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이날만 기다렸다"..궂은 날씨 속 투표 열기

변해정 2017. 5. 9. 18: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밤새워 '1등 투표'…수십여 m 줄에 30여분 대기
예식장·안경점·미용실·車대리점 등 이색 투표소도
엄지척·V자 등 각종 인증샷 봇물…BJ 방송 눈길
투표소 잘못 찾거나 신분증 안 가져와 헛걸음도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광진구 한아름쇼핑센터 빠리안경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17.05.0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사건팀 =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서울 시내 투표소에는 비가 뿌리는 궂은 날씨 속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온종일 이어졌다.

'1등 투표'를 하려고 동이 트기 전 단잠을 뿌리치고 투표소를 찾거나 수십여 m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투표 열기를 실감케했다.

유권자들은 한결같이 새 대통령이 안전하고 살맛나는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랐다.

◇소중한 한 표 행사하고 투표 독려도

이날 오후 5시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투표율이 70.1%다. 이번 대선 총 선거인수 4247만9710명 가운데 2976만8033명이 투표를 마친 것이다. 지난 18대 대선의 동시간대 투표율인 70.1%과 같다.

서울 종로구 신교동 서울농학교에 설치된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는 오전 5시40분부터 유권자들이 줄을 지었다. 오후 4시30분까지 1443명이 다녀갔다.

이 곳에서 가장 먼저 투표한 위기석(46)씨는 "깔끔한 마음으로 투표하고 하루를 시작하려고 일찍 왔다"면서 "새 대통령은 돈 좀 없더라도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대통령 한 명이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도 문제 같다. 권한이 축소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20년째 청운동에서 거주한다는 김수(47·여)씨는 생애 첫 투표를 하는 딸 이경원(21)씨와 함께 왔다. 김씨는 "성장보다는 성숙한 문화를 이룩하고 국민 화합을 추진하는 대통령이 당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 뒤를 이어 투표한 이씨는 "첫 투표가 19대 대선이라 의미가 깊다. 새 대통령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끌어 안는 정책을 펴는 사람이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서대문구 창서초등학교에 마련된 신촌동 제4투표소에는 투표 시작 전부터 유권자 10여명이 대기했다.

전날 밤을 새우고 투표소로 나왔다는 김가흔(30·여)씨는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선거였는데 사전투표를 하지 못했다. 잠이 오질 않아 밤까지 샜다"며 "다음 대통령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전진환 기자 =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전 세종시 연세초등학교에 마련된 도담동 제6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고 있다. 2017.05.09. amin2@newsis.com

같은 건물의 신촌동 제5투표소 앞에서 오전 5시15분부터 기다린 김성욱(61)씨는 "출근 전 투표를 마치려고 일찍 나왔다. 깨끗한 사람이 새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뒤 기표소로 들어갔다.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새 자택 인근 언남초등학교에 설치된 내곡동 제 2,3투표소에는 오후 4시40분까지 4100명이 넘는 유권자가 몰려들었다.

투표 참여자가 많아 기분이 좋다고 말문을 연 임종대(77)씨는 "국정농단이란 불상사를 겪은 한국은 지금 위기다. 이럴 때 일수록 정치·경제적으로 깨끗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돼야 한다"면서 "갈등이 판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차기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박 전 대통령이 23년간 머물렀던 전 자택 부근 강남구 삼성2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삼성2동 제1투표소에서는 오후 5시까지 1800명이 투표를 끝냈다. 한때 대기 줄이 10여m 늘어서기도 했다.

오전 5시45분께 투표소에 나와 1등 투표자가 된 오윤(24)씨는 "이 순간을 기억하고 기념하고 싶어 일부러 잠도 안자고 일찍 나왔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다. 소신 투표로 민주시민의 권리를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씨는 10분 먼저 투표소를 찾은 아프리카TV BJ(1인 방송인) 김필기씨에 이어 두 번째로 이 곳을 왔지만 주소지 역삼동 지정투표소로 가야했던 김씨가 투표할 수 없게 되면서 1등이 됐다.

