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노노! 부채꼴 넓이, 피자로 구해볼까요?

2017. 2. 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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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공부, 즐겁게 하는 법
고학년 갈수록 '수학 싫다' 소리
입시 준비하며 과하게 시간 투자
'못한다' 낙인으로 싫어지기도

부모와 교구 활용해 놀이식 접근
실생활-수학 연결고리 찾아 공부해봐
과한 선행 '수학의 맛' 음미 못해
즐거움 알고, 탄탄한 복습 등 해보길

[한겨레]

'수학구조물대회'에 참가한 삼양초 학생과 학부모가 수학교구를 활용해 창의적인 구조물을 만들고 있다. 이희숙 교사 제공

“중학교 가면 뒤처질까 봐 초등 6학년 때 학원에서 중학교 1학년 1학기 내용을 미리 배웠다. 초등학교 졸업 전에 이미 중2 과정까지 선행한 친구들도 있다.”

“교사가 억지로 나머지 공부를 시키거나 부모가 학원에 떠밀어서 수학이 싫어졌다는 애들도 있다.”

수학 과목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이야기다. 학년이 올라가거나 학교 급이 달라지면서 학생들은 수학 공부를 어려워한다. 갑자기 난이도가 뛰어 방학 때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들도 많다. 무작정 진도를 앞서간다고 내용이 이해되고, 수학 공부의 맥이 잡히는 걸까.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연 ‘수학공감, 수학교육 성과발표회’에서 소개한 수학나눔학교, 선도학교 사례 등을 통해 도움 될 만한 수학 공부법을 살펴봤다.

수학과 멀어진 이유 찾는 게 첫 단추

내게 맞는 수학 학습법을 찾으려면 먼저 내가 어떤 식으로 공부하고 있는지, 수학이 싫거나 어려운 이유는 뭔지 등을 알아야 한다. 충북 삼양초등학교 이희숙 수석교사는 “학생들은 수학을 잘해야 상위권 대학에 가고 좋은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수학 과목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며 “수학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 지겨워하거나 부진아 교육을 받는 경우, 이 사실이 친구들에게 알려져 상처를 받으면서 수학이 싫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앞선 내용이 원인이라면 학원 가는 시간을 줄이거나 수학 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 교사는 특히 교구를 활용하거나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공부 방법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각각 부모는 ‘수학=문제풀이’가 아니라는 것을, 아이는 수학이 부모님과 함께하는 재미있는 놀이 과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그가 진행했던 ‘수학용어디자인대회’는 수학 용어나 공식, 기호를 활용해 실제 디자인으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수학 기호 ‘파이’(π)를 케이크나 피자로 그려서 설명하거나, 도형을 조합해 하나의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수학구조물대회’도 있다. 링과 플라스틱 막대로 구성된 ‘폴리스틱’이나 빨대 모양의 휘어지는 플라스틱 막대 등으로 이루어진 ‘포디프레임’ 등의 교구로 창조적인 구조물을 만들어보는 활동이다.

실제 이 활동을 통해 산타클로스 마을을 상상해서 만든 학생도 있었다. 엄마와 함께 참여한 남매는 두 사람이 서로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는 모습의 구조물을 완성했다. “평소 집에서 자주 싸우는데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는 작품 설명으로 교사들을 감동하게 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은 단면도를 그리면서 ‘도형’과 ‘측정’과 관련한 이론을 이해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었다. 나중에 제목을 붙이고 설명서를 쓰기 때문에 글 쓰는 능력도 길러진다. 부모와 함께하면서 관계도 좋아지고, 수학 공부 자체를 즐거워했다”고 했다.

수학교구재협회 누리집(ko-mia.or.kr)에서는 다양한 교구와 사용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한 학교에는 무상으로 대여도 하고 교사 대상 연수도 진행한다. 특정 교구가 아니더라도 집에 있는 블록 장난감을 활용해도 무방하다. 수학을 좀 더 다양하게 알고 싶다면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수학문화관을 찾는 것도 좋다. 일부 과학관은 수학 관련 체험시설도 마련해놓고 있으니 미리 알아본 뒤 방문해보자.

대전 가오중 학생들이 수학적 개념을 활용해 보드게임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장소영 교사 제공

일기쓰기·내용 설명하는 또래학습 등 방법 다양

수학 개념에 대한 내용, 문제풀이 과정을 말이나 글로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전 가오중 장소영 교사는 수학 개념을 활용해 보드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레 개념을 서로 알려주게 했다. “문제를 설명하는 것은 자신감을 키워줄 뿐 아니라 혼자 익히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단순히 말로 달달 외워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제대로 알아야 남을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을 정확히 익힐 수 있다.”

