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학교 교육..부러워서 가고 싶은 나라

2017. 2. 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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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어떤 나라가 몹시 부러워진다. 요즘은 북유럽이 그렇다.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때는 스웨덴의 복지 정책을 주목했었다. 최근에는 핀란드의 교육을 동경하게 된다. 동네에 있는 학교가 제일 좋은 학교이고 공부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더 많고 사지선다형 시험이 없으며 등록금도 내지 않는다. 학생도 행복하고 학부모 어깨도 가볍다. 그냥 그 나라 사람들의 표정이 보고 싶어 그곳에 가고 싶은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뒷골을 잡았고 관객은 피눈물을 흘렸다

헬싱키 시가지 풍경

핀란드 여행을 꿈꾸게 한 계기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Where to Invade Next> 핀란드 편이 웹을 통해 공개되면서였다.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는 마이클 무어가 미국 국무부의 전사가 되어 다른 나라들의 장점만을 빼앗기로 하고 전세계를 침공한다는 내용의 필름이다. 무기를 들고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는 없는 행복한 제도를 배워오겠다는 뜻이다. 마이클 무어가 침공한 일차 공격 대상은 일 년에 8주 유급 휴가가 보장되고 일년에 월급을 13번 받는 이탈리아, 숙제란 구시대의 유물이라며 아이들을 실컷 놀게 해주면서도 교육 수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핀란드, 완벽한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슬로베니아, 과거사를 인정하고 반성하도록 가르치는 독일, 재소자의 사회복귀를 도와 최저 재범률을 기록한 노르웨이, 여성인권 신장으로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룬 아이슬란드 등이다. 영화 속에서 마이클 무어는 펜타곤의 지령을 받은 것으로 설정되었지만 사실 <다음 침공은 어디>는 점점 불행해지고 있는 미국 시민의 삶과, 국민보다 월스트리트의 부호들과 엘리트 정치인만을 위한 정치를 일삼는 미국의 시스템을 비웃고 고발하며 ‘좀 배워라’라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연속타 일갈이 담겨있는 필름이다. 그중 핀란드 교육 편이 페이스북에 공개되었을 때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청년, 자식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적지 않은 학부모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를 남겼다. ‘이 나라에는 숙제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젊은이로서의 시간, 삶을 즐길 여유’라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 ‘일주일에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20시간, 하루에 3~4시간이라는 교사의 담담한 발언’, ‘미국에서 공부하고 핀란드로 돌아왔더니 사지선다형 시험을 보지 않아서 좋았다’는 학생의 이야기에 마이클 무어가 ‘사지선다가 아니면 어떻게 시험문제를 맞추냐’고 묻자 ‘답을 쓰면 되죠, 답을 쓰려면 알아야 하고요!’ 웃으며 대답하는 학생들의 대답을 들으며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다.

마이클 무어가 만난 핀란드의 교사들은 이런 마무리 이야기로 무어의 뒷골을 땡기게 했다. 필자의 혈압도 수직 상승하는 발언들이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가 최고예요.”

“핀란드의 학교는 모두 동등하다고요.”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합니다.”

“자신이 배우는 것에 비판적 시각을 갖게 합니다.”

‘‘학교는 행복을 찾는 곳이에요.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곳이 학교에요. 그리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존중하도록 가르칩니다.”

등록금 받는 게 불법이고, 대부분 학교가 국립이며, 사립이라 해도 국립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 핀란드는 마이클 무어뿐 아니라 끔찍한 교육 환경 속에서 허덕이며 살아야하는 한국의 학생, 학부모에게 정녕 부러운 나라일 수밖에 없다.

