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지식·현장경험 어필해야 '신의 직장' 문 열린다

기존 이력서 항목과는 달리 학교 전공수업·직업교육등 직무관련 지식·경력이 중요
필기는 계산·추론 문제 출제..NCS홈페이지 미리 방문해 직무별 샘플문제 풀어봐야
면접은 그룹별 토론으로..국제협력 해결 묻는다면 해외경험과 연관지어 답해야

■ 13개 공공기관 내달 615명 채용

"2016년에는 4만가구에 대한 사업승인을 계획하고 있으나 계획대로 사업승인이 완료될 확률은 90%다. 2017년에는 4만2000가구에 대한 사업승인을 계획하고 있다. 만약 전년 계획대로 사업승인이 완료되지 못할 경우에는 사업승인 가구 수를 5% 증가시키고, 전년 계획대로 완료된 경우에는 사업승인 가구 수를 5% 감소시키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2017년 공공임대주택 사업승인 가구 수의 기댓값은?"

이 질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필기시험 샘플문항이다. 답은 4만320가구다. 전년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확률 10%(42000×1.05×0.1)와 계획대로 진행될 확률 90%(42000×0.95×0.9)를 곱하면 해당 수치가 나온다.

이같이 해당 직무와 관련된 추론 직무 지식 등을 물어보는 것이 이른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전형이다. 토익점수 학점 등 '스펙' 위주의 채용에서 벗어나 직무와 관련된 전문성 직업윤리 등을 물어보기 위해 NCS 테스트가 고안됐는데 올해부터 모든 공공기관 채용에 의무화됐다. 이에 구직자들은 '5월 공공기관 공채시장'을 대비해 NCS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17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13개 공공기관에서 5월에만 615명의 정규직 직원을 선발한다. 한국가스공사가 102명으로 채용 인원이 가장 많고, 교통안전공단 한국남동발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NCS를 만들고 보급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한 관계자는 "행정직이라면 문제 해결 능력이, 기술직이라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며 "NCS 홈페이지를 가면 직무 분야별로 문제 사례와 합격수기가 있다. 이를 참조하면 채용에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령 한국동서발전은 대졸 채용자를 대상으로 한 NCS 출제 범위가 발전기계 분야에선 재료 유체 열역학 동력학 등 기계일반으로 돼 있는데 이를 통해 어떤 분야를 공부하면 되는지를 미리 구직자가 확인할 수 있다. 채용공고를 확인하면 이력서를 작성해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 입사지원서는 사진 나이 가족관계 등 실제 업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항을 기재하게끔 돼 있었다"면서 "하지만 NCS 기반 채용은 직무지식과 관련된 교육 정도 그리고 자격과 경력을 주로 물어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입사지원서(예시)를 보면 경영지원 관련 직무에 응시할 경우 해당 직무와 관련된 학교교육이나 직업교육 혹은 기타교육을 이수한 경험이 있는지 등을 물어본다.

교통안전공단에 입사한 고 모씨는 "NCS 자소서에는 제가 학교에 다닐 때 들었던 수업을 묻거나 교통에 관련된 경험을 묻는 항목이 있었다"면서 "학교에 다닐 때 의무로 가야 하는 현장 실습에서 주차 기획 업무를 맡으면서 겪었던 일들이 그 항목을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 후엔 필기 전형을 거치게 되는데 인재상과 직무에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을 물어보는 항목이 많다. 필기 전형은 수치계산 추론문제 그리고 해당 직무에 대한 지식 등이 주로 출제된다. NCS 홈페이지에는 필기평가 샘플이 있다. 화물 운송, 가방 제작, 보증료 계산 등 각 상황에 맞춰 NCS 기반 필기시험에서 어떤 식으로 문제가 나오는지를 상세히 적어뒀다.

2016년 한국마사회에 입사한 서 모씨는 "문제집을 고르기 전 우선 NCS 홈페이지에 가서 예시 문제를 풀어보며 감을 잡았다"며 "특히 전공 문제는 전공 서적을 읽으며 수업 시간에 배웠던 것을 다시 한번 이해하고 꼼꼼하게 암기를 했는데 시험이 전공 이해도를 바탕으로 출제되다 보니 해당 범위 안에서 굉장히 많은 문제가 나왔다"고 밝혔다.

LH는 올해부터 '직무수행능력평가'를 만들었는데 기사 자격시험과 유사한 문제를 객관식으로 출제할 예정이다.

면접 역시 직무와 관련된다. NCS 면접은 이른바 '구조화 면접'으로 직무 관련 주제에 대한 해결과제를 부여한 후 그룹별로 토론을 실시하는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국제 협력 분야에서 파트너 국가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식으로 원만하게 풀어낼 것인가 등이 질문으로 나오면 해외여행이나 교환학생 등 자신의 경험과 연관 지어 답을 하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KOTRA에 입사한 김 모씨는 "제가 여행했던 경험과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경험을 직무와 연관 지어서 어필한 점이 좋게 보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같은 NCS는 공공기관과 채용자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평이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은 지난해 NCS를 도입했는데 신입사원의 업무 배치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47점을 기록할 정도로 높아졌다. 또한 입사 후 이탈률이 기존에는 28.6%에 달했는데 이 제도를 도입한 후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공단 관계자는 "신입사원의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업무 만족도가 향상됐다"고 밝혔다.

[정순우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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