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경강선 특집 LET'S GO! BIKE!ㅣ강천섬 자전거 캠핑] 여주역에서 자전거 타고 남한강 봄바람 가르는 기분이란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자전거 캠핑을 할 수 있다. 경강선 여주역에서라면 가능하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자전거 전용 트레일러까지 함께 빌려 주니, 자전거만 탈 줄 아는 사람도 바이크 캠핑을 할 수 있다.
여주자전거대여점에 예약하면 원하는 곳에 자전거를 가져다 준다. 경강선 여주역을 나오자마자 흥미진진한 자전거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승용차로 여주를 찾았다면 금은모래강변공원 무료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주말의 경우 지하철과 전철 자전거 승차가 가능하지만, 주말 경강선은 자전거로 넘쳐난다. 집에서 여주까지 자전거를 싣고 가기도, 타고 가기도 꽤 까다로워 현지에서 빌려서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
경강선 개통은 자전거 마니아들에게도 희소식이다. 남한강을 따라 당일 자전거 투어를 하던 이들은, 서울을 출발해 최대한 가봐야 두물머리나 양평이 한계였다. 더 멀리 가면 돌아오는 거리가 길어져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여의도를 기점으로 잡으면 두물머리만 다녀와도 100km가 넘는다.
그래서 주말이면 서울기점 당일투어의 한계선인 팔당~두물머리 일대가 붐비고, 양평만 지나면 인적이 뚝 끊어졌다. 하지만 경강선이 개통되면서 여주까지 달린 다음 여주 세종대왕릉과 이포보, 여주보, 신륵사를 여유롭게 구경하고 여주역에서 전철로 편히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정보가 빠른 아웃도어 마니아들은 이미 여주 강천섬 자전거 캠핑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만큼 강천섬은 떠오르는 인기 백패킹 대상지이자 자전거 캠핑지다. 강천섬은 57만1,000㎡의 광활한 땅으로 남이섬보다 넓다. 가을이면 온통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 군락이 유명하다.
강천섬은 원래 섬이 아니었으나 장마철이면 물이 불어 섬이 되던 곳이다. 지금은 4대강 사업을 거치며 육지와 분리돼 섬이 되었지만 2곳의 다리가 있어 배를 타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다.
독특한 풍경 연출하는 죽은 느티나무숲
2급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된 단양쑥부쟁이의 서식지이며 남한강 자전거길에서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을 입구부터 강천섬까지 700m 정도 되는데 차량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기에 걷거나 자전거를 타야만 들어올 수 있다. 강천섬은 걸어서 둘러보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려,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낭만적으로만 보이는 강천섬은 사실 보이지 않는 아픔을 품고 있다. 강천섬의 원래 주인은 은행나무가 아닌 느티나무였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강천섬의 상징이었으나 4대강 건설 과정에서 모두 죽었다. 과거 조경회사에서 이곳에 많은 나무를 키웠는데 대표적인 것이 느티나무였다.
4대강 공사가 진행되면서 강천섬이 공원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넓게 퍼져 있던 나무들을 수종별로 옮기게 되었다.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문제였다. 조경회사 측은 까다로운 환경 탓에 한 그루 옮기는 데 한 달이 걸린다고 했지만, 4대강 공사 측은 한 그루당 2~3일 만에 시행해 결국 모든 느티나무가 고사하고 말았다. 때문에 조경회사와 정부 간 소송이 있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강천섬은 토지 소유권과 상수원보호에 따른 규제 등 복잡하게 얽힌 특수한 곳이라 그동안 개발을 못 하고 있었다. 오히려 개발을 못 하게 된 것이 캠핑 명소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여기에 차량 통제와 자전거 라이딩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여주의 특성까지 겹쳐 ‘자전거 캠핑의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취사가 금지되어 있어, 자연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며 야영해야 한다. 더욱이 마을 입구의 넘쳐나는 불법주정차 차량과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통에 마을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어, 캠퍼들의 친환경적인 이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주시는 최근 강천섬을 ‘맘스아일랜드(Mom’s island)’로 꾸민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어머니’라는 포근한 감성과 남한강의 수려한 자연 환경을 활용해 가족 힐링 장소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조성된 강천섬 캠핑장 외에 방문자 휴식공간인 마미센터, 엄마숲, 맘스플라워가든, 친환경놀이터, 추억저장소(타입캡슐 광장) 등이 조성된다. 마을 입구에 400면 규모의 주차장이 조성되고, 주차장에서 강천섬을 잇는 700m 구간에 친환경 저속 전기열차도 도입된다. 2019년까지 단계별로 추진된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봄은 강천섬 자전거 캠핑을 가장 고즈넉하게 즐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고민할 필요 없이 이번 주말 당장 여주에 가야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경강선 여주역을 나오면 허허벌판이다. 새로 지은 역사와 도로는 깔끔하지만 역 앞에는 그 흔한 식당이나 카페, 편의점도 없다. 강천섬으로 자전거를 달리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여주에서 즐기는 감미로운 봄바람
교동로 자전거 도로를 따라 여주시내로 가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꺾어 600m 가면 여주버스터미널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여주 쉐보레와 한국전력 건물이 있는 여양로를 따라 1.3km를 가면 남한강변의 영월근린공원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영월루숯불갈비식당과 소풍모텔. 여기서부터 남한강변의 자전거 전용길을 탄다. 이곳부터는 쌩쌩 달리는 자동차 걱정도 없을뿐더러 몸과 마음을 뻥 뚫어놓는 남한강이 라이딩 내내 즐겁게 좇아온다. 가장 달콤한 라이딩 구간인 것이다.
