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앞 간이 쉼터 필요할까요?..서울시-성동구 충돌

2017. 4.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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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구 “넓은 보도에만 설치, 주민 만족도 높다”
- 서울시 “신호대기 짧고, 한번 설치하면 없애기 어려워”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17일 성동구 무학여고 사거리 웨딩홀 앞 횡단보도. 왼쪽엔 신호등이, 오른쪽엔 처음보는 ‘ㄱ’ 자형의 시설물이 있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부분과 가림막 기능을 하는 지붕 등 형태가 버스정류장 쉘터와 비슷하다. 봄비가 내려서인지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성동구는 지난해 11월 이 곳과 성수역 4번 출구 쪽 횡단보도 등 2곳에 일명 ‘횡단보도 쉘터’를 시범 설치했다. 노인, 임산부, 어린이, 다친 사람 등이 신호를 기다리며 잠시 앉아 쉬고, 일반인도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한 시설물이다. 폭 1.72m, 높이 2.85m, 지붕 길이 4.73m의 크기다. 지붕 위에는 조명기기가 설치돼 야간에 보도를 환히 밝힐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성동구청장이 임의로 설치한 것일 뿐, 서울시 조례에는 없는 엄연한 불법 시설물이다.

[사진=무학여고 사거리 횡단보도에 설치된 횡단보도 쉘터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횡단보도 쉘터를 법의 테두리 안에 넣으려는 김기대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성동3)과 성동구, 이를 반대하는 서울시는 10개월 넘게 줄다리기 중이다.

김 의원은 횡단보도 쉘터를 가로판매대나 구두수선대 처럼 도로점용 허가 대상 시설물로 추가해 ‘서울시 도로 점용허가 및 점용료 징수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두차례에 걸쳐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서 모두 보류됐다. 이어 오는 19일 도시안전건설위에 세번째로 상정된다.

[사진=성수역 4분 출구 쪽 횡단보도에 설치된 횡단보도 쉘터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김 의원과 성동구 측은 횡단보도 쉘터가 노인 등을 위한 주민 복지 서비스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횡단보도 뒷편에 공개공지가 확보된 곳에만 설치, 보행에 지장이 없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자체 조사한 결과 주민 반응도 긍정적이며, 해외 도시에도 이런 쉘터들이 있다”고 했다.

실제 이 날 자신을 70세라고 밝힌 남성은 “햇볕을 피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하지만 한 20대 여성은 “있으나 없으나 똑같아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했고, 40대 여성은 “노인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내가 직접 앉아본 적은 없다”고 유보적인 의견을 보였다.

18일 구에 따르면 시범설치한 쉘터는 민간업체가 제작, 무상 제공한 것으로 구 예산이 따로 들지는 않았다. 쉘터에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한 광고 자리가 있다. 아직 광고물이 게재돼 있지는 않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서울특별시 옥외광고물 관리조례’에는 광고물을 표시할 수 있는 공공시설물로횡단보도 쉘터가 포함돼 있다. 즉 현재 조례 상 횡단보도 쉘터에 광고를 할 수는 있지만, 횡단보도 쉘터는 도로 점용 시설이 아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진=횡단보도 쉘터에는 한번에 3~4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달려있고 몸체는 광고물을 설치할 수 있게 돼 있다.]
[사진=횡단보도 쉘터에는 한번에 3~4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달려있고 몸체는 광고물을 설치할 수 있게 돼 있다.]

서울시도 공공목적의 설치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조례안 개정에 반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서울시내 전역에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는 3만개 정도다. 횡단보도 쉘터를 도로 점용허가물로 한번 허용하면 자치구들이 너도나도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가급적 보도 위 점유물을 최소화해 걷기 편한 거리를 조성하려는 시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 시는 성동구 외에 다른 자치구가 이를 시범설치하는 일이 없도록 작년 11월에 각 자치구에 공문도 띄웠다. 폭 1.72m의 시설물은 보도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시각장애인에게 횡단보도 입구의 시설물은 뜻밖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시는 보행 약자인 시각장애인을 위해 횡단보도의 턱을 낮추고 점자블록을 설치하는데 작년 39억원을 쓴 데 이어 올해도 22억원을 배정했다. 한편에선 없애고, 다른 한편으로 새 시설물을 들이는 건 일관성이 없다. 또한 네거리 코너에서 우회전하는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가릴 수 있고, 야간에 밝은 광고물이 신호등을 보는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점 등 안전 유해성 여부는 정확한 검증을 통해 밝혀야할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호 대기 시간은 고작 2~3분 정도인데, 그 시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인가 의문이 든다”며 “햇빛가리개용이라면 가로수를 심거나 파라솔을 임시 설치하면 된다. 쉘터를 한번 설치하면 관리도 어렵고 나중에 없애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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