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부터 [컨택트]까지, 에이미 아담스의 다섯 가지 얼굴

아이즈 ize 글 와조 2017. 2.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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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와조

[오스카 후보에만 다섯 번이 지목된 에이미 아담스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안 유명한 유명 배우로 남아 있다. 스크린 위에서는 활짝 열려 있지만 벗어나는 순간 기꺼이 사라지는 사람. 그러니 에이미 아담스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인터넷을 뒤져서는 소용없다. 일곱 형제 중 가운데 아이로 태어난 그는 불필요한 관심을 피해 낮게 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미 아담스를 만나고 싶으면 방법은 하나뿐. 그의 작품을 보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선택권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난다. 디즈니 공주님부터 외계인을 맞이한 언어학자까지, 안 해본 것도, 못하는 것도 없는 에이미 아담스의 활약상 중 다섯 가지를 골라보았다.]

[오피스]의 외판원
에이미 아담스가 매력적인 외판원으로 등장한 시즌 1 마지막 에피소드가 방영될 때만 해도 그와 NBC [오피스]의 미래는 둘 다 불투명해 보였다. 에이미 아담스가 단역을 전전하며 슬럼프를 극복하려 애쓰고 있었던 것처럼, [오피스]는 실패한 리메이크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시즌 1을 끝으로 조기 종영될 테니 짐을 쌀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듣고 있었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던 시절에 함께했던 각별한 인연 때문일까. 에이미 아담스는 배우로 크게 성공한 후에도 늘 [오피스]에서의 경험을 따뜻하게 기억하며 기회만 되면 되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자주 드러냈다. 칙칙한 사무실 배경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며 시선을 사로잡던 에이미 아담스의 재능을 입 모아 칭찬했던 [오피스] 제작진과 배우들 역시 같은 마음. 시즌 7의 특집 에피소드에 그를 다시 초대하려던 계획은 아쉽게도 무산되었지만, 모두가 응원하던 순둥이 짐 핼퍼트로부터 잠깐이나마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게 하였던 에이미 아담스의 활약은 [오피스] DVD에 잘 남아 있다.


[준벅]의 애슐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2년 작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에이미 아담스에게 할리우드의 모든 문을 활짝 열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되어줄 것 같았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쏟아진 갑작스러운 주목은 오히려 독이 되어 긴 슬럼프로 이어졌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좌절의 시간 동안 분출되지 못하고 쌓이기만 했던 에너지는 2005년 작은 인디 영화 [준벅]에서 마침내 폭발한다. 순진하고 외로운 젊은 임산부를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의 존재감은 그를 ‘신스틸러’를 뛰어넘어 영화의 심장으로 만든다. 강렬한 집중력과 카리스마로 사랑스러운 남부 여성을 표현한 신선한 얼굴의 배우에게 세상은 마침내 합당한 찬사를 보냈다. 오스카 후보 지명부터 시작해서 [준벅]이 그에게 안겨준 상은 일일이 다 나열할 수가 없을 정도. [준벅]이라는 이름마저도 너무나 꼭 맞는 상징이 아닌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새나 나비가 아닌 소박한 준벅, 풍뎅이로서 시작된 에이미 아담스의 비행은 그 후 다시는 멈추지 않았다.


[마법에 걸린 사랑]의 지젤
[마법에 걸린 사랑]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보고도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준벅]으로 이미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았던 에이미 아담스가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지며 사랑받게 된 첫 작품. 20대에 연극과 식사를 함께 제공하는 식당에서 일하며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법을 익혔던 그는 쉽지 않은 노래들을 빼어나게 소화하며 모두가 미심쩍어했던 디즈니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전 세계적으로 흥행시켰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조합이라는 모험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만화적으로 과장된 순수함과 진지한 감정 연기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에이미 아담스 덕분. 8천 5백만 달러의 예산으로 3억 4천 5백만 달러의 수익을 낸 [마법에 걸린 사랑]은 팬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후속편의 제작이 결정된 상태다. 전작에서 해피엔딩을 맞이했던 지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내용을 다룰 예정이라고.


[다우트]의 제임스 수녀
진실을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흔들리는 제임스 수녀는 영화의 주제인 ‘의혹’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이다. [다우트]는 많은 관객의 예상과는 달리 현실에서 일어난 특정 사건에 기반을 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임스 수녀는 실존하는 모델이 있다. 존 패트릭 샌리 감독은 어린 시절 자신의 선생님이었던 선의로 가득한 젊은 제임스 수녀를 치열한 진실 공방 가운데 던져놓음으로써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에이미 아담스는 이런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스크린으로 옮겨낸다. 모든 감정 변화가 그대로 드러나는 그의 개방적인 큰 두 눈은 관객들이 섣불리 한쪽의 결론으로 달려가지 못하게 막아주며,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함께 의심하고 고민하게 한다. 마치 에이미 아담스의 섬세한 얼굴을 마음에 품고 쓴 것만 같은 역이지만 사실 제임스 수녀는 다른 배우에게 돌아갈 예정이었다. 꼭 맞는 역이니 무조건 도전해봐야 한다고 등을 밀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선샤인 클리닝]으로 만나 친구가 된 에밀리 블런트. 본인도 훌륭한 배우답게 그의 안목은 정확했다. [다우트]로 에이미 아담스는 또 한 번 오스카 후보에 오르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나 메릴 스트립 같은 배우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닌 배우임을 인정받았다.


[컨택트]의 루이스 
에이미 아담스는 지금은 할 수 있는 역들을 과거에는 할 수 없었으리라는 말을 종종 한다. [컨택트]의 언어학자 루이스를 보면 에이미 아담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언어와 사고의 상관관계를 다루는 이 SF 영화에서 언어학자 루이스가 일종의 메신저로 선택된 이유는 그가 공포와 폭력의 예감으로 너무 쉽게 기우는 세상에서 홀로 순수한 인물이라서, 혹은 모성애가 유달리 강해서가 아니다. 루이스는 언어학을 오랫동안 연구했기에 외계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며, 낯선 언어로 표현된 정보를 해석할 때는 편견 없이 접근해야 한다는 전문 학자로서의 믿음을 고수했기에 새로운 사고 체계를 습득할 수 있게 된다. 막연한 믿음보다는 훈련된 이성을 바탕으로 신뢰의 도약을 하는 사람. 아무리 빼어난 연기력을 갖춘 에이미 아담스 같은 배우로서도 축적된 시간 없이는 제대로 된 표현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40세를 목전에 두자 많은 사람이 그에게 커리어의 종말을 경고했다고 한다. 여배우로서의 전성기는 끝났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그러나 42세가 된 지금, 단단한 자신감과 깊어진 이해력으로 빛나는 에이미 아담스의 배우 인생 이야기는 가장 흥미로운 챕터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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