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만 신고 뛰쳐나와..돌아와보니 온통 잿더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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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불이 순식간에 옮겨붙어 놀란 마음에 고무신만 신고 뛰쳐나왔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7일 오전 강릉시 성산면 관음리에서 만난 최종필(74) 할아버지는 불에 타 폭삭 주저앉아 까맣게 탄 흔적만 남은 자신의 집을 보며 "하나도 남은 게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유씨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저 멀리 불이 붙는가 싶더니 펄쩍펄쩍 뛰어 순식간에 집까지 집어삼켰다. 걸어서 피난을 나오다 경찰차를 얻어타고 겨우 대피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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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은 잔불 정리중..삼척은 진화율 50% 그쳐
주민들 "족보도 못챙겨" "경찰차로 간신히 대피"
"내일 어버이날인데 자식들 걱정할까봐 못오게해"
[한겨레]
“강풍에 불이 순식간에 옮겨붙어 놀란 마음에 고무신만 신고 뛰쳐나왔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7일 오전 강릉시 성산면 관음리에서 만난 최종필(74) 할아버지는 불에 타 폭삭 주저앉아 까맣게 탄 흔적만 남은 자신의 집을 보며 “하나도 남은 게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최씨는 “어제 오후 빨리 피하라는 산불감시원의 말을 듣고 딸네 집으로 대피했다가 아침 일찍 돌아와 보니 이렇게 됐다”며 탄식했다.
최씨가 58년째 살던 집은 산불로 하룻밤 사이 잿더미로 변했다. 바닥엔 검게 그을린 철판이 나뒹굴고 타다 만 나무 기둥이 흉물스럽게 버티고 서 있는 등 화재 당시의 처참함이 묻어났다. 최씨의 집 뒤 야산에도 불에 타다 남은 나무들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자신을 12대 종손이라고 소개한 최씨는 “(불 속에서) 족보도 못 챙기고… 죽어서 조상님들은 어떻게 뵐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웃에 살고 있는 유동희(79)씨도 이번 산불로 집이 불에 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었다. 유씨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저 멀리 불이 붙는가 싶더니 펄쩍펄쩍 뛰어 순식간에 집까지 집어삼켰다. 걸어서 피난을 나오다 경찰차를 얻어타고 겨우 대피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씨의 아내도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이게 뭔 난리인지 모르겠다. 자식들도 오겠다 하는데 걱정할까봐 별일 없으니 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강원 강릉과 삼척에서 잇따라 대형 산불이 나 주택 30채가 소실됐다. 다행히 강릉 산불은 이틀 만인 7일 오전 큰 불길이 잡혀 잔불 정리 중이다. 6일 오후 3시32분께 성산면 어흘리 대관령박물관 뒤 야산에서 일어난 강릉 산불은 주민 311명을 이재민으로 만들었다. 또 축구장 70배에 이르는 50㏊(잠정)의 산림이 불에 탔다. 산림당국은 강릉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 19대와 5771명의 인력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이틀재 이어진 삼척 산불은 현재 50%의 진화율에 그치고 있다. 이 불로 폐가 2채가 타고 80㏊(잠정)의 산림이 초토화됐다. 또 주민 30여명이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산림당국은 이날 새벽부터 진화헬기 26대와 2326명의 인력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강릉 산불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이지만 삼척 산불은 산세가 험해 지상 인력 투입이 어려워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릉 산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삼척 산불 진화에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릉/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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