▶수도 헬싱키 여행

마켓광장 카우파토리(사진 Benreis 위키미디어)
핀란드 청년은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과정인 9년제 종합학교와 진로 탐색을 위한 일 년의 안식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을 통해 일과 대학을 선택한 후 성인으로 데뷔한다. 남자는 군대에도 다녀와야 한다. 복무 기간은 6개월, 여자와 여호와의 증인교는 면제 대상이라고 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그들의 삶은 우리네 그것과 겉보기에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휴대폰 사업을 접은 뒤 IT 인프라 산업 분야에서 여전히 강기업으로 활동 중인 노키아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공업, 농업, 수산업, 삼림, 서비스업, 문화 예술, 건축 등등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직업을 찾아 살아간다. 그들의 직장을 여행 루트로 잡을 순 없으나, 직접 핀란드 사람들과 가까운 곳에서, 한꺼번에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은 시청앞 광장에서 항구까지 이어지는 삶의 현장이다. 특히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이른 아침(6시30분 무렵)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리는 ‘카우파토리 Kauppatori(시장 광장)’는 핀란드 시민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헬싱키 여행의 대표적인 공간이다. 농산물, 수산물, 핸드메이드 공예품, 과일, 꽃, 그리고 식당가까지 없는 게 없는 곳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보통 4개국어 정도를 한다. 공식 언어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이지만, 국민들의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 영어,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핀란드의 공식 언어에 스웨덴어가 포함된 것은 오랜 세월 스웨덴의 지배를 받은 영향이다. 광장 끝에는 헬싱키 시청 청사가 있다. 여리여리한 하늘색의 이 건물 역시 핀란드 수도를 투르크에서 이곳으로 옮긴 19세기 중엽에 건축된 건물인데, 수차례 개보수 작업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원형을 유지함은 물론 청사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시청 청사에 들어가면 시장의 판공비 사용 내역 등 공무원들이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헬싱키역

헬싱키역 인터라인(사진 kallerna 위키미디어)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다. 국토 총 면적은 대한민국(남한)의 3배에 이르지만 1/3이 오로라가 춤추는 북극권이고 국토 70%가 침엽수림으로 이뤄져 있다. 백야청청한 이 나라에서 그나마 일상과 교역에 적당한 곳은 남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헬싱키에는 핀란드 인구 550만명 가운데 60만명 정도가 살고 있으며 나머지 인구도 비교적 따뜻한 헬싱키 인근 에스푸, 포르보, 라티, 휘벤캐, 중부지방의 대도시 탐베레와 그곳에 인접한 노키아, 그리고 예전의 핀란드 수도였던 서부지역 투르크 등에 밀집해 살고 있다. 날씨 탓에 인구 70%가 도시에 살고 나머지 30%는 산간 지역에 거주한다. 도시에 살든 숲에 살든 일인당 소득이 일 년에 4만2000달러 정도라니 그들의 여유있는 표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유럽의 많은 나라가 그러하듯, 헬싱키의 랜드마크는 역시 역사 건물이다. 1862년에 최초 건축된 헬싱키역은 도시 외곽에 사는 직장인들의 통근기차 종착역이자 핀란드 건축의 상징물이다. 멀리서 보면 벽돌로 착각할 수도 있는 외장 마감재는 순도 백퍼 핀란드산 화강암이다. 헬싱키역 중앙 출입구 양쪽에는 전등을 들고 있는 거인상이 있는데, 핀란드 민족인 핀족을 형상화한 것으로 이런 안면 골격의 석상들은 핀란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바이킹을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다.

▶헬싱키 대성당

헬싱키 대성당
헬싱키역, 헬싱키역 조각상 패러디물 어쩐지 코믹해 보인다(사진 User-Skorpion87 위키미디어)
핀란드는 1917년에 독립했다. 그 이전에는 독일, 스웨덴, 러시아로부터 직간접적인 지배를 받아왔다. 여행자들이 감탄을 하며 보는 헬싱키의 건축물들은 러시아가 형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지배했던 100여 년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신고전주의 건축의 전형을 보여주는 저 아름다운 헬싱키 대성당은 1808년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러시아가 핀란드 지배권을 빼앗아 오면서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건축물이다. 당시 승전 황제였던 알렉산드르 2세의 명령에 의해 독일 건축가 크를 루빙 엥겔이 지은 이 성당은 1952년에 완공되었는데, 알렉산드르 2세는 2년 전에 이미 세상을 뜬 상태였다. 지금은 핀란드 최대 종파인 루터파 총본산으로, 또는 대형 종교행사장으로, 미술전, 음악회 등을 개최하는 열린 문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대성당 앞 원로원 광장에는 알렉산드르 2세 청동상도 서 있다. 핀란드가 독립했을 때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은 만네르 하임 장군이었다. 독립 후 식민 시대의 상징인 알렉산드르 2세 동상을 철거하고 하임 장군 동산을 세우자는 여론이 팽배했으나 ‘잊지말자 식민지’의 뜻으로 그대로 보전하기로 했다.

