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 땐 남쪽으로 날아가..겨울 제주 꽃 여행

2017. 2. 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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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백 피고 떨어지고 매화 피고 지고 유채 피고 지고 그 다음엔 벚꽃, 철쭉, 수국, 코스모스, 메밀꽃, 억새꽃, 눈꽃마저 피고 사라지면 제주의 일년이 지난다. 눈 쌓인 돌담 틈에 슬픈 모습으로 뚝 떨어져있던 분홍색 애기 동백이 시들시들 늙어버렸다. 동백동산에서 3월까지 열리는 홍동백이 다시 꽃을 피우려는 사이에 서귀포 일대에는 매화가 봉오리를 터트리며 봄볕을 맞이한다. 동백, 춘백, 매화로 이어지는 겨울 제주 꽃 여행을 소개한다.

▶동백 지고 매화 피다

제주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계절은 겨울이다. 섬의 겨울색은 온통 초록과 하양, 그리고 검정이다. 빙점으로 내려가지 않는 기후 탓에 밭에는 초록이 무성하고, 수확이 끝난 들판에는 검은색 흙과 돌담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제주를 더욱 진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꽃’이다. 동백이야 겨울에 피는 꽃이니 계절과 무슨 상관 있을까 싶지만 막상 선혈과도 같은 붉은 꽃잎과 사계절 빛나는 초록을 띄고 있는 이파리들을 마주하노라면 지금이 겨울인지 여름인지 잠시 헛갈리기까지 한다. 동백은 구럼비나무와 함께 제주에서 가장 흔한 사철나무 중 하나다. 섬 전체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어서 어느 지역 어느 마을에 가더라도 누구나 한 두 번 동백꽃을 만나게 된다.

동백이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면, 그 뒤를 잇는 꽃은 매화다. 1월 중순부터 피어나기 시작하는 매화는 2월 초순부터 활짝 펴 3월 말까지 흐드러진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황홀지경으로 이끈다. 동백이 제주 전체에 골고루 분포하는 것과 달리 매화는 특정 농원에 집중되어 있다. 매화나무가 유실수이고 관리를 잘 해줘야 꽃이든 열매든 제대로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리매와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이 대표적인 장소다. 2월이 오면 두 곳 모두 매화 축제를 연다. 매화를 주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그 내용은 각자의 확실한 개성을 담아내고 있다. 두 곳 모두 들려봐야 할 이유도 분명하다.

▶휴애리자연생활공원

휴애리에 다녀왔다. 지난 1월 중순의 일정이었다. 나는 제주에 살면서도 여태껏 휴애리가 제주도 마을 이름인 줄 알았다. ‘동네 이름치곤 꽤 이쁘군’ 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휴애리는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바다로 나가면 그 유명한 쇠소깍이 있는 한라산 중턱에 있는 농원의 이름이었다. 휴애리는 한자로 ‘쉴 휴 休, 사랑 애 愛, 마을 리 里’를 조합한 이름으로, 굳이 해석하자면 ‘나무 밑에서 쉬는 사랑스러운 마을, 사랑스러운 사람들’ 정도의 의미이다. 휴애리는 가는 길부터 예뻤다. 한쪽으로는 한라산이 통째로 보이고, 마을 길로 접어들면 구불구불 좁은 도로와 아기자기한 돌집, 올레길 돌담들, 귤 농장과 하우스 등 제주의 전형적이 풍경이 쉼없이 나타나는 평화로운 장면이다. 휴애리는 전체적으로 거대한 곶자왈(곶=숲, 자왈=자갈–화산 폭발 이후 오랜 세월 풍화되고 있는 제주의 전형적인 지형)이다. 제주도의 대형 공원 대부분이 그렇듯, 이곳 역시 주인장이 넓은 곶자왈에 오랜 세월 땀 흘려 나무를 심고 오솔길을 내고, 곳곳에 휴식 공간과 체험 공간을 만들어 여행자와 공유하는 곳이다. 제주도 하면 바다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 제주도 사람들은 대부분 농민이자 어민이다. 먹고 사는 일은 바다보다 농장과 밭에서 더 많이 이뤄진다. 하우스에서 일 년 내내 수확되는 각종 감귤류, 겨울에 수확하는 당근과 무, 봄이 오면 뽑기 시작하는 양파 등등이 그렇다. 제주도에 온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먹고 싶어하는 흑돼지 역시 농업의 한 부분이다.

