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일기예보·러브홀릭..추억의 가수이길 거부한 '뮤지션' 강현민

박세연 2017. 1. 1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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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강현민 그 이름 석 자는 몰라도 그가 만든 노래 중 하나도 모르는 사람은 아마 대한민국에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90년대엔 일기예보로 활동하며 ‘좋아좋아’, ‘인형의 꿈’ 등을 히트시켰고 2000년대엔 러브홀릭으로 활동하며 ‘러브홀릭’, ‘놀러와’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남겼다.

어디 그뿐인가. 이문세, 이소라, 박헤경, 박기영, 알렉스, 이기찬, 거미 등 다수의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하며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그는 모든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의 로망인 ‘뮤지션이 좋아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그런 강현민이 솔로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왔지만 본인의 개인 앨범으론 2001년 ‘쉬(She)’ 이후 무려 16년 만이다. 물론 ‘솔로’ 강현민의 긴 공백기동안 러브홀릭, 이어 브릭 활동을 통해 본인의 곡 작업을 이어오긴 했지만 나름 강현민에게 의미가 클 솔로 앨범이 이토록 늦어진 배경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13일 오후 서울 신사동 팝 라운지에서 EP 앨범 ‘리플렉티브(Reflectiv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강현민은 16년 만에 개인 앨범을 내게 된 데 대해 “내 노래(보컬)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 계속 늦어졌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저는 노래에 자신이 없어요. 일기예보 때도 무대에서 노래할 때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죠. 러브홀릭 활동을 접은 지도 7~8년 됐으니 그때부터 솔로 앨범 생각은 계속 했는데, 음악을 오래 할수록 이상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내 노래는 마음에 안 들고 하다 보니 계속 딜레이됐습니다.”

앨범은 그동안 발표된 적 없는 200여곡 중 타이틀곡 ’추억‘을 포함, 5곡을 추려 완성했다. “이상을 낮추고 솔직하게 자신을 받아들이며” 시작된 녹음이었지만 그는 앨범 작업 중 힘든 점에 대해 여지없이 “녹음 자체에 부담은 없었는데 노래에 대한 이상이 높았던 게 부담이었다. 노래를 해야 하는데 노래가 내 이상보다 한참 밑에 있어서 그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앨범 타이틀 ‘리플렉티브’는 강현민이 거울 앞에 서듯 자신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앨범 타이틀 및 수록곡에 대해서는 “말로 설명하려니 잘 모르겠다. ‘저도 잘 모르겠다’는 마음이 잘 투영됐다는 것”면서도 “개인적으로 40세 넘어가면서부턴 밝은 느낌보단 어둡고 염세적인 시선이 커지는 것 같다”며 강현민 본인의 세상을 사유하는 시선 그리고 ‘사색적’ 분위기가 담겼음을 암시했다.

타이틀곡 ‘추억’은 13년 묵은(?) 곡이라고. 그는 “만들고 나서 10년 가량 아무에게도 안 들려주다 솔로 앨범 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가까운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며 “오랫동안 숨겨놨던 곡이고, 나에겐 아주 의미가 큰 곡이다. 주위에서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많이 꼽아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앨범에는 꽃잠프로젝트 김이지, 어반자카파 조현아, 매드소울차일드 진실 등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또 러브홀릭에서 함께 했던 이재학을 비롯해 강수호, 전영호, 이성열 등 실력파 연주자들이 녹음에 참여했다.

근 30년간 사랑받는 음악을 해오고 있는 그의 플레이리스트엔 어떤 음악들이 있을까.

“15년 전부터 계속 똑같은 음악만 듣고 있어요. 차에는 라디오헤드, 폴 메카트니, 에어로 스미스, 유투 등의 CD가 꽂혀 있죠. 그런 음악처럼 저를 감동시키는 음악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러브홀릭 이재학씨는 ‘요즘 음악 좀 들으라’고 계속 조언하는데, 소속사에서도 데모를 보내면 ‘음악이 너무 아저씨 같다’고 하다가도 막상 완성해서 들려주면 좋다고 하네요.(웃음)”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된 본인의 음악들에 대한 자부심도 솔직하게 표했다. 강현민은 “내 음악에 대한 자부심은 좀 있다. 부끄러운 부분도 있고 자랑스러운 부분도 있는데, 어찌 됐든 운이 좋았던 것이든 혹은 아니든 업적을 이룬 것 같다”며 “스스로 뿌듯하게 생각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현민은 “지금까지 200~300곡 정도 냈는데, 히트곡은 10~20곡 사이인 것 같다. 그 곡들의 공통점은 제작사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했다는 것”이라며 “더 좋은 곡이 덜 히트하고 덜 좋은 곡이 홍보를 잘 해서 히트곡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선 각 곡의 운명이라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인형의 꿈’ 등 리메이크곡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강현민은 “‘인형의 꿈’을 2003년 러브홀릭으로 했다. 당시 엄청 반대했지만 소속사 대표님이 강행해 리메이크하게 됐는데 그렇게 해서 곡이 엄청 알려지게 됐다”며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브홀릭 활동을 기점으로 멜로디컬한 락의 대명사로 꼽혀 온 강현민이지만 “요즘은 음악도 패션인 것 같다”며 나름의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떤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가 좋으면 다른 건 필요 없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음악이 확실히 패션이긴 한 게, 요샌 멜로디 자체보다도 사운드의 느낌이나 전체적인 메이킹 요소, 아이디어에 많이 집중하시는 것 같아요. 한 때 그런 부분을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저는) 잘 안 되더라고요. 헌데 또 요즘 음악 혹은 옛날 음악의 구분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도 같은 게, 요즘 친구들이 부르면 요즘 음악이 되는 거고, 제가 부르면 옛날 음악이 되는 것 같고. 제 노래를 요즘 잘 나가는 친구들이 불러주면 제가 부른 것보다 히트하겠죠? 하하.”

간담회 말미, ‘추억 속의 가수’로 이른바 ‘소환’ 되는 데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강현민은 누군가에게는 ‘그 시절’ 가수일 수 있겠으나 실상은 여전히 음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현재 진행형’ 뮤지션이었다.

그의 말처럼 음악도 패션처럼 유행을 타지만, 결국 십수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음악이 지닌 힘으로 든든히 버티고 있는 강현민 같은 뮤지션의 존재는, 한국 대중음악계에 그리고 불특정 다수 다양한 취향을 지닌 음악팬들에게 적잖은 위로가 된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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