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도 못 태운 연극열정..화상보험금으로 올린 무대"

구유나 기자 2017. 3. 1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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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하고 잔인한 겨울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연극영화과 진학의 꿈은 접어야했다.

2014년 12월, 이씨를 비롯해 200여 명의 연극인들이 추위와 싸우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무대에 올랐다.

올해 2월에는 베스티안 재단 등의 후원을 받아 기념비적인 '첫 연극'이라고 할 만한 '주먹쥐고 치삼'이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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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연극 '주먹쥐고 치삼'의 이동근 아이디서포터즈 PD..사고 아픔 딛고 전문 공연기획자로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피플] 연극 '주먹쥐고 치삼'의 이동근 아이디서포터즈 PD…사고 아픔 딛고 전문 공연기획자로 ]

이동근 아이디서포터즈 PD /사진제공=이동근


혹독하고 잔인한 겨울이었다. 21세 겨울,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전신마비였다. 병원비를 대기 위해 4년간 대학 대신 식당을 전전하며 돈을 모았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3년이 지난 28세 겨울, 우연히 폭발사고에 휘말렸다. 3도 화상이 얼굴과 몸의 절반을 뒤덮어 8개월간 28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이동근 아이디서포터즈 PD(30·사진)를 만났다. 지난달 28일 연극 '주먹쥐고 치삼' 공연을 마치고 보험손해사정사 자격증을 공부 중이었다. "연극이 제가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시작이었다면 보험 자격증은 그걸 지속 가능하게 할 거에요. 꿈과 현실은 병행해야 하니까요."

사고의 흉터는 고스란히 남았다. 고통스런 기억도 생생하다. "처음엔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통증이 너무 심했고, 상처도 좀처럼 낫지 않아 언제 퇴원할지 기약이 없었거든요."

이씨를 일으켜 세운 건 '연극'이었다. 매번 그랬다. 중학교 시절, 넉넉치 않은 형편에 할머니와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일찌감치 '반항아' 낙인이 찍혔다. 중학교 2학년 때 국어선생님은 "좋은 말재주를 수업 분위기 깨뜨리는데만 쓰지말라"며 그에게 연극 특활을 추천했다. 얼떨결에 시작한 청소년 연극은 지역 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경남 남해와 서울을 오가며 극단 활동을 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연극영화과 진학의 꿈은 접어야했다. 아버지가 병상에 있는 4년간 '돈 버는 일'에만 집중했다. 이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목표를 잃고 한동안 방황했다"고 회상했다.

다시 떠올린 건 '연극'이었다. 처음에는 남들에게 '나 예전에 연극 좀 했어'라고 자랑하고 싶은 작은 허영심 때문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대학로를 찾았지만 어느새 한 달에만 연극 15~20편을 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성공한 연극인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 전윤환, 정범철 연출 등에게 무작정 연락을 취했다. "'내가 연극을 이렇게 많이 봤으니 좀 만나줘야 한다'는 식이었죠." 그렇게 10여 명을 만났다.

"당시에 '하루를 두 번 살아야한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었어요.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미리 업무를 하고 야근 없이 칼퇴했죠. 그래야 연극을 볼 수 있으니까요. 너무 피곤하니까 핫식스, 레드불 마시면서 공연을 봤어요."

전윤환 연출은 이씨에게 '제 1회 이십할 페스티벌'을 함께 기획해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2014년 12월, 이씨를 비롯해 200여 명의 연극인들이 추위와 싸우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무대에 올랐다. 축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팀원들은 이듬해 1월에 곧바로 '제 2회' 개최를 위한 회의에 들어갔다. 그러던 중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만약 저에게 꿈이 없었다면 사람들로부터 숨어버렸을 것 같아요." 그는 퇴원 후 사고 보험금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2015년 10월 공연기획사 '아이디서포터즈'를 설립했다. 올해 2월에는 베스티안 재단 등의 후원을 받아 기념비적인 '첫 연극'이라고 할 만한 '주먹쥐고 치삼'이 무대에 올랐다. 사고로 화상을 입은 주인공 '문치삼'이 뮤지컬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지난달 28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재정비후 다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사고 후에 손가락 마비 진단을 받았어요. 근데 저, 이제 주먹 쥘 수 있거든요. '너는 못 할 거야'라고 눈치주는 사람들에게 한 방 먹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연극 제목이 '주먹쥐고 치삼'이에요."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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