휴애리는 원래 매화나무 농원이었다. 농원을 개방한 것은 제주 도민과 여행자들을 상대로 매실과 관련 식품을 직접 판매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곶자왈과 산책로 풍경에 홀딱 반하고 제주 농촌 풍경 자체에 매력을 느끼자 감귤, 매실, 흑돼지, 미꾸라지, 군고구마, 조랑말 등 제주를 대표하는 자연과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여행자들의 제주 체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투호던지기, 굴렁쇠, 돌탑쌓기, 듬돌(무거운 돌로, 제주에서는 이걸 들면 청년 대접을 해준다) 등 전통 놀이도 준비되어 있다. 또한 흑돼지와 조랑말 프로그램은 동물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하고 먹이도 주는 소박한 체험들이다. 제주도에 서식하는 토종 곤충,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수중생물 등 곤충테마관의 인기도 좋다. 또한 2월에는 매화축제가, 여름엔 수국축제를 열어 여행자들은 물론 제주도 사람들도 가고 싶어하는 제주 삶 체험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과 축제도 재미있지만 곶자왈 사이사이의 숲길, 꽃길, 바윗길, 송이길 등을 산책하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동백정원, 산수국, 동백올레길, 수국정원 등 계절을 상징하는 꽃길을 걸을 땐 일상의 찌꺼기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화산섬 제주를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코스도 있다. 화산송이 맨발로 걷기 구간이 그곳이다. 송이는 화산이 폭발할 때 마그마가 지상으로 튀어나오며 생긴 분출물로, 성분이 인간의 신체와 비슷한 약알칼리로 사람에게 친근한 물질이다. 제주도에는 화산송이가 200억톤 이상 존재하지만 보존자원으로 분류되어 기업이나 단체 간 거래가 금지되어 있는 소중한 물질이다. 맨발로 밟으며 걸을 수 있게 조성한 송이체험 구간을 걸으며 경험해보는 화산섬 제주의 특별한 지질은 즐거운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이 모든 풍경과 체험 프로그램, 그리고 제주 먹거리까지 즐기고 싶다면 ‘휴애리매화축제’에 맞춰 제주 여행을 계획하면 된다. 오는 2월17일(금요일)부터 3월1일까지 열리는 이 축제는 흐드러지게 피어난 매화나무숲을 걸으며 한겨울 제주 여행의 특별한 감흥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아이들을 위한 동물먹이주기체험(산토끼, 흑염소, 산양, 염소, 말 등), 흑돼지, 거위 관람, 승마체험, 야생화 자연 학습 체험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들. 축제 기간에는 특별한 먹거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국수, 소라구이, 오뎅, 파전 등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인기 푸드트럭 5개 팀이 임시로 입주, 축제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휴애리자연생활공원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2015-7

이용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6:30(연중무휴)

입장료 성인 1만1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8000원, 승마체험 1만원, 감귤체험 5000원

*휴애리매화축제 기간 제주도 도민 어린이(보호자 신분증 필), 제주도 장애복지 단체 무료 입장

문의 064-732-211

홈페이지 www.hueree.com

휴애리자연생활공원 주변 30분 이내 여행지 사려니숲길, 위미동백군락지, 위미항, 쇠소깍, 올레5코스, 서귀포

▶노리매테마파크

노리매는 ‘놀이’와 매화의 ‘매’자가 조합된 이름이다. 매화를 주제로 하는 곳답게 매화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곳곳에 매화와 관련된 선조들의 일화를 담은 게시판들도 세워져 있다. ‘퇴계매화시첩’, ‘도산매원’ 등 일생을 매화에 푹 빠져 산 퇴계 이황 선생의 매화 사랑의 연유와 단양군수로 있었을 당시 만났던 기녀 ‘두향’ 때문이라는 은밀한 이야기가 그의 시 한 편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또한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하던 시절, 아내가 시집올 때 가져왔던 치마 여섯 첩을 유배지로 보내자 그 일부를 조각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시집가는 딸에게 보냈다는 ‘매조서정도’ 이야기도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리매테마파크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커다란 정원이다. 정원은 곶자왈을 기반으로 한 꽃밭, 인공호수, 인공폭포, 산책로 등 자연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주요 건축물들은 제주 자연석과 모던한 콘크리트, 유리 소재 등으로 마감했다. 곳곳의 포토존들은 아직 한창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돗자리를 깔고 싶은 흥이 일어나는 풍경들이다. 이곳을 찾았을 때는 동백은 지고있고 매화는 이제 시작 단계라 겨울 꽃놀이 기분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이 글이 소개될 무렵이면 매화가 세상을 향해 꽃송이를 뿜기 시작할 것이다.

