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 "'청소부K'로 '정의'에 대한 갈증 풀고 싶었다"

김정유 2017. 1. 29.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탑코 '청소부K' 홍순식-신진우 작가 인터뷰
국정원 자료 찾고 경찰청 직접 취재도 '현실감' 높여
주인공 '김진' 설정시 배우 김상중씨 떠올려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탑툰의 대표 웹툰 ‘청소부K’는 액션·스릴러 장르로 2015년 10월부터 매주 화요일 연재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약 60회가 진행됐으며 올해 영화화가 확정됐을 정도로 스토리의 세밀함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정원 요원 출신의 주인공 ‘김진’이 하나 뿐인 딸과 어머니를 잃고 거대 세력에 맨몸으로 대항하는 처절한 복수극이다. <이데일리>는 인기 웹툰 청소부K를 만든 홍순식(그림), 신진우(글) 작가와 만나 작품의 탄생 배경과 그 의미에 대해 낱낱이 알아봤다.

탑툰 ‘청소부K’ 홍순식 작가가 <이데일리> 독자들을 위해 새해 인사를 건넸다. 홍 작가는 청소부K의 작화를 맡고 있다. (사진=탑코)
홍순식 작가가 그린 자신의 캐리커쳐. 홍 작가는 2006년 ‘FAKE’를 데뷔로 ‘진혼’, ‘이화’, ‘프릭’ 등을 연재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마이웨이’, ‘도둑들’ 등의 스토리보드에도 참여한 바 있다. (그림=홍순식)
◇과거 발생했던 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을 보고 작품 모티브를 잡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홍순식(이하 홍): 애초에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면 범인들은 그에 응당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밀양 사건, 아니 밀양 사건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범죄사건이 그렇듯 범인들이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법적 처벌은 요원해진다. 이런 비상식이 사회 전반에 상식화돼 있는데 이런 정의에 대한 갈증을 웹툰으로 해결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웹툰의 주인공처럼 해결하는 것 또한 정의는 아니지만 그런 억울한 마음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다.

신진우(이하 신): 밀양여중생 사건도 많이 참고했지만 개인적으로 2009년 리투아니아에서 일어났던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드라슈스 케디스’라는 인물을 ‘김진’의 롤모델로 생각하며 작업했다. 드라슈스 케디스는 4살 밖에 안 된 자신의 어린 딸이 불법성매매에 동원된 것을 알게 된 후 법에 하소연해보지만 아무런 법적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직접 자신의 딸을 성폭행한 판사 등을 살해한 인물이다. 그 사건을 살펴보니 직금 대한민국의 현실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금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상념들이 우리의 전작 ‘프릭’을 작업하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언젠가는 이에 대해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마침 청소부K라는 작품의 원동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

◇일반 독자들이 알기 힘든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내부 얘기까지 제대로 나온다. 어떻게 취재를 했는지.

홍: 사실 국정원과 검찰의 취재는 쉽지 않고 관련 자료라던지 영상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경찰의 경우는 이전 작품인 프릭의 주요 배경이어서 직접 서울지방경찰청에 취재를 간 적은 있다. 여러 사진도 찍고 홍보 담당 직원의 얘기도 들었다. 프릭이나 청소부K뿐 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두고 두고 활용할 예정이다.

신: 홍 작가님 말씀대로 경찰의 경우엔 프릭 작업 때 모아놓은 자료가 있어서 이를 재활용했다. 그리고 검찰이나 국정원 취재는 운 좋게 지인의 소개로 그쪽에 종사했던 분을 알게돼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는 이야기하길 꺼리는 눈치였다(아니면 그런 에피소드가 없거나). 어찌보면 독자분들이 흥미진진하게 여긴 디테일들은 영화 ‘007’과 같은 장르적 ‘판타지’라고 볼 수 있다.

◇독자들이 청소부K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사이다’같은 통쾌함을 느끼기 위해서다. 연출상의 전략도 있을 것 같다.