아프리카TV BJ 김씨의 인터넷 방송 촬영은 이 곳을 찾는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투표장 계단에 앉아 셀카봉으로 휴대전화를 켜놓은 김씨는 "참정권은 우리의 기본적 권리다. 귀찮고 바쁘다는 핑계로 안 하시는 분들이 혹시라도 있으면 제 방송을 보고 마음을 바꾸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 방송은 350여명이 시청 중이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후 보괄선거로 치러진 투표의 뜨거운 열기를 취재하는 신화통신·로이터 등 외신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투표하러 예식장 갔어요"…인증샷 쏟아져

광진구 중곡동 중곡제4동 제7투표소가 마련된 곳은 예식장이었다. 이 곳을 찾은 20대 청년 유권자들은 마냥 신기해했다. 생애 첫 투표라는 대학생 김모(20)씨는 "첫 투표인데다 투표소마저 예식장이라 기억에 두고두고 남을 듯 하다"고 즐거워 했다.

관내 이색 투표소는 더 있었다. 중곡제4동 제2투표소는 SK아파트 정문 앞 1층 주차장에 설치됐다. 화양동 제5투표소는 한아름쇼핑센터 빠리안경원을, 능동 제3투표소는 기아자동차 대리점을 빌렸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9대 대선 투표일인 9일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에 마련된 가회동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17.05.09. photo1006@newsis.com

서대문구 홍은동 제2투표소의 위치는 미용실이다.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주민센터·학교·마을회관·노인정 등 공공·중 시설을 투표소로 선정하지만 접근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민간 시설을 임대하기도 한다.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시민들은 인증샷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해시태크(#)와 함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5살과 3살짜리 자녀를 둔 백모(42)씨는 투표소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은 뒤 "SNS에 올려 투표하지 않은 지인들에게 막판 투표를 독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살 된 아들과 '내곡동 제2투표소'라고 적힌 문패 앞에서 셀카를 연달아 찍던 김모(26·여)씨는 "아이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투표하러 왔다. 훗날 아들에게 보여줄려고 한다"고 전했다.

20여분 뒤에는 부녀 유권자가 투표를 마치고 나온 뒤 사진을 찍어댔다. 딸 정모(28·여)씨는 "거짓 없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린 아버지의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았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eu********'는 역삼동 제6투표소에서 하트 모양의 손가락 인증 사진과 함께 "망가진 대한민국을 위한 최고의 리더를 뽑기 위해 나도 작은 한표"라고 적었다.

아이디 'sm************'는 손바닥에 기표 도장을 찍어 올리고는 "투표율이 높아지는 건 어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게 아니라 국민에게 유리하다"라고 썼다.

◇"투표소 헷갈렸네요"…장애인 투표 불편 호소도

자신의 지정 투표소를 잘못 찾거나 신분증을 깜박 놓고와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많았다. 삼성2동 제1투표소 선거 안내원은 "20명 중 1명 꼴로 헛걸음한 듯 하다"고 말할 정도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제19대 대선 국제 선거참관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 선거관계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에 마련된 가회동 투표소에서 투표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2017.05.09. photo1006@newsis.com

아프리카TV BJ 김씨가 대표적이다. 역삼동 지정투표소로 가야했던 김씨는 1등으로 이 곳에 오고도 투표하지 못해 투표 독려 인터넷방송만 하다가 되돌아갔다.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세희(33·여)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면서도 "집으로 발송된 통보문에 적힌 지정투표소로 한 차례 찾아갔지만 잘못 왔다고 하더라. 몸이 불편해 이동하는 데 힘이 든다. 장애인도 살기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내곡동 제2투표소를 찾은 70대 할머니는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아 헛걸음했다. 이 할머니가 내민 것은 장기기증서약서 였다.

투표소 곳곳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란도 있었다.

삼성2동 제1투표소에서는 중년 남성 A씨가 알바생을 동원해 식당 홍보 전단지를 돌리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A씨는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에도 이 곳에서 똑같은 행위를 하다 건물 밖으로 나가달라는 선관위 측의 요구에 "벌금을 떼라"며 맞서다가 퇴장 당한 적이 있었다.

내곡동 제2투표소에는 점심 무렵 유권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30여분 대기해야 했지만 제때 안내받지 못해 항의가 빗발쳤다. 30대 여성은 "30분 넘게 기다렸는데 다른 줄에 서라더라"고 언성을 높였다.

hjpyu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