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을의 삿포로는 지금]준비 없이는 축제도 없다

김가을 2017. 2.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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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한국시각)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레이스가 열린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 마코마나이 경기장. 주최측에서 입장 준비가 되지 않아 기자들이 20분 넘게 기다리고 있다.
20일(한국시각)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레이스가 열린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 마코마나이 경기장. 주최측에서 입장 준비가 되지 않아 기자들이 20분 넘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출장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표도 알아보고 숙소도 찾아봤습니다. 어라, 비행기표는 물론이고 숙소도 예매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찌감치 매진됐기 때문이죠. 대체 어찌된 일이었을까요, 일본 통으로 알려진 A 선배는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지금 삿포로 성수기잖아. 지금 눈 축제 할걸?" 아, 그제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삿포로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은 물론이고 삿포로역에도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것이 '딱' 축제 분위기, 그 자체였습니다. 신바람이 나더군요. 저는 드디어 동계아시안게임이 가미된 겨울 축제의 한복판에 들어선 셈이었으니까요. 숙소 예약 문제로 고생했지만 그래도 역시 축제는 축제구나 하는 흐뭇함 속에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어쩌죠. 환상이 초라한 현실로 추락하는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습니다. 축제는 그저 '눈 축제'에만 한정된 것이었나 봅니다. 삿포로의 겨울 축제에 동계아시안게임은 없었습니다. 경기장은 썰렁하기 그지없습니다. 19일 스노보드 대회전이 열린 삿포로 데이네에는 관중이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20일 쇼트트랙 레이스가 펼쳐진 삿포로 마코마나이 경기장 역시 텅텅 비었습니다. 그나마 예선 때는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초등학생들이 목청 높여 응원했지만, 그 아이들마저 빠져나가자 경기장은 다시 산사처럼 고요해졌습니다.

한국어 자원봉사자인 대학생 사야씨는 "나가사키에서 왔는데, 제가 사는 곳 근처에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충격적 사실을 전했습니다. 이거 혹시 '국가적' 대회 아닌가요? 물론 삿포로와 나가사키는 끝과 끝이니 그럴 수 있다고 애써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충격적 광경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삿포로에 살고 있는 사람들 조차 모르더군요. 많은 삿포로 시민들이 "동계아시안게임이요?"라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30년 넘게 삿포로에 살고 있다는 택시 기사는 "솔직히 하는 줄도 몰랐어요. 동계아시안게임이 3번째인데, 가장 인기가 없어요"라며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김현환 한국문화원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2020년 도쿄올림픽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한다면 이번 대회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실제 일본의 주요 뉴스에서는 이번 대회 소식을 거의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개회식에 나루히토 왕세자가 참석했음에도 말이죠.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최저 예산으로 대회를 치르다 보니 여기저기서 볼멘 소리가 나옵니다. 홍보 부족은 물론이고 봉사자들에 대한 지원도 부족합니다. 국내외 취재진에 대한 배려는 당연히 기대조차 할 수도 없고요.

현장을 방문한 아시아빙상연맹 관계자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1년 뒤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현장 조사에 나선 우리나라 관계자들도 한 목소리였습니다. 유동훈 문화체육관광부 제2 차관은 "평창 대회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나 확인하러 왔는데, '평창은 이렇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혹평했습니다.

삿포로는 아시아 동계스포츠의 역사를 담고 있는 도시입니다. 1972년 제11회 삿포로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도 했고요, 1986년 제1회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린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동계종목 시설이 엄청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보면 그동안 어떻게 동계 대회를 치렀나 싶습니다. 철저한 준비 없이는 축제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반면교사인 셈이죠.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대회를 앞두고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큽니다.

아, 짧게 한 마디만 덧붙이겠습니다. 20일 쇼트트랙 경기장에는 조총련계 재일교포들이 찾아와 한국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학생은 "한민족이니까 응원한다"며 수줍게 말했습니다.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혹시 평창에서는 남북이 다함께 '한민족'을 뜨겁게 응원하는 하나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삿포로(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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