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상조회사 제대로 고르기

이재홍 2017. 1. 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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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43] 장례식장은 분주하다. 상주는 조문객들의 위로를 받고, 식사 자리에 앉아 감사 인사를 나눈다. 조문을 마치고 간 손님들의 자리는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조문객을 맞는다. 유족들은 고인의 입관 절차와 장지에서의 장례 절차를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보통 고인이 돌아가신 시간에 따라 이틀에서 삼일 동안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된다.

 나이 든 부모들은 본인의 죽음으로 자식들이 고생하는 것을 꺼려한다. 그런데 요즘 자식들은 장례 절차 및 의식에 대해 잘 모른다. 자녀들은 장례식에서 부모님이 가시는 길을 잘 모시는 것이 부모님께 해 드릴 수 있는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부모와 자녀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상조 서비스이다. 2016년 3월 기준으로 국내 상조업계 회원 수는 419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 12명당 한 명이 가입한 셈이며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세 집당 한 집이 상조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조업의 특성은 보험업과 비슷하다. 미리 돈을 받아 적립한 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금을 지급하는 형태이다. 보험업과의 차이점은 보험은 가입하면 보험료가 전액 납입되지 않았더라도 보장한 금액(즉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는 반면 상조업은 납입 도중 장례가 발생하면 미납한 약정금액을 일시불로 납입하여야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보험회사의 보험금은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반면 상조업은 현금 대신 인력 서비스와 물품을 공급하게 된다. 따라서 상조업체는 장례가 발생하기 전까지 고객들의 선수금을 적립해 놓을 수 있으며, 현금 대신 서비스와 물품을 제공함으로써 영업 마진을 높일 수 있다. 적립된 선수금은 상조회사에서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고객의 돈을 임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보니 상조회사 경영진의 비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상조회사 경영진이 개인의 부동산을 구매하고,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고객의 돈을 빼돌리기도 했다. 이처럼 방만한 경영은 상조업체의 부실을 몰고 왔다. 신규 고객 유치가 잘 안될 경우 돌려 막기가 어려워져 고의로 폐업하고 고객의 돈을 떼어먹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 설립에 아무런 제한이 없던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로 규정하고, 등록제를 도입했다. 또한 2016년 1월 25일부터는 더욱 강화된 할부거래법을 시행했다. 자본금이 3억원에서 15억원 이상인 업체들만 상조업체를 신설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업체는 2019년 1월까지 자본금을 증자한 후 재등록하도록 한 것이다. 모든 상조회사는 회계법인의 외부회계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했으며, 회원들에게 미리 받은 대금의 50%를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예치하도록 했다. 상조회사에 부도가 발생하거나 폐업시 공제조합이나 지급을 보증한 은행에서 고객들의 선수금 중 50%를 대신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장례를 담보로 미리 자금을 모집하고 있는 업체의 신용을 보장하기에는 미흡하다. 우선 상조업체의 공제조합 가입이 의무사항이 아니다. 공제조합에 가입한 업체라고 해도 선수금의 50%를 모두 납입하지 않고, 일부 수수료만 납부하고 지급 보증만 받은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대형 상조업체가 폐업할 경우 공제조합이 고객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재원이 부족할 수 있다. 공제조합이 파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공제조합이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관리, 감독도 미흡하다. 그렇다면 신규 소비자들은 상조 서비스 가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존에 가입한 고객들은 납입한 금액을 손해보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객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조업체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는 것이다. 2016년 현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있는 상조업체는 37개이다. 이들 업체는 재무제표를 통해 재무안정성을 파악할 수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재무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을 살펴보는 것은 상조업체의 분석에서 좋은 방법이 아니다. 고객으로부터 미리 받은 금액이 대부분 부채로 계상되기 때문에 부채비율은 상조회사 모두 다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조회사의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고정부채 부분에 부금예수금 또는 부금선수금의 계정과목으로 회원들의 선납회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금액 대비 당좌자산의 비율을 살펴보는 것이 보다 유용하다. 당좌자산은 큰 거래비용 없이 빠르게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부금예수금(선수금) 대비 당좌자산이 50% 이상인 업체라면 안정적인 업체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제조합이나 은행에서 지급 받을 수 있는 50%와 합해 거의 100%를 보장받을 수 있다. 현금흐름표를 살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금흐름표상 영업현금흐름 총액이 부금선수금(예수금) 증가액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현금흐름이 양호한 회사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현금흐름표상 부금선수금(예수금)이 지속적으로 (+)를 유지하고 있다면 신규 회원 모집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자공시시스템에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있는 업체들은 전체 상조업체의 일부이다. 이들 업체를 제외하고는 정확한 재무상태나 현금흐름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때는 보완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사이트에 공시된 정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두 차례 '상조업 주요정보 공개'를 통해 업체들의 지급여력비율을 공시하고 있다. 지급여력비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선수금 대비 상조 관련 자산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고객들의 선수금 보장이 가능하다. 보통 지급여력비율이 100%를 넘어야 고객들에게 받은 선수금을 정상적으로 돌려줄 수 있다고 여겨진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16년 3월 기준으로 업계 평균 지급여력비율은 88%에 그치고 있다.

 상조 서비스는 부모에게는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자식들에게는 부모님이 마지막 가시는 길을 편안하게 모신다는 의미에서 유용한 서비스이다. 고객들의 이러한 마음을 이해하는 업체라면 고객들이 미리 맡겨놓은 금액에 대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해야 한다. 또한 고객들도 의도치 않은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상조업체에 대해 더욱 꼼꼼한 선정기준을 적용하여 가입하여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1월 12일 할머니, 1월 16일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시기를 기원한다.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

*공주사대부고를 거쳐 한양대 경영학부를 졸업하였습니다.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자격이 있으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현재는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에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기업전략 수립, 내부통제 개선 등과 회계, 세무자문(가업승계, 상속세·증여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이것이 실전회계다(공저)'와 'LOGISTAR FORECAST 2017(공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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