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일본 야마가타현 데와산잔 등산 여행..빽빽한 삼나무 숲 사이 2446개 수행의 계단 올라 비로소 속세를 털어내다

2017. 4. 2. 1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구로산 등산로 초입에 있는 교쿠센지. 이민희 여행작가


일본 도호쿠 지방 야마가타현의 데와산잔은 예로부터 야마가타현의 영산으로 추앙받아온 곳이다. 산악 신앙의 성지로 여겨질 정도로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하고, 천혜의 자연을 보유하고 있어 수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다. 단아하고 신비로운 데와산잔으로 봄 등산 여행을 떠나보자.

꽃의 절 교쿠센지

야마가타현의 갓산, 유도노산, 하구로산을 묶어서 데와지역의 3개의 산이라는 의미로 ‘데와산잔(出羽三山)’이라고 부른다. 데와산잔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갓산이다. 해발 1984m의 높이도 높이지만, 사계절의 풍경이 신비해 많은 여행객이 갓산을 방문한다. 갓산을 오르는 등산코스는 여러 개 있지만 그중 볼거리가 가장 많은 곳은 하구로산 등산로에서 시작해 갓산 정상까지 오르는 ‘하구로산 코스’다. 자동차 도로가 해발 1000m 지점까지 있어 등산이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에게도 부담이 적다.

하구로산 등산로 초입에는 고려의 스님이 세웠다는 교쿠센지(玉泉寺)가 있다. 교쿠센지는 1251년에 열린 사원으로 현재 건물은 70년 전 화재로 다시 지은 것이다. 교쿠센지는 매화, 산벚꽃 등 수많은 꽃이 만개해 ‘꽃의 절’이라 불린다. 교쿠센지는 곳곳이 아름답지만 정원풍경이 일품이다. 일본 국가지정 명승정원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단아한 매력이 남다르다. 하구로산에서 내려오는 폭포와 단아한 모습의 연못이 숲, 꽃과 어우러져 천상의 풍경을 그려낸다. 교쿠센지에서는 좌선체험도 할 수 있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가부좌를 틀고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갖는다. 좌선 체험 후에는 말차를 준다.

이데와 문화기념관과 야마부시 참배길

교쿠센지에서 하쿠로산을 향해 30분을 걸어가면 이데와 문화기념관에 닿는다. 이데와 문화기념관에서 주목할 것은 데와산잔의 산악 신앙인인 야마부시. 야마부시는 데와산잔에 1주일 동안 입산해 산속에 머물면서 속세의 때를 씻어내고 명상과 참회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수행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야마부시 역사부터 시작해 야마부시 복장, 의식 등을 사진과 유물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수의를 뜻하는 흰색 야마부시 수행 복장을 하고, 입산 전에 장례를 치르는 모습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이데와 문화기념관에서 야마부시 순례 체험도 할 수 있다. 야마부시 전통 복장을 한 현지 안내인을 따라 하구로산 참배길을 걷는 여정이다. 하구로산 참배길은 삼나무가 빽빽한 숲 속으로 이어진다. 이곳에는 350년이 넘는 삼나무가 500그루 이상 심어져 있는데 모두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하구로산 오층탑과 산진고사이텐

삼나무 숲 참배길을 30분 정도 걸으면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한 목조 오층탑을 볼 수 있다. 일본 국보로 지정된 하구로산 오층탑이다. 색을 칠하지 않은 단아한 모습이 고고한 매력을 뽐내며 삼나무 숲과도 잘 어울려 여행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높이 30m에 달하는 하구로산 오층탑은 내부에 중앙 대들보 역할을 하는 거대한 심주석이 세워져 있다. 지진에 대비해 흔들림을 방지하고 탑의 중심을 잡아준다. 내부는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갈 수 있으나 개방하지 않고 있다.

하구로산 오층탑부터 하구로산 정상까지는 2446개의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하구로산 정상에는 갓산과 유도노산, 하구로산의 삼신을 함께 모신 산진고사이텐(三神合祭殿)이 있다. 이곳은 야마부시의 성지다. 야마부시 모두가 몸에 쌓인 지저분한 속세의 때를 씻어내고 무병장수를 기원하거나 상업의 번성과 농업의 풍요로움을 기원한다.

사계절을 한눈에… 갓산 등산로

12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히지오리 온천마을

산진고사이텐을 둘러보고 자동차로 30분을 달리면 갓산 고지대 등산의 시작인 해발 1000m의 갓산로쿠고메 캠핑장에 갈 수 있다. 갓산로쿠고메 캠핑장에서 갓산 정상인 갓산 신사까지 오르는 길은 사계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마법의 길이다. 4월에 갓산을 방문하면 등산로 주변에 돌매화, 좀양지꽃, 작은 산벚꽃, 하쿠산치도리, 에델바이스 등이 만발해 있다. 해발 1300m를 넘으면 설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6월까지 눈이 쌓여 있어 사계절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눈 덮인 설산이 다가온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등산로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갓산 정상에 오르면 야마가타현의 데와산잔이 한눈에 보인다. 서쪽 끝으로 갓산의 모체가 된 모리산이 보이며, 날씨가 좋을 때는 서쪽의 동해까지 볼 수 있다. 갓산 정상에서 보는 데와산잔의 웅장한 모습에 취하다 보면 옛 야마가타인들이 왜 데와산잔을 신성시했는지 의문이 풀린다.

갓산 정상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갓산 신사가 있다. 돌담으로 쌓은 신사 모습이 고고해 보여 산악 신앙의 성지인 갓산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갓산 신사 주변에는 하얀 옷을 입고 삿갓을 쓴 뒤 지팡이를 짚고 수행하는 야마부시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우동섭 여행작가 xyu2000@naver.com

여행 팁

일본 야마가타현은 겨우내 폭설이 내려 쌓인 높은 산들의 스키 슬로프가 6월까지 남아 있어 여름에도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다. 외부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적어 도쿄·오사카·교토 등에 비해 덜 알려진 산악지방이다. 천연 온천이 유명해 현 곳곳에 각종 질병 치료를 위한 치유 온천이 즐비하다.

데와산잔의 특산품은 죽순이다. 초여름의 향기라고 불리는 죽순국이 데와산잔을 대표하는 죽순요리다. 야마가타현은 국제공항이 없기 때문에 미야기현의 센다이 국제공항을 이용한 후 자동차로 이동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센다이 국제공항으로 가는 아시아나항공 직항편이 매일 편성돼 있다.

하구로산부터 시작해 갓산 정상으로 오르려면 야마가타현 북서쪽에 있는 쓰루오카시에 거점을 정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