▶헬싱키 국립박물관

헬싱키 국립박물관(사진 위키미디어), 박물관 내부(사진 Daderot 위키미디어)
어제 없는 오늘은 없다. 핀란드는 핀족이 모여 이룬 국가이지만 수 세기 동안 이웃 나라의 지배를 받아왔다. 중세 북유럽의 강국이었던 스웨덴과 독일, 그리고 러시아의 틈에 끼어 치이고 얻어맞고 지배 당한 세월이 400년이 넘는다. 1917년 독립 선언 이후에도 외부 세력의 간섭이 포함된 내전이 발생했고 구소련연방이 해체될 때까지 유럽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등거리 외교를 통해 중립적 입장을 취함과 동시에 내실을 다져나갔다. 유럽이 1차, 2차 대전에 휩싸였을 때 그들도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구소련 해체 이후 유럽연합에 가입했지만 나토 등 군사 관련 조약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민 복리를 위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 오늘날 세계 최고의 강소국 핀란드를 건설한 것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핀란드의 교육 제도 또한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사학을 없애고 모든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그에 따른 비용도 세금으로 충당하자는 뜻에 온 국민이 서명하기까지 오랜 격론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의 국가와 후손을 위한 헌신의 역사와 빛나는 오늘, 그리고 깊고 웅장한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 헬싱키 국립박물관이다. 석기시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핀란드 문화사를 꼼꼼히 살피노라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장 시벨리우스 유적과 핀란드 디자인 스트리트

세계적인 명곡 핀란디아를 만든 시벨리우스의 공원이 헬싱키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핀란드 최고의 음악가이자 민족주의자였다. 그의 음악을 해석하는 학자들은 시벨리우스의 곡에서 그의 조국 핀란드를 떼놓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1899년에 작곡한 ‘핀란디아’는 핀란드는 물론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명곡이 되었고, 이 곡을 통해 핀란드를 알게 된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다. 공원에는 시벨리우스의 기념비와 그의 두상이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휴식과 산책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기념비는 600개의 강철 파이프로 만들어졌는데, 작품을 만든 엘라 힐투넨이 작품 의도와 모티프를 밝히지 않아 방문자들이 나름 그 의미를 해석하곤 한다. 가장 많은 의견은 파이프오르간과 침엽수림. 모두 음악, 핀란드를 연상케 하는 것들이다. 시벨리우스를 기리는 시설도 또 있다. 콘서트홀 ‘핀란디아 홀’이 그곳.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 알바 알토가 설계해서 더욱 유명해진 세계적 명소다.

핀란드는 디자인 강국이다. 헬싱키를 여행하는 김에 핀란드 오리지널 디자인 상품 한두 가지를 구입해볼 것을 권한다. 디자인숍들은 스토크만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스트리트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디자인 소품뿐 아니라 패션, 가방, 구두, 오브제 등 북유럽 특징이 잘 살아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이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스토크만백화점은 1930년대에 건축된 건물로 헬싱키 여행에서 꼭 들려야 할 필수 코스로 알려져 있다.

핀란드 디자인을 좀 더 보고 싶다면 키아즈마 현대미술관을 찾으면 된다. 모던 아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미술관에 가면 핀란드 현대 미술, 그리고 북유럽의 디자인이 왜 세계인의 가슴에까지 영향을 끼치는지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헬싱키뮤직센터는 핀란디아홀과 함께 핀란드를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전용 공연장이다. 핀란드에는 단 한 곳의 음악대학이 있는데, 바로 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와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주 무대이다. 이 밖에 핀란드가 스웨덴의 통치하에 있을 때의 수도였던 투르크, 북극 지역에 있는 오로라 관광지 등도 헬싱키에서 출발하는 교통편과 여행 상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헬싱키 항공편

항공 호텔 예약 앱 스카이스캐너에서 올려놓은 인천-헬싱키 3월 중순 항공권은 경유 횟수에 따라 60만원대에서 90만원대에 예약 판매되고 있다. 국적기 경우 100만원 중반대에 판매되고 있다.

[글 이영근(여행작가) 사진 포토파크, 위키미디어,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65호 (17.0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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