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줄 1만 명 세운 똑똑한 여행 가방.. USB 충전부터 무게 측정, 위치추적까지
무게 측정부터 위치 추적까지… 스마트한 여행 가방이 뜬다리모와, 전자 태그 활용한 수하물 체크인 서비스 개시… 여행 산업의 디지털화 주도주인 따라다니는 로봇 캐리어도 등장
스스로 무게를 측정하고 전자기기를 충전해주고, 자신의 위치와 여행지 날씨까지 알려주는 여행 가방이 있다면?
출시된 지 이제 1년 된 미국 캐리어 브랜드 라덴(Raden)의 이야기다. 외형은 평범한 캐리어 같지만, 기능을 살펴보면 이보다 똑똑한 여행가방이 있을까 싶다. 자체 무게 측정이 가능해 추가 수하물에 대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고, 위치 추적 기능으로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이런 매력 탓인지 이 캐리어를 사기 위해 1만 명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할리우드 배우 제시카 알바, 패션 디자이너 토리버치 등 미국의 연예인과 유명 인사들도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다. 라덴 캐리어는 출시 4개월 만에 200만 달러(약 23억 원) 어치를 팔았으며, 론칭 1년 만인 오는 4월 1,200만 달러(약 137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 1만 명 대기 줄 세운 라덴, 스마트 여행 가방 대중화 이끄나
라덴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정보통신(IT) 기술을 탑재한 영리함에 있다. 캐리어 외관에 달린 USB 포트를 활용해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를 충전할 수 있고, iOS 앱과 연동하면 GPS 기능을 통해 현재 캐리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손잡이에 내장된 저울을 통해 가방의 무게도 측정할 수 있다. 앱에서는 각 항공사가 규정한 수하물 무게를 비롯해 목적지의 날씨와 공항, 항공편 등 유용한 정보를 알려준다. 컬러도 특별하다. 보통 캐리어가 잘 사용하지 않는 파스텔 색조의 분홍, 보라, 연두 등 13가지가 출시됐다. 가격은 공식 사이트 기준으로 28인치가 395달러(약 44만 원), 22인치가 295달러(약 33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라덴이 출시됐을 때 미국 보그지는 “라덴 캐리어는 마치 스티브 잡스의 손길이 닿은 것 같다. 만약 리모와와 애플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바로 라덴 캐리어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 캐리어는 대기자가 1만 명에 달한다는 뉴스가 전해지며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라덴은 현재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 40~7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과거 여행 가방은 튼튼함(내구성), 가벼움, 바퀴의 유연함 등이 기준이었다. 여행 가방은 해외여행, 출장 등 어쩌다 한번 드는 제품이기 때문에 무난하게 오래 쓸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때가 잘 타지 않거나 흠집이 나도 표시가 덜 나는 디자인이 선호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행이 보편화하고 단기적이고 즉흥적인 여행 풍토가 늘면서 여행 가방도 패션성과 기능성을 더한 모습으로 진화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외형적 기능성을 넘어 IT를 접목한 스마트한 제품이 인기다. 리모와, 쌤소나이트 등 기존의 여행가방 업체는 물론 라덴, 블루스마트(Bluesmart), 트렁크스터(Trunkster) 등 스타트업 기업들이 관련 제품들을 속속 내놓으면서 여행객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 리모와, 디지털 수하물 체크인 가능한 전자 태그 캐리어로 여행의 디지털화 주도
독일 럭셔리 여행가방 브랜드 리모와는 오는 4월부터 전자 태그(Electronic Tag) 시스템을 장착한 여행 가방을 국내에 판매한다.
리모와 일렉트로닉 태그는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디지털 수하물 체크인 시스템으로, 단순히 가방에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는 수준을 넘어 항공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통해 여행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객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간편하게 티켓팅과 수하물 체크인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여행 가방 옆면에 장착된 전자 태그로 비행 계획을 전송하면, 종이 라벨과 같은 바코드가 가방에 디스플레이된다. 여행자들은 공항에서 긴 줄을 서거나 수작업을 통한 체크인 과정 없이 바로 수하물을 맡길 수 있다.
캐리어와 스마트폰 사이에 영구적으로 암호화되는 페어링 컨셉으로 제 3자의 외부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이 서비스는 독일 루프트한자와 대만 에바 항공에서 상용되어 호응을 었으며, 유나이티드 항공 등 많은 항공사에서도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정찬희 리모와 마케팅팀 차장은 “일렉트로닉 태그 시스템은 여행객의 편의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며 “간편한 디지털 시스템으로 보다 신속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수하물을 체크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종이 소모를 줄여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일렉트로닉 태그는 살사 에어(Salsa Air) 라인과 클래식 플라이트(Classic Flight) 라인을 제외한 전 라인에 도입된다. 가격은 기존 제품에 비해 10만 원이 높게 책정됐다.
이처럼 여행용 가방 업체들이 스마트 가방을 출시하는 이유는 여행 시장이 커지면서 차별화된 기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생은 한 번뿐이니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YOLO)’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풍토가 패션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해외여행 수요는 전년 대비 약 14% 증가했으며, 내국인 출국자도 2,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여행 가방 등 여행 패션 시장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 위치 알려주는 캐리어부터 주인 따라오는 로봇 캐리어까지… 여행 가방, ‘스마트’가 대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NFC 시스템을 적용한 캐리어를 출시해 대박을 쳤다. 이 브랜드는 2015년 업계 최초로 근거리 무선 통신 무선태그 기술인 NFC를 탑재한 ‘스타사인 캐리어’를 선보였다.
이 캐리어의 장점은 공항에 도착해 캐리어가 어느 화물칸에서 나오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에 내려 스크린을 찾을 필요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캐리어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이 제품은 홈쇼핑 론칭 2년 만에 누적 매출 350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비콘(Beacon) 기술을 적용해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김주호 내셔널지오그래픽 마케팅팀장은 “수하물 도착 알림과 분실 방지 등 업그레이드된 스마트 기능을 탑재했다”며 “앞으로도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쌤소나이트는 비콘 기술을 기반으로 한 트랙앤고(Track&Go)를 개발 중이다. 여행 가방에 비콘을 내장시키고, 구글이 개발한 에디스톤 단기식별자를 도입해 사용자가 쉽게 가방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쌤소나이트에 따르면 2014년 한 해만 전 세계 2,410만 구의 여행 가방이 잘못 전달됐으며, 이 중 5.5%는 분실됐다.
사용자는 쌤소나이트 앱을 통해 가방에 설치된 비콘 정보를 등록한다. 가방을 분실했을 경우 앱에 분실됐음을 표시하면, 분실된 가방으로부터 70m 이상 접근 시 신호가 포착돼 가방의 위치와 시간 등 관련 정보가 여행자의 모바일 기기에 전달된다. 회사 측은 해당 기술은 향후 1~2년 사이 상용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코와로봇은 오는 6월 국내에 정식 수입 판매될 예정이다. 판매가격은 80만 원대다./영상=코와로봇 홈페이지 이 밖에도 라덴과 비슷한 성능을 지닌 블루스마트가 국내 시판됐으며, 주인을 알아서 따라오는 로봇 캐리어 코와로봇(COWAROBOT)도 오는 6월 국내 출시를 앞두고 판매 승인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 스마트 여행 가방의 도입 속도가 해외보다 한 발 늦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한 여행 가방 업체 관계자는 “IT기술을 탑재한 여행 가방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KC 인증, 전파 인증, 기술 특허 등이 필요하다. 많은 인증 과정들을 거치다 보니 국내 출고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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