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 설득해서 즉흥 뮤지컬 매년 공연해야죠"

구유나 기자 2017. 5. 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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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정형적인 공부를 하다 예술의 길을 선택한 연출가가 가장 비전형적인 즉흥극에 도전한다.

즉흥 공연이라고 하면 흔히 해외 뮤지션들의 소울느낌 가득한 재즈 연주나 무아지경 춤사위가 떠오르지만 이번에는 '뮤지컬'이다.

"이번 공연 이후로 즉흥 뮤지컬이라는 레퍼토리를 일 년에 한 두 달씩은 꾸준히 하려고 해요. 배우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는데 잘 설득해서 또 같이 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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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김태형 연출..국내 첫 즉흥 뮤지컬 선보여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피플]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김태형 연출…국내 첫 즉흥 뮤지컬 선보여]

국내 첫 즉흥 뮤지컬인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을 연출한 김태형씨.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이 극의 제목, 장르, 주인공, 명대사 등을 정한다. /사진=뉴시스


"조금 망쳤지만 어때 괜찮아…오늘 만든 이 얘긴 다시 못 봐, 다신 오지 않을 우리 인생처럼."('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중)

가장 정형적인 공부를 하다 예술의 길을 선택한 연출가가 가장 비전형적인 즉흥극에 도전한다. 즉흥 공연이라고 하면 흔히 해외 뮤지션들의 소울느낌 가득한 재즈 연주나 무아지경 춤사위가 떠오르지만 이번에는 '뮤지컬'이다. 대사, 플롯(줄거리), 음악, 그리고 노래까지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그야말로 관객 참여극의 '절정'이다.

올해로 데뷔 10년차인 김 연출은 카이스트(KAIST)를 3학년 때 자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에 입학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연극 '오월엔 결혼할꺼야'(2007)로 데뷔해 연극 '옥탑방 고양이'(2010), '모범생들'(2012), 뮤지컬 '로기수'(2015) 등을 연출하며 가장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 했다. 올해에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을 비롯해 '베헤모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 세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5월14일)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즉흥 뮤지컬이다. 극 중 극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으로 걸려온 뮤지컬 제작을 의뢰하는 전화 한 통이 걸려오고, 배우들은 연출을 관객에게 부탁한다. 관객은 극의 제목, 장르, 주인공, 명대사 등 모든 걸 정한다. 그야말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한 번 해보자는 식이다.

김 연출은 2014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즉흥극 4편을 내리 본 후 "국내에서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도전의식을 불태웠다. 서양에서는 17세기 무렵부터 이탈리아의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 같은 즉흥적인 희극 양식이 존재했던 것에 비해 우리나라 현대극이나 뮤지컬 역사에서는 즉흥극의 역사가 길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막상 해보니까 어렵더라고요.(웃음) 특히 배우들이 많이 힘들어했어요.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그대로 노출되는 기분이라고요. '벌거벗고 하는 것보다 더 창피하다'고 느낄 정도니까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공연 사진. 이영미, 박정표, 홍우진, 김슬기, 이정수, 정다희 배우와 김태형, 민준호 연출이 참여한다. /사진=STORY P


모든 것이 즉흥적으로 이뤄지다보니 돌발 상황도 발생한다. 한 번은 주인공의 삶의 목표가 '어린왕자의 장미가 되는 것'으로 정해진 탓에 '어린왕자'를 주제로 극을 진행한 적이 있다. 배우들은 '어린왕자 명대사'를 검색해서 각 장면마다 대사를 나눠하기로 했는데, 바로 앞 장면에서 배우가 했던 대사를 다음 장면의 배우가 그대로 되풀이한 것. 다행히 동료 배우의 "조금 전 장면에서 누나가 이미 그 대사 했어!"라는 고해성사 덕에 훈훈한 폭소로 마무리됐다는 후문이다.

"(즉흥극이기 때문에) 저희 공연 안에서 용서되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잘 안 풀릴 때는 '즉흥극'이라는 상황 자체를 관객들에게 공개하고 위트있게 넘어가려고 하죠. 관객들도 의외로 잘 받아주시고요. 다만 혐오나 차별적 발언이나 소재가 등장할 때도 있는데, 자칫하면 관객들이나 소수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대사가 아니라 사전 작곡이 필요한 뮤지컬 넘버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김 연출은 "솔로곡의 경우 배우마다 곡을 3~6개 만들어놓고 상황에 따라 곡을 골라쓰는 전략을 썼는데 어떤 배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새로운 가사를 부르기도 한다"며 "합창곡은 대부분 정해 놓고 가지만 일부 가사를 조금씩 바꿔부를 수 있도록 해놨다"고 말했다. 정확한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행복, 슬픔, 분노 등 전체적인 분위기에 해당하는 곡들을 준비해놓는다는 설명이다.

"이번 공연 이후로 즉흥 뮤지컬이라는 레퍼토리를 일 년에 한 두 달씩은 꾸준히 하려고 해요. 배우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는데 잘 설득해서 또 같이 해봐야죠."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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