홍:스토리 상의 문제긴 하지만 ‘복수’라는 주제로 연출을 한다면 사실 왜 복수를 하게 되는가에 대한 사전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독자들에겐 지루할 수도, 보기 힘들어 할 수도, 또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필요한 연출이다. 그렇게 감정을 쌓아 폭발시켜야 이른바 ‘사이다’로 느껴지기 때문인데 청소부K에서는 이런 부분이 잘 살아있어 독자들의 감정 이입이 좀 더 쉽고 끈끈하게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신: 개인적으로 폐건물에서 조폭들과의 액션까지를 ‘1부’, 그 이후는 ‘2부’로 생각하고 있다. 1부는 딸을 잃은 김진의 복수극에 집중했다면 2부는 범죄수사물과 정치스릴러라는 장르로 확대해서 스토리를 쓰고 있다고 해야 될까? 복수극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자칫 독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범죄수사물과 정치스릴러적인 요소를 첨가하면 좀 더 다양하게 독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않을까 생각해서 작업했다. 뭐, 지금까지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청소부K’ 신진우 작가가 독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신 작가는 청소부K의 스토리를 책임지는 글 작가다. (사진=탑코)


웹툰 ‘통’을 그린 백승훈 작가가 그려준 ‘청소부K’ 신진우 스토리 작가의 캐리커쳐. 신 작가는 1993년 ‘위험한 신혼여행’을 데뷔로 ‘천녀유혼’, ‘도제수업’, ‘초연신기 히네시스’ 등의 작품들을 연재해왔다.
◇작화의 무거운 느낌도 작품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것 같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컷 구성과 역동적인 주인공들의 액션에 눈길이 가는데 롤모델이 되는 작품이 있는지.

홍:딱히 롤모델이라고 한 작품을 꼽기는 어렵다. 평소 좋아하는 장르이다보니 영화나 드라마, 만화, 웹툰까지 대부분 비슷한 장르의 작품만 보는 편이어서 좀 더 익숙할 뿐이다. 습작하던 시절에 주변에서 왜 만날 액션이나 스릴러 장르만 그리냐고 뭐라고 할 정도였다.

신: 홍 작가님과 처음 작품을 같이 할 때 만화라기보다는 영화를 연출하는 느낌으로 작품을 하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화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궁금하다. 또한 청소부K 캐릭터와 느낌이 맞겠다고 생각한 배우가 있다면.

홍:영화화 된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쁘다가도 막상 실감은 나지 않았다. 아마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뭐 지금도 실감은 나지 않는다. 나중에 극장에서 보게 된다면 또 어떨진 모르겠지만. 청소부K의 주인공 ‘김진’을 설정할 때 참고했던 배우가 있었다. 배우 김상중씨였다. 김상중씨가 당시 ‘나쁜 녀석들’이란 드라마에 나왔었는데 김진의 캐릭터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눈치 빠른 분들은 보면 아시겠지만 김진과 김상중씨의 이미지가 서로 비슷하다. 때문에 현재로선 김상중씨 외엔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신: 전 사실 머릿속으로 김진 역에 배우 이병헌씨를 떠올리며 스토리를 썼다(웃음).

◇독자들의 피드백도 많을 것 같다. 기억나는 독자들의 의견이 있다면.

홍:청소부K가 판타지라는 댓글을 본 기억이 난다. 아마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한 비관에서 오는 의미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사회에 대한 긍정에서 오는 의미로 읽힐 시간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신: 16회의 9812****님의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탑툰에서 결제하고 싶은 만화는 니가 처음이야 청소부K...♡”라는 문장에서 손발이 살짝 오그라들긴 했지만(;). 뭐랄까. 글에서 그 분의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아직 완결이 되지 않았지만 차기작에 대한 구상도 하고 있다면 귀띔해 달라.

홍: 차기작은 아직 모르겠다. 다만 장르적으로는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난 일단 먼저 쉴꺼다. 푹~!

신: 다른 매체에서 준비 중인 작품도 이야기해도 되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격투액션물과 첩보 밀리터리물, 이렇게 두 작품을 준비 중이긴 한데...... 워낙 변수가 많아 진행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