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 오늘 주문하면 6개월 후 받는다는 '가성비甲' 족발 공장을 찾아가봤다

울산/김민정 인턴기자(중앙대 신문방송학 4년) 2017. 2. 28. 13: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 주문하면 6개월 후에 받는다는 ‘혜자족발’

“공장 닫으려 마음먹고 있었는데, 커뮤니티에서 화제 된 후 주문량 12톤 쏟아졌어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혜자족발’로 소문난 울산의 작은 족발집이 화제다. 지금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6월 즈음에야 배송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이 족발집이 화제가 된 것은 지난 2월 6일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관련 글이 올라오면서. 한 네티즌이 “요즘 족발 값이 너무 비싸다”며 가성비 좋은 족발에 대해 글을 썼다. 글에 공감한 이들의 추천을 받아 ‘베스트오브베스트’에 오른 후 주문이 폭주했다. 6400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순살 400그램의 푸짐한 양이 ‘창렬스러운’(광고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는 의미) 즉석식품과 대조되며 ‘족발 대란’을 일으킨 것이다.

울산의 족발 공장을 찾아가 보았다

화제가 된 족발집은 울산에 공장이 있다는 세방황칠족발. 일단 ‘♡할머니’ ‘♡♡할머니’로 시작하지 않는 족발집 족발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배달족발을 만드는 환경은 어떠할까.

본지 인턴기자가 취재비 받아, 지난 23일 울산 울주군의 족발을 만드는 세방황칠푸드에 찾아가봤다.

말이 회사지, 두명이 하는 작은 족발집이다. 작년 7월 15일 회사를 차렸고, 대표는 최민창(26)씨, 주임은 황동현(24)가 맡고 있다.

최씨는 “원래는 한 달에 많아야 100kg 정도를 판매했는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후 주문이 12톤이나 쏟아졌다”며 “공장이 워낙 작아 재료를 가공하는 것부터 택배 포장까지 직접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공장 솥 두 개로 하루에 최대 작업할 수 있는 양이 240kg인데, 갑자기 밀려온 물량을 소화하려니 배송기간이 늦는 것이다. ‘족발 대란’이 나기 전 두 청년은 오전 8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했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지금은 새벽 6시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일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이면 생산 환경이 열악하지는 않을까 일단 시설부터 살펴봤다.

60평 남짓한 공장은 입구에 소독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족발을 삶을 때면 뜨거운 증기가 주방에 가득 차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두 청년은 익숙하다는 듯 삶은 족발을 놓을 작업대를 청소했다. 최씨는 족발을 저렴하게 파는 비법을 “박리다매로 이뤄지는 제조업이라 마진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장에서 원료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울산 울주군 삼남면에 공장이 있어 임대료가 저렴한 점도 한몫을 했다고 한다. 대표와 주임 두 사람이 재료 손질부터 포장까지 모든 공정에 참여하니 인건비가 절감되고 유통 마진이 없다.

족발은 국산이 아닌 미국산. 수입족을 황칠, 대추, 감초 등의 9가지 약재를 우린 물에 삶아낸다. 위생과 관련해서는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시스템)’ 인증을 받았다.

최씨는 “사실 원가에서 부가세와 수수료를 모두 떼면 500원 정도 이윤이 남는다”며 “당장 남는 게 많진 않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3만 개를 팔았으니 앞으로 더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요즘 하루 매출은 200만원이 좀 넘는다.

‘황칠’이 대체 뭐지?

‘세상 방방곡곡 황칠을 알리겠다’는 뜻의 회사 이름 ‘세방황칠푸드’는 부산대학교 식품공학과를 나온 최씨의 ‘황칠’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됐다. 식품영양학에서 ‘항산화’를 전공한 최씨는 졸업 논문에서 다룰 시료를 찾다가 황칠을 알게 됐다. 황칠은 전남, 제주 등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로 ‘약재’로도 쓰인다. “항산화 성분이 있는 황칠의 인지도를 높일 방안을 생각하다가 음식과 결합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 최씨 얘기다. 최씨는 “옻이 옻닭으로 유명해진 것처럼 황칠도 황칠족발로 유명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의 30대 가정이 최고 소비층이다. 최씨는 “주부들이 족발에서 강한 향이 나지 않아 아이들이 잘 먹는다”고 말했다. 족발은 자취생들이 술안주로도 선호되는 아이템. 최씨는 “저도 자취생 출신이라 자취생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었다”며 “자취생뿐만 아니라 맞벌이 가정에서도 ‘간편식’으로 인기가 좋다”고 했다.

택배 송장을 빠른 손놀림으로 붙이며 최씨가 말했다. “영업을 나가면 ‘니가 뭘 아냐’며 어리다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지만, 평생 하고픈 일을 이제 찾은 것 같아요. 족발 외에도 차슈(일본식 삶은 고기), 수육 등의 기술도 익히고 있어서 앞으로 보여드릴 것이 많아요.”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