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앞 간이 쉼터 필요할까요?..서울시-성동구 충돌
- 성동구 “넓은 보도에만 설치, 주민 만족도 높다”
- 서울시 “신호대기 짧고, 한번 설치하면 없애기 어려워”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17일 성동구 무학여고 사거리 웨딩홀 앞 횡단보도. 왼쪽엔 신호등이, 오른쪽엔 처음보는 ‘ㄱ’ 자형의 시설물이 있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부분과 가림막 기능을 하는 지붕 등 형태가 버스정류장 쉘터와 비슷하다. 봄비가 내려서인지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성동구는 지난해 11월 이 곳과 성수역 4번 출구 쪽 횡단보도 등 2곳에 일명 ‘횡단보도 쉘터’를 시범 설치했다. 노인, 임산부, 어린이, 다친 사람 등이 신호를 기다리며 잠시 앉아 쉬고, 일반인도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한 시설물이다. 폭 1.72m, 높이 2.85m, 지붕 길이 4.73m의 크기다. 지붕 위에는 조명기기가 설치돼 야간에 보도를 환히 밝힐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성동구청장이 임의로 설치한 것일 뿐, 서울시 조례에는 없는 엄연한 불법 시설물이다.
횡단보도 쉘터를 법의 테두리 안에 넣으려는 김기대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성동3)과 성동구, 이를 반대하는 서울시는 10개월 넘게 줄다리기 중이다.
김 의원은 횡단보도 쉘터를 가로판매대나 구두수선대 처럼 도로점용 허가 대상 시설물로 추가해 ‘서울시 도로 점용허가 및 점용료 징수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두차례에 걸쳐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서 모두 보류됐다. 이어 오는 19일 도시안전건설위에 세번째로 상정된다.
김 의원과 성동구 측은 횡단보도 쉘터가 노인 등을 위한 주민 복지 서비스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횡단보도 뒷편에 공개공지가 확보된 곳에만 설치, 보행에 지장이 없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자체 조사한 결과 주민 반응도 긍정적이며, 해외 도시에도 이런 쉘터들이 있다”고 했다.
실제 이 날 자신을 70세라고 밝힌 남성은 “햇볕을 피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하지만 한 20대 여성은 “있으나 없으나 똑같아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했고, 40대 여성은 “노인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내가 직접 앉아본 적은 없다”고 유보적인 의견을 보였다.
18일 구에 따르면 시범설치한 쉘터는 민간업체가 제작, 무상 제공한 것으로 구 예산이 따로 들지는 않았다. 쉘터에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한 광고 자리가 있다. 아직 광고물이 게재돼 있지는 않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서울특별시 옥외광고물 관리조례’에는 광고물을 표시할 수 있는 공공시설물로횡단보도 쉘터가 포함돼 있다. 즉 현재 조례 상 횡단보도 쉘터에 광고를 할 수는 있지만, 횡단보도 쉘터는 도로 점용 시설이 아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서울시도 공공목적의 설치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조례안 개정에 반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서울시내 전역에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는 3만개 정도다. 횡단보도 쉘터를 도로 점용허가물로 한번 허용하면 자치구들이 너도나도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가급적 보도 위 점유물을 최소화해 걷기 편한 거리를 조성하려는 시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 시는 성동구 외에 다른 자치구가 이를 시범설치하는 일이 없도록 작년 11월에 각 자치구에 공문도 띄웠다. 폭 1.72m의 시설물은 보도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시각장애인에게 횡단보도 입구의 시설물은 뜻밖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시는 보행 약자인 시각장애인을 위해 횡단보도의 턱을 낮추고 점자블록을 설치하는데 작년 39억원을 쓴 데 이어 올해도 22억원을 배정했다. 한편에선 없애고, 다른 한편으로 새 시설물을 들이는 건 일관성이 없다. 또한 네거리 코너에서 우회전하는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가릴 수 있고, 야간에 밝은 광고물이 신호등을 보는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점 등 안전 유해성 여부는 정확한 검증을 통해 밝혀야할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호 대기 시간은 고작 2~3분 정도인데, 그 시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인가 의문이 든다”며 “햇빛가리개용이라면 가로수를 심거나 파라솔을 임시 설치하면 된다. 쉘터를 한번 설치하면 관리도 어렵고 나중에 없애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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