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노애락을 모두 아우르는 오슬로 비겔란 공원
"그러게, 낮 5시가 다 돼가는데도 해가 쨍쨍하네."
현재 우리 부부가 여행하고 있는 노르웨이(Norway)의 수도 오슬로,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노르웨이는 '북쪽으로 가는 길'이란 뜻을 갖고 있다. 국토 절반 이상이 북극권에 속해 있어 4월부터 7월까지는 백야 현상으로 하루 종일 밝다. 이렇게 해가 길고 화창한 초여름에 북유럽을 여행을 할 수 있으매 감사했다.
일찍이 노르웨이는 9세기부터 바이킹의 나라였다. 육지인들 입장에서는 약탈과 노략질을 일삼는 그들이 참으로 무서웠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흉노, 말갈 정도 느낌일까. 아무튼 국토 대부분이 험준한 산악 지대인 데다 해풍이 따스한 해안 지역이 그나마 살기 좋았으나, 겨울엔 종일 어둡고 추워서 바다를 타고 늘 다른 곳으로 뛰쳐나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 자연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그대로다.
이러한 노르웨이의 운명이 바뀐 건 1970년대에 북해에서 유전 잭팟이 터지면서부터다. 한때 유럽의 최빈국이 세계 5위 석유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지금은 인구가 적고, 소득은 높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고 사회복지가 좋다. 무엇보다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교육, 의료 등의 복지에 대폭 할애해 시간당 소득을 포함한 각종 조사에서 최상위권을 달리는 선진국이다. 일부에서는 노르웨이의 복지제도는 석유를 등에 업은 것일 뿐이니 대단할 것도 없다고 말하지만, 산유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진국이나 복지국가는 아니다. 대표적인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일부 중동 국가들을 봐도 그렇고, 전 국민 복지를 실현하고 있으나 대신 민주주의 수준이 떨어지는 쿠웨이트와 브루나이 같은 나라도 있다.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Gustav Vigeland)과 그의 제자들이 제작한 조각 작품 200여 개가 전시되어 있다. 오슬로 도심 북동쪽 드넓은 녹지에 조성되어 시민들의 산책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비겔란은 자신이 온 힘을 기울인 공원이 완성되기 전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그 후 비겔란의 제자와 오슬로 시민들이 합심해 지금의 공원을 완성했다고 한다. 프로그네르 공원(Frogner Park)이라고도 불린다.
"조금만 가면 나올거 같은데…."
실수했다. 애당초 노르웨이 민가 구경을 해보겠다고 주택가를 통해 공원까지 가려 했던 게 잘못이었지. 버스를 타고 비겔란역에 내린 것까진 좋았는데, 원래 있는 길 말고 구글맵을 켜고 주택가 뒤에 있는 샛길로 가보겠다고 호언장담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숲을 헤치고 다니면서 20여 분을 헤매다가 갑자기 공원으로 "뿅" 나오게 됐다.
잘 보면 거의 모든 조각들이 인체이다. 20세기 초, 비겔란은 자신의 일생 동안 영혼을 바쳐 조각한 작품들을 오슬로시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오슬로시는 공원 설계와 작품을 의뢰했고 비겔란은 13년에 걸쳐 청동, 화강암, 주철을 사용한 다양한 작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희로애락이다.
그는 오슬로와 코펜하겐에서 공부했고, 파리에서 몇 달간 머물면서 오귀스트 로댕의 작품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비겔란의 조각 작품에는 자연주의적인 정서가 담겨 있으며, 죽음과 남녀 사이의 관계를 주제로 한 인물의 흉상과 부조가 주를 이루었다. 그는 감정과 표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 고독과 황홀함의 대조되는 분위기로 인물상을 묘사했다.
사실 북유럽의 예술 역사 자체가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화려하거나 웅장한 맛은 없다. 16세기 들어서 바사 왕국이 형성되고 스웨덴 구스타프 전성기 때 주로 프랑스·영국 등 유럽 대륙의 영향을 받아들이고 따라 한 모습이 현재 느낄 수 있는 예술적인 가치의 전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예술은 화려함보다는 솔직함 그리고 추운 날씨와 척박한 환경에서 오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우울함을 잘 표현한 매력이 있다.
"헬싱키나 스톡홀름이나 오슬로나 사람들이 웃통 벗고 누워 있는 건 매한가지구나."
"저기~ 저 아기 너무 귀엽지 않아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한낮을 즐기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된다. 가족들도 유모차를 끌고 나와 망중한을 즐기면서 햇빛을 쬐고 있었다. 한 청년은 잔디밭에 누워 책을 보고 있었고, 다른 연인은 서로 팔베개를 해주면서 강한 햇빛을 그대로 맞이하고 있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 같으면 바로 양산을 펴거나 그늘을 향해 피했겠지. 당장 우리 부부만 해도 선크림 덕지덕지 바르고 그늘로만 다니려 애쓰니까 말이다.
[MayToAugust부부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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