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것은 순수하다" 인종차별 논란 낳은 니베아 화장품

심진용 기자 2017. 4. 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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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니베아 데오드란트 광고. 페이스북

“흰 것은 순수하다.(White is Purity)”

KKK 같은 백인 인종주의자의 구호가 아니다. 보습크림과 스킨로션, 데오드란트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니베아’의 광고 문구다.

니베아는 최근 ‘인비지블 포 블랙 & 화이트’라는 자사 데오드란트 상품을 선전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광고를 새로 냈다. 흰 옷을 입은 긴 머리 여성이 환한 방 가운데 앉아 등을 보인채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사진과 함께 ‘흰 것은 순수하다(WHITE IS PURITY)’라는 문구를 적었다.

중동지역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 광고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주장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니베아 광고에 히틀러를 합성한 사진도 나돌았다. 반면 극우 성향 네티즌들은 ‘니베아가 우리 편을 선택했다’며 니베아 광고를 공유하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니베아는 지난 4일 “우리 광고에 불쾌감을 느낀 분들께 깊이 사과한다”는 성명을 내고 광고를 삭제했다. 니베아는 “다양성과 평등한 기회는 우리 핵심 가치”라고 덧붙였다. 니베아 브랜드의 본사인 독일 바이어스도르프도 “누구를 다치게 하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었다. 잘못된 해석을 유도하려 한 것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동 시장에 ‘블랙 & 화이트’ 데오드란트 상품을 홍보하고 싶었다. ‘흰색은 순수하고, 검은색은 강하다’는 의미를 연결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니베아 광고가 인종차별 논란을 낳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니베아는 말쑥한 차림의 흑인 남성이 ‘전형적인 흑인’의 표시로 종종 사용되는 ‘아프로 헤어’를 한 마네킹 머리를 멀리 집어던지려는 듯한 사진에다 “RE-CIVILIZE YOURSELF”라는 광고 문구를 달았다. ‘civilize’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시 세련돼지십시오” 혹은 “다시 문명인이 되십시오”로 읽을 수 있다. 후자의 경우 흑인을 ‘야만’에 빗대는 심각한 인종차별적 언사가 된다. 니베아는 이 광고로 구설에 올랐고 결국 “부적절하고 공격적인 광고”였다며 사과했다.

역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2011년 니베아 광고.

뉴욕타임스는 니베아가 최근 구글 광고 보이콧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에서 한번 여론이 만들어지면 최대한 빨리 대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즉각적인 사과와 광고 철회에도 불구하고 니베아를 향한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자사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혐오발언 영상이나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영상에도 기업 광고를 붙여 논란을 낳았다. 지난달 중순 영국 더타임스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시작됐고, 로레알·맥도널드·아우디·AT&T 등 250개 글로벌 기업이 줄줄이 광고 철회를 선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구글은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될 것”이라며 사과를 했지만, 제대로 된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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