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꽃 피는 섬에서 봄 마중하다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2017. 2. 1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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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부산 해운대 동백섬

남쪽 바다에는 몇개의 ‘동백섬’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해운대 동백섬이다. 동백과 소나무가 울창해 겨울에도 초록이 싱그럽고 섬 자체 볼거리는 물론 전망도 수려한 곳. 부산 동백섬으로 가보자.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부산을 대표하는 노래는 단연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다. 재미있는 것은 이 노래가 애초부터 부산을 소재로 한 노래는 아니었다는 것. 원래는 1971년 통영 출신 가수 김해일이 ‘돌아와요 충무항에’로 발표했다. 이후 1972년 조용필의 첫 음반에 수록됐다가 1976년 ‘부산항’으로 가사를 바꿔 다시 조용필의 음반에 넣었는데 대히트를 기록했다.

원곡은 ‘꽃 피는 미륵산에……’로 시작하는데 항구가 바뀌며 첫 소절 가사도 ‘꽃 피는 동백섬’으로 바뀌었다. 만약 김해일의 노래로 세상에 알려졌다면 통영 미륵산이 지금의 동백섬과 같은 인기 여행지가 됐을까. 그만큼 노래의 영향력은 대단했고 동백섬에 와서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심지어 동백섬은 섬도 아니다. 물론 예전엔 섬이었다. 하지만 장산폭포로부터 흘러온 물이 춘천으로 합류하고 좌동, 중동 우동 지역의 충적평야에서 모래가 실려 내려오며 점차 육지와 연결됐다. 이제는 해운대 해수욕장 쪽으로도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고 지하철 동백역에 내려 아파트 사이를 한참 걸으면 섬으로 갈 수 있다. 섬 중심에는 운대산이 있고 길도 잘 조성돼 한바퀴 산책하기 좋다. 예전에는 동백나무가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동백보다는 소나무가 울창하다. 1999년 3월 동백섬은 부산기념물 제46호로 지정됐다.

APEC 정상회의장.

◆누리마루 APEC하우스와 전망대

누리마루 APEC하우스는 2005년 APEC정상회의 때 제2차 회의가 열린 곳이다. 이곳에서 세계 무역·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부산선언문이 합의됐다. 당시만 해도 동백섬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명소였는데 어느덧 12년이 흘러 섬의 일부가 됐다. 동백섬의 꼭지점에 해당하는 부분에 위치했고 가까이 전망대가 있다.

이 건물은 우리 고유의 정자를 현대식으로 표현했다. 지붕은 동백섬의 능선을, 외부에 있는 12개의 기둥은 부산의 역동성을, 내부는 한국 전통문화를 나타냈는데 천장은 경주 석굴암의 돔을 모티브로 했고 벽면은 한국 전통미와 색을 살렸다.

3층 건물에는 APEC정상회담 당시의 소품들이 그대로 진열됐다. 각 정상들이 앉았던 회의 테이블에는 나라를 대표하는 명패가 있고 방명록도 그대로 전시됐다. 펼쳐진 방명록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필체가 보인다. 회의 당시 입었던 한복, 식단, 기념품 등이 그대로 보존된 회의장을 둘러보면 정상회담 당시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이곳은 바다 전망이 좋다. 왼쪽으로는 해운대 해수욕장이 펼쳐졌고,날씨 좋은 날에는 정면으로 대마도(쓰시마)가 보인다. 대마도가 보이는 날이 연중 60일 정도라고 하니 동백섬에서 대마도를 보았다면 행운이라 생각해도 좋다.

조용필 노래에 나오는 오륙도도 보인다. 물 때에 따라 다섯개로, 여섯개로도 보인다 하여 손가락을 꼭꼭 집어가며 섬의 갯수를 세어보는 여행자가 많다. 그렇다면 섬이 과연 몇개일까.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이라 하니 여섯개가 맞다. 이 중 가장 큰 섬이 굴섬으로 커다란 굴이 있다. 사실 물 때에 따라 섬의 개수가 달라 보인다는 설은 19세기 일본사람이 기록을 잘못해 전해진 것이다. 1740년 편찬된 <동래부지>는 동쪽에서 보면 여섯봉우리, 서쪽에서 보면 다섯봉우리가 보여 오륙도라 부른다고 지명의 유래를 기록했다.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광안대교다. 광안대교는 총연장 7.42km에 달하는 국내 최장 현수교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웅장하면서도 역동적이다. 시간, 계절, 요일에 따라 10만가지 이상의 다양한 색상을 내는 부산의 대표적인 야경 명소이기도 하다. 늦은 오후 동백섬을 걸으며 광안대교를 보고, 저녁에 광안리 해변에서 싱싱한 회를 즐기며 광안대교를 감상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최치원 유적.

