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만들었다! '오버워치'보다 재미있는 수학 앱

2017. 1. 2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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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교육용 앱 개발한 나훈희 교사

수학 등 어려워하는 학생들 위해
현재 20여개 교육용 앱 독학 제작

게임 방식 적용해 흥미 끌어내고
교육과정 기초해 학습 효과 톡톡
과학·역사 분야도 내놓아 이해 쉽게
문제집 풀듯 부모와 함께 활용하길

[한겨레]

한 학생이 나훈희 교사가 개발한 연산 앱을 활용해 문제를 풀고 있다. 나훈희 교사 제공

‘증강현실로 배우는 입체도형’ 앱을 실행시켜 초등 6학년 수학 교과서 표지를 찍었다. 그러자 교과서 위로 삼각기둥이 튀어나왔다. 증강현실(AR) 화면을 통해 보이는 입체도형을 두고 각각 면, 모서리, 꼭짓점만 나타나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앱으로 실제 교과서에 나오는 각기둥과 각뿔의 모양을 하나하나 관찰할 수 있다.

이 앱을 만든 이는 서울 이문초등학교 나훈희 교사다. 그는 대학 때 컴퓨터교육을 전공했다. 학점은 2점대였고, 강의실 뒤쪽에 앉아 게임만 했다. 대학원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유난히 도형 단원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앱을 만들게 됐다. 가볍게 수업에 활용해보려고 취미 삼아 시작했지만 점점 욕심이 생겨 새벽 두세 시까지 매달리기 일쑤였다. 방학 때도 안드로이드, 자바 기본서 등 프로그래밍 교재를 여러 번 독학해 현재 스무 개가 넘는 앱을 만들었다.

나 교사는 “투명 아크릴로 만든 도형 세트를 사려면 20만원 정도 든다. 도화지로 직접 오려서 만들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가위질이나 도형을 조작하는 걸 힘들어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입체도형 앱은 초등 5, 6학년 때 배우는 도형이 다 나와 있으며 교구가 없어도 학교나 집에서 손쉽게 공부할 수 있다”고 했다.

“도형 단원을 배울 때 공간지각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입체도형 뒷부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떠올리지 못한다. 이 앱은 ‘모서리’ 메뉴를 누르면 모서리로 된 뼈대만 보여서 아이들이 도형의 전체적인 형태를 이해하기 쉽다. 무엇보다 신기해하며 열심히 도형을 관찰한다.(웃음)”

그는 아이들과 수업 전 카톡 등 불필요한 기능을 사용하면 예전처럼 교과서로 수업하겠다는 약속을 정한다. 아이들은 앱을 활용해 배우는 걸 재미있어하기 때문에 약속을 잘 지킨다. 수업할 땐 두 학생이 하나의 스마트폰을 쓰게 한다. 교사가 조작이 서툰 아이들에게 일일이 알려주려면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들이 도형을 직접 그리다 잘못된 부분을 친구가 지적하면 지우는 것을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이후에 소극적으로 바뀐다. 앱은 친구끼리 서로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고 새로운 부분을 찾게 해준다. 수업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부모는 아이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으면 불안하다. 교육용 앱을 쓰다가 에스엔에스(SNS)나 게임 등에 정신이 팔릴까 봐서다. 이럴 때 학부모의 구실이 중요하다. 나 교사는 “학부모 상담을 하면 ‘우리 애는 스마트폰이 없는데 소외감 느끼는 거 아니냐’ ‘초등학교 때는 안 쓰게 해야 하지 않냐’고 우려하거나 ‘어떻게 쓰면 좋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며 “사용 자체가 걱정이라면 부모가 같이 하면 된다. 문제집을 사서 같이 풀듯 공부할 수 있는 교구로 삼으라”고 권했다. 부모가 놀이하듯 옆에서 함께 이용하면서 학습에 도움도 주고 아이가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알 수 있다는 것.

