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나는 이렇게 10kg을 뺐다, 2개월 만에

송태호 송내과의원 원장·의학박사 2017. 4.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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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호의 의사도 사람]
세 끼는 꼭 챙겨 먹고 일주일에 하루는 양껏 먹어
따로 시간 내 운동하기보단 생활하며 많이 움직이려 노력
수많은 다이어트법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식욕과의 전투서 이기는 것

체중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한 건 작년 가을이었다. 아내가 홈쇼핑으로 한 사이즈 큰 바지를 사 주며 한마디 했을 때도 체중 줄일 생각은 없었다. 혈압이 140/80㎜Hg가 나왔을 때는 '좀 싱겁게 먹고 운동하지, 뭐'라고 생각했다. 개들과 산책하러 나가서 좀 뛰었는데 숨이 차기도 전에 다리가 먼저 아파지게 된 것이 체중 감량을 결심한 계기였다.

명색이 의사이니 일단 체중 감량에 대한 논문을 몇 개 읽었다. 운동만으로는 체중을 줄이기 어렵고 식이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체중은 은행 잔고와 같다. 저축(섭취 열량)이 많고 인출(소모 열량)이 적으면 잔고(체중)는 늘어난다. 인출을 늘리려고 열심히 노력해도 저축이 줄지 않으면 잔고가 절대 줄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넘쳐나는 식욕이었다.

환자들에게 처방만 했던 식욕억제제를 먹어 보기로 했다. 더불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하루 세 끼는 종류가 무엇이든 꼭 먹는다. 둘째, 일주일에 하루는 식이를 제한하지 않고 먹고 싶은 만큼 먹는다. 셋째, 시간을 내 운동을 하긴 어려워도 생활 속에서 많이 움직이려 노력한다. 넷째, 물을 많이 마시고 종합비타민을 꼭 복용하며 저녁은 단백질 위주로 섭취한다. 다섯째, 체중 감량이 안 되더라도 3개월간은 지속한다.

식욕억제제를 먹기 전 일단 저녁에 먹을 단백질을 닭가슴살로 정했다. 닭가슴살은 100g당 열량이 매우 낮다. 200g을 먹어도 밥 한 공기 열량도 안 된다. 인터넷 쇼핑몰에 200g 단위로 포장된 훈제 닭가슴살이 지천이다. 냉동실에 가득 채워놓은 닭가슴살을 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볶은 김치를 곁들인 닭가슴살은 먹을 만했다.

대학 입학 당시 내 체중은 72㎏, 결혼 때는 75㎏, 그리고 지금은 88㎏이다. 현재 체중의 10%가량인 9㎏ 감량을 목표로 시작했다. 식욕억제제를 먹은 첫날엔 아무것도 안 먹어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문제는 밤에 잠이 안 오는 것이었다.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이다. 잠은 사나흘간 설쳤다. 자도 잔 것 같지 않았지만 피곤하지도 않았다. 첫 1주일이 지나고 외식을 했을 때도 많이 먹게 되지 않았다.

2주째 접어드니 수면엔 전혀 지장이 없었지만 다른 문제에 부딪혔다. 바로 변비다. 먹는 양이 줄어드니 나올 게 별로 없어서 그런지 아침에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요구르트와 양배추를 변비 해결사로 등판시켰다. 약간 좋아지긴 했으나 음식물 섭취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드니 변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1개월이 지난 후 체중계는 83㎏을 가리키고 있었다. 위는 음식물 섭취량에 따라 용량이 변화되는 신기한 장기다. 2~3주만 조금 먹으면 위가 작아진다. 많이 먹기 어려워진다. 2개월이 지나자 체중은 목표였던 78㎏으로 내려갔다. 혈압도 125/80㎜Hg로 정상에 가깝게 돌아왔다. 거의 10㎏이나 줄었기에 운동 능력도 조금 향상됐다. 다리가 아프기 전에 숨이 차서 달리기를 멈추게 된다.

처음 원칙대로 3개월이 지났을 때도 체중은 78㎏을 유지했다. 먹는 양은 조금 늘어났지만 줄어든 위는 여전하다. 조금만 많이 먹으면 속이 부대낀다. 지금까지 4개월간 요요현상이 없었으니 비교적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체계적인 운동을 같이 했다면 더 큰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세상엔 수많은 다이어트법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식욕을 억제하는 것임을 나 자신의 임상실험을 통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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