금은모래캠핑장을 지나 강바람을 즐기며 남진하다 강천보에서 남한강을 건넌다. 강을 건너면 이제 절벽을 곁에 두고 강을 따라 달리게 된다. 자전거 트레일러에 짐을 무겁게 실었다 해도 강천보 진입 시 잠깐을 제외하면 거의 평지라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폐달을 밟는 자유로움과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다.
강천섬에 들어서면 넓은 잔디밭과 함께 괴기스러운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하늘을 향해 벌을 서듯 가지를 뻗은 거대한 느티나무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죽은 느티나무숲이 그로테스크함의 극치를 보여 주는 것이다. 보통의 느티나무와 모양이 다른 것은 잔가지가 계속 떨어져 주된 골격만 남았기 때문이다.
기사의 캠핑 사진은 연출한 것으로 원래는 느티나무 아래에 텐트를 칠 수 없고 중앙 잔디밭에 쳐야 한다. 죽은 나무라 쓰러질 위험도 있지만, 소송이 진행 중인 증거물이기 때문에 출입을 삼가야 한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잔디밭 캠핑장에서 봐도 죽은 느티나무숲의 괴기스런 위용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강천섬은 여주역에서 총 13km 거리로 자전거로 쉬지 않고 달리면 1시간이면 닿는다.
감미로운 라이딩과 낭만적이고 묘한 밤을 맞고 싶다면, 경강선 여주역으로 가자! 아득히 밀려오는 꽃향기와, 살랑살랑 부드러운 남한강 봄바람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여행팁
캠핑장과 먹을거리
강천섬 캠핑장은 현재 비성수기라 별도의 이용료를 받지는 않는다. 다만 주민자치회에서 주차료를 받을 예정이다. 별도의 샤워시설이나 상수도나 샘터가 없으므로 식수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 화장실 역시 빗물을 받아 사용하므로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 3월 현재 화장실은 폐쇄되었으며 4월부터 이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가까운 화장실은 700m 떨어진 굴암리 주차장의 공용화장실이다. 강천섬 인근에 마트가 없으므로 캠핑에 필요한 소소한 용품이나 먹을거리는 여주시내에서 구입해야 한다.
굴암리 마을에 강천매운탕(882-5191), 굴암매운탕(882-6382)식당이 있다. 3km 떨어진 곳의 한식당으로 사찰음식 전문 걸구쟁이네(885-9875)가 있다. TV프로그램인 ‘먹거리X파일’에서 착한 맛집으로 검증된 식당으로 1만3,000원의 사찰정식에 25가지 반찬이 나온다.
자전거 대여
금은모래캠핑장 폰박물관 옆에 위치한 여주자전거대여점(011-318-2296, 010-9822-2299)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픽업 비용을 내면 여주역이나 터미널 등 원하는 장소로 트럭에 자전거를 실어와 가져다준다. 반납도 원하는 여주역 등 원하는 장소에서 반납할 수 있다. 픽업비는 자전거 대수 상관없이 1만 원. 일반 자전거는 시간당 대여료 5,000원, 3시간은 1만 원, 하루 2만 원. 2인용 자전거는 하루 3만 원. 트레일러가 달린 자전거는 시간당 1만 원. 1박2일 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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