그가 만든 앱의 장점은 교육과정과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교과서 내용을 기본으로 삼아 부교재 내지는 학습교구로 충분하다. 그는 “흥미 유발도 중요하지만 학습 효과가 없으면 교구로 의미가 없다. 학습 효과가 있으려면 교육과정과 맞물려 가야 한다. 앱을 집에서 복습하는 용도로 활용하면 좋다”고 했다.

교육용 앱을 잘 쓰면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교과 공부에 자연스레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은 물론 내용까지 익힐 수 있다. 나 교사는 학생들이 싫어하는 학습 내용에 게임 형식을 적용해 재미를 더했다. ‘입체도형의 전개도 3D’는 학생들이 입체도형을 공부할 때 전개도 만드는 부분을 힘들어하는 걸 보고 개발했다. 3D 형식으로 테트리스처럼 도형의 전개도 모양이 종류별로 나온다. 직접 면을 하나씩 클릭하면 접히면서 입체도형을 만드는 방식이다. 앞뒤나 좌우로 움직여 다른 측면에서의 모양도 볼 수 있다. ‘분수, 소수의 곱셈과 나눗셈’은 아이들이 싫어하는 연산을 교과서 단계에 맞게 연습할 수 있도록 만든 앱이다. 나 교사는 “연습 문제가 랜덤으로 나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온라인게임 ‘오버워치’처럼 ‘소수의 곱셈 전국 경쟁전’이 펼쳐진다. 로그인을 하면 지도가 떠서 지역별로 볼 수 있고 1등은 이름과 점수, 프로필 사진 등이 뜨기 때문에 연산을 재밌게, 아주 열심히 한다”고 했다. 자신이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주려고 아이들이 ‘치고받는 싸움’ 대신 ‘소수의 곱셈, 나눗셈 게임’을 하는 것이다.

동료 교사들의 반응도 적극적이다. 그는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초반에는 피피티(PPT)처럼 딱딱해 보여서 동료들이 ‘디자인이 촌스럽다’고 구박하기도 했다.(웃음) 직접 사용한 뒤 오류가 있다고 알려주거나 디자인이나 메뉴 배치 등 조언도 해줬다”고 말했다.

수학 관련한 앱이 대부분이지만 과학이나 역사 관련 앱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문화방송>(MBC)의 ‘무한도전’을 보고 역사 공부를 재밌게 해보자는 생각에 ‘하루하루 독립운동가’ 앱을 개발했다. 초등 교육과정을 보면 5학년 때부터 역사를 배우는데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물 중심으로 가르치라고 나와 있다. 나 교사는 이에 맞춰 가나다순으로 240명의 독립운동가 사진과 인물 정보를 담은 앱을 생각해냈다.

“인물을 분류하고 정보를 혼자 모으기 힘들어서 ‘네이버 캐스트’ 자료를 연동시켰다. 아이들이 도산 안창호 선생이나 3·1운동이 일어난 연도도 잘 모른다. 역사를 좀 더 쉽게 공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 앱은 알람 기능이 있어서 시간을 설정하면 하루 한 명씩 독립운동가에 대한 정보를 보내준다. 나 교사가 만든 앱은 모두 무료이며 구글플레이에서 ‘스마트 수학’이나 ‘하루하루 독립운동가’ ‘홀로그램 메이커’ 등을 검색하면 된다.

이외에도 아이폰 앱스토어의 교육 카테고리에 가면 유용한 교육용 앱이 많이 나와 있다. 교육용 앱을 따로 모아 소개하는 곳도 있다.(표 참고)

그는 “필요한 정보를 찾고, 나에게 유익한 정보를 선택해 걸러내는 건 개인의 역량이다. 저학년은 필터링 능력이 없어 조심스럽지만 고학년 정도는 그런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와주면 사용하게 해도 괜찮다”고 했다. “지금 시대는 첨단 기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이라 아이가 기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 휴대폰이 단순히 ‘게임을 하고 부모에게 통제당하는 기기’가 아니라 ‘학습교구이자 내 생활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걸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부모나 아이 모두 긍정적 인식을 가지면 휴대폰으로 얻는 것도 많아지고 교육 효과도 커진다.”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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