
"'소중한 한 표' 행사가 변화의 시작" 한목소리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윤중초등학교에 마련된 여의동 제6투표소에서 한 어린이가 긴 투표 행렬 옆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사건팀] “투표 시간이 두 시간 길어져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약학대에 마련된 흑석 제5투표소 앞에서 만난 이은혜(21·여)씨는 검은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이씨는 근처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 중 한산한 틈을 타 짬을 내 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이씨는 “이번에 처음 투표권이 생겼는데 아르바이트 하느라 사전 투표 때에도 가지 못했다”며 “‘헬조선’인 우리 사회를 고치기 위해서라도 주권자의 권리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새벽부터 줄서고 밤새고…투 표소 향한 유권자 열기

‘운명의 날’이 밝은 이날 전국 1만 3964개 투표소에는 오전 6시 투표소가 문을 열기 전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생애 첫 투표에 나선 대학생들, 나란히 손을 잡고 찾은 노부부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19대 대선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서울 목동중에서 만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아침 6시 조금 지나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맨 먼저 투표소를 찾았는데 ‘30년 만에 첫 투표’라고 하더라”며 “탄핵 이후 치러지는 ‘장미 대선’인 만큼 이번 대선에 쏠린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큰지 느꼈다”고 말했다. 전직 교장 임재빈(83)씨는 “평소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눈 뜨자마자 투표하러 나왔다”며 “제자들에게 모범이 되겠다는 신념으로 살면서 한 번도 투표를 거르지 않았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투표를 마치고 나온 이명재(73)씨는 “우리 사회를 바꾸는 일의 시작인데 부지런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대학생들과 직장인들도 투표 행렬에 동참했다.

권유정(20·여)씨는 “과제를 하느라 밤을 새우다시피 했는데 탓에 깜빡 잠들면 투표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태석(23)씨는 “하루도 공장을 멈출 수 없는 생산직인지라 오늘도 일을 해야 한다”면서 “퇴근 후 투표하기엔 시간이 아슬아슬할 것 같아 출근길에 들렀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노원구 상곡초 체육관 1층에 마련된 상계10동 3투표소에서도 주민 수십 명이 투표소가 열리길 기다렸다.

두 번째로 투표를 마치고 나온 대학생 정지윤(22·여)씨는 “1등으로 오려고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췄는데 아쉽다”며 “내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다는 생각에 전날 밤부터 가슴이 두근거려 좀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朴 전 대통령 이웃 내곡동 주민 “깨끗한 대통령 나와야”

오후 들어 빗방울이 굵어졌지만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는 시민들의 발길을 막진 못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쫓겨 시간을 내지 못했던 20대 유권자들도 투표 마감 전 서둘러 투표소로 향했다.

강남구 대치2동 제7투표소에서 만난 회사원 황아름(27·여)씨는 “어젯밤 늦게까지 일한 탓에 집에서 쉬다 조금 늦게 나왔다”면서 “비도 오고 미세먼지도 심하지만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선거 사무원 정모(57·여)씨는 “지난해 총선과 달리 20대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는 비중이 부쩍 늘었다”며 “‘촛불’로 대변되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학생 비중이 높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제4투표소(창서초)에는 투표 마감 시각까지 20대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새 이웃으로 맞은 내곡동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깨끗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곡동 2·3 투표소가 마련된 언남초등학교에서 만난 김인희(73·여)씨는 “좋은 대통령이 나와서 대한민국이 더 융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유진(24·여)씨는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평등하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 사람이 대통령 됐으면 하는 마음에 투표소를 찾았다”고 했다. 내곡동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는 김모(80)씨는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는 분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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