◆최치원 유적지

동백섬의 정상에는 최치원 유적지가 있다. 경주 사람 최치원 선생의 유적이 왜 이곳에 있을까. 선생은 서기 857년 경주 남천에서 태어나 12세에 당나라에서 유학했다. 조기유학생 신분으로 18세에 당나라의 과거에 합격해 율수현위가 되고 25세에는 <토황소격문>으로 중국 문단에 파란을 일으켰다. 젊은 나이에 외국에서 벼슬을 얻은 해외파 엘리트였다.

최치원 선생은 28세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고국을 위해 일할 차례였다. 몇 번의 벼슬을 거치고 ‘시무 28조’ 같은 개혁안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골품제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좋은 인재가 고국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신분의 한계 때문에 큰일을 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40세부터 방랑자 신분이 된 선생은 전국을 다니며 명문과 명시를 남겼다.

최치원 선생의 마지막은 가야산이었다. 신라 말 최고 천재로 꼽혔던 선생은 가야산 입산 이후 세상에 나오지 않아 산속에서 신선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런데 선생이 가야산으로 입산하러 가는 도중에 들른 곳이 바로 이곳 동백섬이다. 선생은 이곳의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대를 쌓고 자연을 즐기다가 암석에 ‘해운대’라는 글자를 음각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이곳의 지명이 ‘해운대’가 됐다.

어쩌면 이곳이 선생이 마지막으로 본 바다였을 수도 있고 이곳에서 한과 원망을 다 털어냈을지도 모른다. 중국이라는 대국에서 인정받았지만 고국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고 뜻을 이룰 수 없었던 선생에게 이곳 동백섬은 속세를 털어내는 해우소 같은 곳이었을까.

해파랑길.

◆황옥공주 인어상과 갈맷길, 해파랑길 
인어상은 해운대에서 동백섬으로 진입하는 길, 바닷가에 있다. 청동좌상이 이국적이라 외국 것을 모방해 만든 구조물처럼 보이지만 고유의 전설이 서렸다. 이름은 황옥공주. 그녀는 인어나라 나란다국에서 무궁나라 은혜왕에게 시집을 왔다. 그러나 고향을 잊지 못해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고국을 향한 바위에 앉아 슬픔을 달랬다고 한다. 서양이나 우리나 인어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슬픔과 그리움의 상징인 것이 애잔하다. 

동백섬은 갈맷길 2코스에 해당한다. 갈맷길은 ‘갈매기가 노는 길’이라는 뜻으로 9개 코스, 20개 구간, 총 263km다. 2코스는 문탠로드에서 시작해 동백섬을 지나고 오륙도 유람선선착장까지 가는 18.3km 거리다. 이것이 다시 두 구간으로 나뉘었다. 체력에 따라 조절해 걸으면 된다. 그중 짧은 구간에 해당하는 2-1구간에 동백섬이 있으니 한번쯤 갈맷길 걷기에 도전해도 좋겠다.

해파랑길 또한 동백섬을 지난다. 해파랑길은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까지 가는 770km의 걷기길이다. 부산구간 중 제1코스에 해당하며 동쪽을 관통하는 국토대장정의 시작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 정보]

[대중교통으로 해운대 동백공원 가는 법]
부산역 – 1003번 버스 승차 – 동백섬입구 정류장 하차
해운대역 – 139번 버스 탑승 – 동백섬입구 정류장 하차
부산역 – 지하철 1호선 탑승 – 서면역 하차 - 2호선으로 환승 – 동백역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동백섬: 검색어 ‘동백섬’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 710-1

부산관광공사
문의: 051-780-2111
http://bto.or.kr

누리마루APEC하우스
이용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관람요금: 무료

해운대문화관광
문의: 051-749-4000
http://tour.haeundae.go.kr

부산갈맷길
통합안내: 051-120
http://galmaetgil.busan.go.kr

해파랑길
http://haeparang.org

음식
금수복국: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이 일품인 복국 전문점으로 46년 전통을 자랑한다. 전국 체인 중 부산 지역에만 3개 직영 매장이 있으며 해운대에 본점이 있다.
은복지리·탕 1만 ~ 1만2000원 / 활복지리·탕 3만5000원 / 복수육 3만 ~ 12만원
051-742-3600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1동 1394-65

숙소
해운대그랜드호텔: 해운대 전망이 좋고 넉넉한 객실과 최고급 부대시설을 갖춘 특1급 호텔이다. 2005년 APEC정상회담의 공식호텔로 사용되기도 했다.
예약문의: 051-7400-114

위드게스트하우스 : 한국관광공사 ‘good stay’로 지정된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룸과 2인 객실을 갖췄다.
예약문의: 051-744-6996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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