‘정수와 유리수를 활용한 보드게임 만들기’ 활동을 했던 2학년 이유림양은 “문제를 어떻게 내야 할지 이야기하면서 계산도 많이 해보고 친구와 서로 설명해주는 게 좋았다”며 “선생님이 설명하면 이해가 안 되어도 대충 넘어가는데 우리가 주도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문제풀이 방식을 비교하다 보니 몰랐던 부분을 제대로 짚고 넘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박예린 양은 가장 헷갈리는 ‘정수’ 개념을 주제로 만화 그리기 활동도 했다. 정수를 하나의 직업으로 묘사해 그 특징을 조건으로 한 입사시험에 통과해야 정수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수의 자격’을 본 친구들이 그림은 못 그렸지만 내용은 잘 이해된다고 했다. 수학 원리를 직접 정리하니까 더 기억에 남고 내용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대전 충남고 박정현 교사는 ‘수학 일기’ 쓰는 것을 추천했다. 일기장을 구입해 복습용이나 오답노트용으로 활용하거나 학습 계획을 적으면 된다. 박 교사는 “특별한 형식은 없다. 어떤 문제를 풀었을 때 자기만의 생각을 적을 수 있고 수학과 관련한 바람 등 자유롭게 내용을 채우면 된다”고 했다. 실제 아이들은 ‘나도 수학 교사가 되고 싶다’, ‘도함수의 활용을 알고리즘으로 정리’, ‘진법을 이용한 일기쓰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썼다. 수업이나 시험에 대한 소감, 공부 방법 등 일종의 자기반성을 하거나 목표를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

대전 충남고 학생들이 감성 수학 시간에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을 이차곡선의 성질에 비유한 특징을 발표하고 있다. 박정현 교사 제공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것은 과도한 선행 탓도 크다. 학부모나 학생 둘 다 불안한 마음에 자의 반 타의 반 학원에 의존하지만 문제풀이 위주 수업이 오히려 수학과 멀어지게 하는 셈. 장 교사는 “공식을 외우고 문제풀이만 반복하기보다 ‘왜 그렇게 됐을까’ 질문해봐야 한다. 혼자 생각하기 어렵다면 친구들과 공식이나 개념의 원리에 대해 토론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그는 ‘우리 교실 안에서 입체도형을 찾아보고 그 성질에 대해 이야기하기’, ‘매미는 종류에 따라 5·7·13·17년을 굼벵이로 살다 성충이 돼서 한해 여름을 살고 죽는다. 왜 하필 5·7·13·17년일까?(소수와 서로소 생각해보기)’, ‘피자가게 광고를 보고 1만2000원으로 레귤러 피자 한판을 사 먹거나 라지 피자 여러 조각을 사 먹으려 할 때 어떤 걸 사야 더 많이 먹을 수 있나?(부채꼴의 넓이 익히기)’ 등의 사례를 들었다.

박 교사는 “선행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충분히 복습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괜찮다. 대부분은 진도에 쫓기듯 무리하게 수업을 이끌어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배를 채우는 데 급급한 꼴이다. 하나를 먹더라도 곱씹으며 맛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입시만 우선시하기보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면서 수학을 공부했으면 한다.”

■ 수학과 인성이 손잡은 수업…공부 능률 쑥쑥

‘감성 수학’ 도입한 박정현 교사

충남고 박정현 교사는 수업 때 ‘감성 수학’이란 개념을 만들어 활용했다. 인성교육진흥법에서 제시한 자기존중, 성실, 책임, 자기조절 등의 덕목을 추려 수학 교육과정과 연결지은 것. 가령,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성찰의 기회를 갖는 동시에 ‘대칭’이라는 수학적 지식을 찾고, ‘수학적 관계망과 이차곡선’을 주제로 다양한 이차곡선의 타원, 포물선 등의 특징을 소셜네트워크 등에서의 자기 모습과 연계해 생각해보는 수업이었다.

이 수업을 들은 박동건(고3)군은 “감성 수학은 문제풀이에만 매달리기보다 머리를 환기하며 수학 과목을 조금이나마 ‘말랑말랑’하게 해줬다. 단순히 점수가 오르는 걸 떠나 공부 능률이 올랐다”며 “특히, 내 일상 관심사를 활용해 수학적으로 탐구하는 ‘수학찾기 프로젝트’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축구에 관심 많던 박군은 국가대표 선수단의 실력을 평가하는 피파(FIFA) 랭킹이 어떤 근거로 정해지는지 궁금했다. 대륙별 실력 차이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기준도 애매모호하게 느껴졌다. “통계와 평가 툴을 공부하며 바둑과 체스에서 쓰는 ‘이엘오’(ELO) 평가 방식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경기 결과로 인한 순위 변동이 더 적고 기록이 쌓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졌다.”

박군은 이런 내용을 발표하고 자신이 제시한 방식을 주제로 주변 사람에게 설문조사를 해 긍정적인 반응도 얻어냈다. “수학 외에 다양한 이야기도 다뤄보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공부하는 재미도 알게 됐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수학과 연결 지어 고민해보길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박 교사는 “수학을 싫어하고 자신없어하던 학생이 평소 즐기던 롤게임의 방어력을 캐릭터별로 정리한 통계보고서를 내면서 이 내용을 제대로 분석해보고 싶다고 했다. 놀라운 변화였다”고 했다.

박 교사는 혼자서 끙끙 앓기보다 기본 자료를 주고 자신의 문제풀이 방식을 발표하게 했다. 협업하며 더 나은 결과물을 끌어낼 수 있고 사고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박군은 “내가 푼 것을 먼저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으니까 내가 몰랐던 부분, 실수가 잦은 부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맞든 틀리든 서로 풀이 방식을 비교하면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알 수 있고 풀이 과정을 줄일 수도 있었다”고 했다.

박 교사는 “감성 수학 수업을 한 뒤 아이들 인성지수를 측정해보니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수학이 자신의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 수업 내용으로 지난해 대한민국 수학교육상을 받았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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