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어 '인간 사료' 먹는다는 취준생들
낱개포장보다 저렴, 식비도 절약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은혜(여·26)씨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에서 냉동 새우볶음밥 3㎏과 과자 2㎏을 샀다. 식사 대신 먹기 위해서다.
이씨는 "대용량으로 주문하면 냉동 볶음밥이 1인분 한 팩에 1000원도 안 돼 경제적"이라며 "밤늦게 공부하느라 출출할 때는 고열량 과자를 먹으면 금세 배가 부른다"고 말했다.
공부하느라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대용량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낱개 포장보다 저렴한 대용량을 사서 식사 대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대용량 제품은 취준생 사이에서 '인간 사료'로 불린다. 애완동물용 사료처럼 양이 많고 값이 싸다는 뜻이다.
대용량 과자의 경우 1㎏에 5000~8000원 수준으로 동일한 양으로 환산하면 낱개 포장보다 20~40%가량 저렴하다. 식품회사들도 이런 수요에 맞춰 냉동 식품과 과자처럼 유통기한이 긴 제품들을 대용량 묶음으로 판매하고 있다.
취준생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간 사료' 후기(後記)나 경험담 같은 글이 많이 올라온다.
취준생 나모(25)씨는 인기 있는 과자 '누네띠네' 2.5㎏을 주문해서 학교 도서관에 갈 때마다 비닐 팩에 싸간다고 한다. 그는 "공부할 때 과자를 먹으면 점심, 저녁 중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며 "식비도 아끼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3년째 자취하는 대학생 정한균(28)씨도 건빵 6㎏을 1만2900원에 사서 아침 식사용으로 먹고 있다. 정씨는 "음식점 가서 한 끼를 사 먹으려면 2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며 "자취생들에겐 인간 사료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라고 했다.
인간 사료라는 표현의 어감(語感)이 부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료는 원래 동물용인데, 이를 사람과 연결시키는 게 너무 자기 비하적이라는 것이다. 2년 넘게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추모(28)씨는 "고시 학원 친구가 '인간 사료로 배를 채운다'는 인증샷을 소셜미디어에 자주 올리는데, 따뜻한 밥 한 끼조차 마음 놓고 먹지 못하는 취준생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훔친 번호판 BMW에 붙여… 대포차 사고판 외국인 18명 송치
- 아이폰 ‘숙원’ 통화 녹음, 드디어 풀렸지만...한국어 지원은 아직
- 尹 대통령 “北 핵개발, 비확산 근간 흔드는 위험한 행동”
- 2살 아이, 목 피흘리며 쓰려져… 범인은 日어린이집 교사
- K-convenience stores, inspired by Japan, now lead in growth and innovation
- 앞에선 이륙 뒤에선 착륙… 활주로 충돌, 몇 초 차이로 겨우 피했다
- Exclusive: Financial regulations threaten to derail Seoul’s Sewoon redevelopment project
- 사기혐의 피소 임창용 “도박자금 맞지만 충분히 갚았다”
- 일타 강사부터 게임업체 대표까지…아이유의 화려한 이웃사촌들
- 박세리희망재단, 박세리 부친 ‘사문서위조’ 혐의 고소…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