이른 봄에 찾는 노리매에는 매화뿐 아니라 수선화, 목련, 작약, 하귤나무, 녹차나무, 조팝나무 등 다양한 수목들이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노리매의 꽃들은 단순히 관상용으로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 잎 한 잎 정성스럽게 채취, 수제차로 가공되어 팔린다. 정원의 중심에는 넓은 연못이 있고 연못 한쪽에는 작은 섬과 멋들어진 노리매정자도 한 채 지어져 있다. 정자를 지은 사람은 홍완표 대목장인데, 강릉 보현사, 서울 창덕궁, 양양 낙산사 등 전국 주요 사찰의 신축과 개축을 주도했고 2009년에 강원도 중요 무형 문화재 제21호 대목장으로 선정된 인물이다. 노리매정자가 있는 섬까지는 제주 전통배 ‘테우’를 직접 움직여 들어갈 수 있다. 테우는 날씨와 안전 규칙에 따른 운행 제약이 있다. 산책길을 따라가면 솟을대문, 넓은 뜰, 그리고 한옥과 제주 전통 돌집이 있는 주택 정원도 있다.

360도 입체 스크린으로 제주의 풍경과 동화같은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는 써클비전은 아이들에게 제주의 자연사를 흥미롭게 들려줄 수 있는 즐거운 공간이다. 호수 옆 5D 영상관도 재미있다. 동화관에서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우리에게 익숙한 명화를 감상할 수 있고 직접 꾸밀 수도 있는 포토존이 있는데 터치스크린, 동작인식기능 등 IT를 이용한 영상 체험도 가능하다. 화충관에서는 제주의 관광명소, 매화꽃 피는 길, 제주 자연의 특징인 동굴 속 세상, 그리고 노리매테마파크의 사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본관 건물에서는 꽃잎 수제차와 커피, 가벼운 식사도 즐길 수 있다. 2월 4일(토)~3월5일(일)까지 노리매매화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노리매테마파크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중산간서로 2260-15

이용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00(연중무휴)

입장료 성인 9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

문의 064-792-8211~4, 홈페이지 www.norimae.com

노리매테마파크 주변 30분 이내 여행지 오설록티뮤지엄,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소인국테마파크, 추사관, 올레11코스, 산방산, 카멜리아힐, 산방산탄산온천

▶카멜리아힐 + 위미리 동백동산

동백이 끝물 같지만 12월, 1월에 떨어진 동백은 애기동백이고, 홍동백의 경우 3월까지 세상을 붉게 물들인다. 2월 이후의 동백은 흐드러진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는 물론 한계가 있지만, 겨울꽃의 희소성을 실감하기에는 손색이 없다. 동백을 실컷 보든 드문드문 보든 그 정취와 빛나는 이파리들이 궁금하다면 카멜리아힐, 위미동백군락지, 선흘동백동산, 신흥2리 동백마을 등을 찾아가면 된다. 카멜리아힐은 1979년,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를 개간해 동백나무를 중심으로 한 수목원을 조성한 곳으로 이미 수많은 제주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한국의 제주 토종 동백뿐 아니라 전세계 80개국에서 가져온 500여 품, 6000그루의 동백이 살고 있다. 또한 250여 종의 제주 자생식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동백뿐 아니라 후박나무, 구술나무, 유리온실, 커피숍 등 제주 정원 여행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포토존이 너무 많은 게 흠이라면 흠. 줄을 서서 사진을 찍어야 할 정도다.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166 이용시간 2월 08:30~17:00, 3~5월 08:30~17:30

입장료 성인 7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

문의 064-792-0088 홈페이지 www.camelliahill.co.kr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백동산은 위미동백군락지와 선흘동백동산이다. 위미동백군락지는 홍동백군락이다. 이 마을에서 귤 농사를 짓던 할머니 한 분이 방풍림 조성을 위해 한라산에서 씨를 받아와 심은 동백나무들이 이제 아름드리가 되어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우람한 동백나무 아래를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묵직한 길이다. 제주도 북단 조천읍 중산간에 있는 람사르마을 선흘리동백동산은 동백은 물론 제주 곶자왈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생태 여행지이다. 2013년 람사르마을로 지정된 선흘1리는 동백동산습지센터를 중심으로 동백동산 산책, 습지 여행, 체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는데, 겨울철에는 주로 동백동산 산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위치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동백로 77

문의 064-784-9445 홈페이지 www.ramsar.co.kr

-동백나무는 군락도 아름답고 동산도 멋지지만, 사실 마을 길에 피어있는 동백의 매력에 비할 바는 아니다. 전통 돌집 돌담 안마당에서 수줍게 올라온 키 작은 동백, 널찍한 마을 길 양쪽에 서 있는 키 큰 동백나무 사이를 걸을 때의 감격은 느껴본 사람만이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이다. 제주 곳곳에서 이런 마을을 만날 수 있지만 특히 서귀포 남원읍 신흥2리의 동백마을은 꼭 한번 들려볼 만한 곳이다. 본격 동백 숲은 마을 안 과수원 안에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1973년 4월에 제주도 지방기념물 27호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오래된 군락지이다.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한신로 531길 22-1

문의 064-764-8756

홈페이지 www.jejudongbaektown.com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꽃 사진 휴애리자연생활공원, 노리매테마파크,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64호 (17.01.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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